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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淸廉 청렴

중앙일보 2012.02.05 22:34
“나라에는 네 강령(四維)이 있다. 하나가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 두 개가 사라지면 나라가 위태로워지고, 세 개가 무너지면 근간이 뒤집어지고, 넷을 잃으면 망한다. 기울면 바로잡을 수 있고, 위태로운 것은 안정시킬 수 있고, 뒤집어지면 일으켜 세울 수 있으나, 망한 나라는 다시 일으킬 수 없다. 무엇을 네 가지 강령이라 부르는가? 첫째는 예(禮), 둘째는 의(義), 셋째는 염(廉), 넷째는 치(恥)이다. 예란 절도를 넘지 않음이요, 의란 제멋대로 나아가지 않음이고, 염이란 잘못을 은폐하지 않음이요, 치란 그릇된 것을 따르지 않음이다.”



제(齊)나라 환공(桓公)을 도와 패업(覇業)을 이룬 관중(管仲)이 지은 관자(管子) ‘목민편(牧民篇)’의 앞부분이다. 나라 기강을 세우는 데 예의염치가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청렴단정(<6E05>廉方正)한 마음으로 법을 지키려 하지 않고,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법을 멋대로 왜곡한다면, 이는 마치 높은 벼랑에서 굴러떨어지면서 목숨만은 건지겠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도저히 가망 없는 짓이다.” 한비자(<97E9>非子) ‘간겁시신(奸劫弑臣)’편에 나오는 말인데, 군주를 해치는 간신의 모습이다.



염치의 염(廉)은 ‘엄(<5E7F>·집)’과 ‘겸(兼)’이 합쳐진 글자다. 겸은 두 개의 벼[禾]를 한 손으로 잡고 있는 모양이다. 여기서 ‘갑절로 하다’ ‘겸하다’라는 뜻이 됐다. 염(廉)은 두 개의 벼로 상징되는 ‘적은 볏단’을 집 안의 구석에 놓아둔 모양이다. 적은 볏단에서 ‘검소하다, 청렴하다’라는 의미가 나왔다. 청렴(淸廉)은 ‘맑고 검소하다’라는 뜻이다. 또, 집 안의 구석은 사각형이던 고대 중국집의 각진 모서리다. 이로부터 염(廉)은 ‘해야 할 것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분명한 행동’을 의미하게 됐다. 염치(廉恥)가 ‘행동이 분명하여, 나쁜 행동을 했을 때 부끄러워하는 것’을 의미하게 된 이유다.



한국의 ‘얌체 위정자’들이 염치를 잃은 지 오래다. 역대 정권의 집권 5년차와 마찬가지로 다이아몬드 스캔들에 전당대회 돈봉투, 거액 공천헌금까지 연일 비리 소식이다. 홍콩에선 공직자 부패 수사를 전담하는 염정공서(廉政公署)를 통해 ‘파렴치(破廉恥) 공무원’을 발본색원한다. 한국도 서슬 퍼런 부패방지기구를 만들 때가 아닌가 싶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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