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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성이냐 양육이냐’ 끝없는 논쟁 풀 열쇠, 일란성 쌍둥이

중앙선데이 2012.02.05 05:39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송기원의 생명과 과학 쌍둥이

밤하늘의 별을 관찰하기엔 너무 추운 날씨지만 요즘 같은 겨울밤 제일 잘 보이는 별자리 중 하나가 쌍둥이자리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스파르타 왕비 레나와 제우스신 사이에 태어났던 카스토르와 폴룩스 쌍둥이 형제를 기리기 위해 만든 별자리라고 한다. 불사신의 몸을 가지고 있던 폴룩스는 카스토르가 죽자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하려 하나 불사의 몸이어서 죽을 수도 없어 제우스에게 자신의 죽음을 부탁했다고 한다. 제우스는 이들 형제의 우애에 감동해 카스토르와 폴룩스를 사람 형상의 나란한 밝은 별 두 개로 만들어 형제의 우애를 영원히 기리도록 했다고 전해진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기를 기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전혀 모르던 철없던 시절 이야기이지만, 나는 결혼 뒤 첫아기를 가질 무렵 쌍둥이를 간절히 바란 적이 있었다. 박사 과정을 마칠 무렵이라 바쁘기도 했고 아무리 생각해도 학위 후에도 아기를 여럿 가질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쌍둥이는 일거양득. 한 번의 힘든 임신 과정으로 두 명의 아이를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와 같은 생각을 과학의 도움으로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인지 원래 인류 출산의 1.1% 정도로 알려져 있던 쌍둥이 출산이 요즘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쌍둥이는 일란성과 이란성이 있다. 일란성 쌍둥이는 한 개의 정자와 한 개의 난자가 수정해 생긴 수정란이 발생 초기에 둘로 분리돼 발생한다. 발생 초기 단계에서는 수정란 분열로 생긴 개개 세포들이 하나의 개체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므로 수정란 세포가 분열하면서 분리되면 각각의 개체를 만들 수 있다. 하나의 수정란에서 유래했으므로 일란성 쌍둥이는 100% 동일한 유전 물질인 DNA를 갖는다. 그러므로 항상 같은 성(gender)이다. 모체의 유전적 또는 환경적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은 하지만 아직 왜 수정란이 발생 초기 갑자기 두 개로 분리되는지 그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일란성 쌍둥이는 언제 분리되느냐에 따라 약간 다른 발생 양상을 보인다. 자궁 착상 이전인 수정 후 5일 이내에 분리되면 각각 다른 융모막(chorion)과 양막(amnion)을 갖게 되고 수정 후 약 5일 내지 10일 사이에 분리될 경우는 하나의 융모막 내 두 개의 양막에서 성장하게 된다(융모막과 양막은 모두 태아를 둘러싸고 있는 막으로 양막이 융모막의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드물게 수정 후 약 10일에서 14일 사이에 분리되면 동일한 융모막과 양막에 둘러싸여 성장하게 되며, 두 수정란의 분열이 12일 이후로 늦어지면 그땐 이미 태아의 초기 기관이 발생하기 시작했으므로 몸의 일부가 붙는 샴쌍둥이로 출생할 수 있어 위험하다.



이란성 쌍둥이는 두 개의 정자와 두 개의 난자가 거의 동시에 수정해 자궁에 착상했을 때 발생한다. 각기 다른 정자와 난자로부터 발생한 두 개의 수정란이 단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형제들과 같은 정도의 유전물질을 공유하고 있으며, 같은 성일 수도 남녀 다른 성일 수도 있다. 이란성 쌍둥이는 각각 서로 다른 융모막과 양막에 둘러싸여 성장한다.



요즘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쌍둥이는 이란성 쌍둥이이다. 보통 여성의 배란은 한 번에 하나씩만 되도록 돼 있지만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 배란촉진제(임신촉진제라고도 불림)를 투여하면 둘 이상의 난자가 배란되고 모두 수정될 경우 이란성 쌍둥이나 심하면 셋 이상의 다태아가 생길 수 있다.



시험관아기(IVF·in vitro fertilization)의 경우는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 모체 밖에서 수정된 수정란을 둘 이상 자궁에 착상시켜 이란성 쌍둥이가 태어나기도 한다. 이 모두 여성의 임신 연령이 고령화돼 임신에 현대의학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증가하는 게 주요 원인이다.



많은 과학자가 일란성 쌍둥이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쌍둥이가 인간을 결정하는 것이 ‘본성이냐, 양육이냐(nature vs. nurture)’의 인류의 오래된 질문에 답을 찾는 열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생각은 다윈의 사촌으로 우생학을 창시했던 영국의 과학자 프랜시스 골턴에 의해 1875년 처음 제안됐고 100년이 지난 1980년대 본격적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일란성 쌍둥이는 동일한 유전정보를 갖고 있으므로 출생 후 각각 다른 곳에 입양돼 다른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를 비교하면 지능·질병·인성 등 인간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일란성 쌍둥이에게서 관찰되는 차이는 동일한 유전정보를 갖더라도 어떤 유전자가 얼마나 발현되는지의 스위치가 환경에 의해 조절될 수 있다는, 최근의 후생유전학(epigenetics)의 좋은 예를 제공하기도 한다.



생명과학을 공부한 나는 각각 말 타기와 무예에 능했다는, 다른 재주를 타고났던 카스토르와 폴룩스가 일란성 쌍둥이였을까, 이란성이었을까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오늘 밤에는 쌍둥이자리를 찾아보고 싶다.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 bc5012@you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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