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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뉴타운 출구 전략' 발표 뒤 강남 부동산 가보니

중앙일보 2012.02.06 00:01 경제 9면 지면보기
송파구 거여·마천 뉴타운의 절반이 넘는 구역들에서 주민 반대가 심하다. [권영은 기자]


“무턱대고 개발에 동의했다간 내 재산이 남의 재산이 됩니다.” ‘마천3구역 우리 재산 지킴이’라는 글귀가 붙은 승합차의 확성기에선 뉴타운을 반대하는 주장이 계속 울려 퍼졌다. 골목 곳곳에는 ‘동의서를 주면 땅을 치고 통곡한다’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강남권 뉴타운도 반대 목소리 커져 … 1억 내린 매물도



 서울 강남권의 유일한 뉴타운인 거여·마천뉴타운. 강남권인 데다 위례신도시와 붙어 있어 한때 개발 기대감이 가장 컸던 뉴타운으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 4일 둘러본 이곳에선 사업이 크게 쪼그라들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느껴졌다. 지난달 말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 발표 이후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여·마천뉴타운은 2005년 12월 뉴타운으로 지정된 이후 총 104만4137㎡에서 재개발·재건축 6개 구역(마천시장 제외)으로 나뉘어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아직 추진위를 구성하지 못한 4개 구역에서 주민 반대가 심하다. 특히 대지 지분이 큰 단독주택이나 월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상가·빌딩 소유자들이 완강하다.



 마천1동 임교식(63)씨는 “새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가구당 수천만~수억원의 비용을 추가로 내야 하는데 주민들만 빚쟁이가 될 것”이라며 “그런 개발은 안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인근 D공인 “반대 의견이 많아지고 있어 앞으로 있을 서울시의 실태조사에서 해제 요건인 30% 이상의 주민이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합 설립이 된 거여 2-1, 2-2구역도 사업 진척이 더디다. 2-1구역은 지난해 일부 주민이 조합 설립 무효 소송을 제기해 내홍을 겪고 있다. 일반분양분이 적어 사업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지역들엔 무허가 판잣집에 사는 조합원이 많아 조합원 몫을 제외하고 일반에 분양할 수 있는 물량이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N공인 관계자는 “그나마 사업에 진척이 있는 곳마저 난항을 겪고 있고 순항하는 구역이 거의 없어 거여·마천뉴타운이 절반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시세는 급락하고 있다. 거여 2-1구역 대지 지분 40㎡가 지난달 말보다 8000만원 낮은 3억5000만원에 나와 있다. 일주일 새 1억원 빠진 2억5000만원에 나온 마천1구역 26㎡ 매물도 눈에 띈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은 “구역별로 급매물이 100여 개씩 쌓여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완전히 끊기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권순형 J&K부동산투자연구소장은 “서울시의 출구전략으로 뉴타운 반대 주장이 더욱 힘을 얻게 되면서 입지 여건이 좋은 거여·마천뉴타운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재개발·재건축 주민 동의율



재개발·재건축은 주민이 주체인 사업이어서 사업 단계별로 일정 수준 이상의 주민 동의율을 확보해야 한다. 정식 사업 주체인 조합을 설립하기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데는 5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조합 설립을 위해서는 75%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사업 승인을 받는 데도 50% 이상의 주민이 동의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시작된 사업을 포기하는 데도 주민 동의가 요구된다.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는 경우 주민 절반 이상 동의하면 구역이 해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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