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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따라잡겠다”던 시마 사장, 주름살 더 깊어졌다

중앙일보 2012.02.06 00:00 경제 3면 지면보기
일본 파나소닉의 오쓰보 후미오 대표가 지난 3일 도쿄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발표한 뒤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도쿄=블룸버그]


2008년 4월 1일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하쓰시바(初芝)전산은 고요(五洋)전기와 합병해 탄생하는 ‘하쓰시바·고요 홀딩스’의 초대 사장에 시마 고사쿠(島耕作·60) 전무를 선임했다”는 특종기사를 실었다. 시마 사장은 실존 인물이 아니다. 작가 히로카네 겐시(弘兼憲史·64)가 1983년 첫선을 보인 뒤 지금까지 3500만 권 이상 팔린 만화 ‘시마 시리즈’의 주인공이다. 지난해 발매된 6권에서 시마 사장은 “일본은 외국으로부터 ‘갈라파고스 제도 같은 특이한 나라’라는 시선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모든 기술을 일본 표준만 고집하다 세계시장에서 심각하게 뒤처진다는 것이다. 그는 회사 이름을 하쓰시바에서 ‘테콧(TECOT)’으로 바꾸며 “해외시장 개척에 힘을 집중해 한국의 섬상·PG전자를 따라잡겠다”고 나섰다. 섬상과 PG는 삼성과 LG를 말한다.

파나소닉 지난해 11조 적자



 하지만 최근 발표된 일본 전자업체들의 실적을 보면 시마 사장의 주름살이 더 깊어질 듯하다. 하쓰시바의 모델이 된 파나소닉(옛 마쓰시타)은 3일(현지시간) 2011회계연도에 7800억 엔(약 11조원)의 순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내놓은 적자 예상액(4200억 엔)을 크게 넘어서는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일본 기업의 연간 적자폭으로도 사상 최대다. 지금까지 최대 순손실은 2008회계연도에 히타치가 기록한 7873억 엔(11조5500억원)이다. 대부분 일본 업체는 4월에 시작해 이듬해 3월 끝나는 회계연도를 쓴다.



 파나소닉은 태국 홍수와 동일본 대지진 같은 자연재해에 엔고 악영향까지 겹쳐 영업환경이 크게 악화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오쓰보 후미오(大坪文雄) 파나소닉 대표는 “적자의 가장 큰 요인은 TV 부문”이라며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한국 업체들에서 디자인·기술력 등 배워야 할 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파나소닉뿐이 아니다. 소니는 TV사업 부진으로 실적 악화가 계속되면서 2200억 엔(3조2000억원)의 적자를 낼 전망이다. 4년째 적자다. 적자 규모도 94년(2933억 엔)과 2010년(2599억 엔)에 이어 세 번째다. 삼성전자와의 TV용 LCD 패널 합작공장에서 철수하면서 입은 손실을 포함해 TV 부문에서만 2300억 엔의 손실을 봤다. TV 부문은 8년 연속 적자다. 샤프도 지난 회계연도 적자가 사상 최대인 2900억 엔(4조25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들 일본 3대 전자업체의 2011회계연도 적자를 더하면 1조2900억 엔(18조9000억원)이다. 이에 비해 국내 업체들은 지난해 비교적 선방했다. 삼성전자는 매출 165조원에 13조7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 다.



 일본 언론은 일제히 “ 몰락”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경비 절감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엔고로 이익이 급감한 데다 세계시장에서는 TV와 자동차 분야에서 한국 업체의 맹렬한 추격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산케이(産經)신문도 “일본 전자업체들이 라이벌인 삼성전자 등에 세계시장을 빼앗기고 있다”며 “전자업계가 총체적 붕괴 상태”라고 보도했다.



◆사진 제공=고단샤 출판사, 작가 히로카네 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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