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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만족 넘어 고객 감동 … 마음을 움직여라

중앙선데이 2012.02.05 02:17 256호 23면 지면보기
지난해 여름 가족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강원도 속초 로데오거리에 있는 빵집에서 빵과 차를 들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카운터에는 남자 직원과 그보다 나이 어린 여자 직원이 일하고 있었다. 빵집 문을 열고 40대쯤 돼 보이는 중년 부인이 들어왔다.

최종학의 경영산책 ⑩

“안과가 이 근처에 있다고 들었는데….”
“길 건너 맞은편 건물이에요.”

남자 직원이 가르쳐 주자 부인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나갔다. 유리문 밖으로 길 건너편을 쳐다보는 그 부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안과 얼마 전에 없어졌어요.”

갑자기 가게 뒤쪽 작업실에서 다른 여자 직원이 뛰쳐나오면서 소리쳤다.

“그랬어? 그럼 안과가 다른 곳에 어디 있지?”
“맞다. 저 아래쪽으로 조금 가면 있네.”

여자 직원은 곧바로 뛰쳐나가 그 부인에게 올바른 방향을 다시 가르쳐줬다. 그때 남자 직원이 뒤따라 나갔다. “직접 안과까지 모시고 가면 어떨까”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우연히 이 장면을 지켜본 필자는 하루 종일 마음이 훈훈했다. 물건을 사러 온 사람도 아닌데 이렇게 극진한 친절을 베푸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계산하고 나가면서 “정말 친절하시네요. 그런 마음으로 장사하니 꼭 성공하실 거예요” 하는 덕담이 절로 나왔다.

우리 국민의 친절의식은 어느새 상당히 향상되었다. 10년 전만 해도 식당에서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불쾌한 대접을 받은 기억이 잦았는데 이제 그런 경우는 거의 사라졌다. 그래도 아쉬운 구석은 있다. 회사나 기관에서 친절을 강조하고 관련 교육을 시키니까 기계적으로 웃으며 손님을 대하긴 하지만 진심으로 ‘친절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아직 흔치 않다는 점이다.

미국 동부와 캐나다에 거점을 둔 커머스 뱅크(Commerce Bank). 이 자그마한 은행은 혁신적인 사업모델로 은행 업계에서 최고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커머스뱅크 직원들은 ‘와우(Wow) 스티커’라는 것을 갖고 다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충심으로 친절한 이를 만났을 때 건네준다. 이 스티커에는 ‘당신의 친절에 감동했어요. 이것을 가지고 우리 은행에 오시면 머그컵 선물을 드립니다’라고 쓰여 있다. 이 스티커를 들고 온 손님에겐 머그컵을 줄 뿐만 아니라 인사담당자를 통해 채용 제안까지 하기도 한다. 사람의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어릴 적 친구의 성품이나 습관이 수십 년 지나도 그리 달라지지 않는 경우를 흔히 본다. 교육만으로 직원의 태도를 마음속으로부터 변하게 하는 것이 쉬운 일이겠는가. 와우 스티커는 인간 본성의 이런 한계를 인식한 데서 나온 채용 아이디어인 셈이다. 커머스뱅크가 ‘고객 입장에서 고객처럼 생각하라’라는 구호를 끝까지 밀고 간 결과다.

이렇게 뽑힌 직원들은 사내 대학에서 충분히 교육을 받은 뒤 일선에 배치된다. 창구 업무는 기본적인 업무지식 이외에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전공이나 학력을 불문하고 친절하고 인간미 있는 사람을 뽑아 필요한 지식을 교육시켜 자리에 배치하는 것이다. 회사 교육비 비중이 다른 금융회사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최고의 고객 만족과 회사의 성장, 그리고 종업원의 만족으로 이어진다. 그 유·무형의 효과는 교육비를 훨씬 능가한다고 은행 측은 보는 것이다.

지금은 경영 형편이 어려워졌지만 한때 미국 최고의 저가 항공사로 불린 사우스웨스트(Southwest Airline)도 자주 회자되는 경우다. 이 회사는 고객들에게 음료수나 식사를 제공하지 않고, 기내에 신문·잡지를 비치하지 않는다. 그 대신 비행 중 지루해할지 모르는 고객들에게 승무원들이 마술을 선보이고 고객들에게 장난스러운 유머를 건네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실제로 처음에는 직원들에게 마술과 농담을 가르쳤다. 그러나 원래 무뚝뚝한 사람이 그런 교육을 받는다고 바뀔 리 없었다. 그래서 사우스웨스트는 학력·경력·외모에 관계없이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들을 승무원으로 우선 채용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탑승이 유쾌하다는 중론과 함께 항공사 만족도가 대폭 상승했다.

미국의 세계 최대 소매 할인점 체인인 월 마트(Wall Mart)의 창업자 샘 월턴의 말이다. “이 세상에는 단 한 명의 보스가 있을 뿐이다. 바로 고객이다. 고객은 이사회 의장부터 부하 직원까지 회사 내 모든 사람을 해고할 수 있다. 그들이 월마트가 아니라 다른 회사에 가서 돈을 쓰면 그걸로 끝이다.”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라. 고객이 원하는 것을 주고, 나아가 그 이상을 줘라” “고객으로 하여금 우리가 고객에게 감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라. 이렇게 해야 고객들이 우리 점포를 다시 방문할 것이다”라는 말도 했다. 이것이 바로 미국 아칸소주의 자그마한 시골 마을에서 망한 점포를 싼값에 인수해 시작한 월마트가 창립 60년 만에 세계 최고 소매 유통업체로 올라선 비결이다. 구글의 전 최고경영자(CEO) 에릭 슈밋트도 “기업은 주주의 장기 가치가 아니라 고객의 장기 가치를 위해 운영돼야 한다”는 말을 했다. 소비자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이 성공한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소비자나 고객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서비스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필자가 직접 경험해 본 바로도 사우스웨스트보다 낫다. 그만큼 승무원 교육·훈련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필자가 오래 산 홍콩에서도 동료 교수들이 최고로 꼽는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었다. 일본에 가면 허름한 식당이나 편의점에서도 친절을 느낄 수 있다. 잘 드러나지 않는 일본의 엄청난 경쟁력이다. 우리나라에도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감동 수준에 이른 기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최종학(45) 서울대 경영대학 학부·석사과정을 수석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회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학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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