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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캔맥주 값 아십니까

중앙선데이 2012.02.05 01:48 256호 30면 지면보기
언젠가 인터뷰한 한국 대학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를 잘못한다”고 했다. 특정 정책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게 아니라 대국민 소통을 두고 한 말이다. 영국인인 나는 자연스레 토니 블레어 전 총리와 이 대통령을 비교하게 됐다. 지금은 전 세계 대부분이 블레어를 싫어하지만 권력을 잡고 있던 한때 그는 완벽에 가까운 정치력을 발휘했다. 정적이었음에도 데이비드 캐머런 현 총리 같은 이가 그를 여전히 “달인(master)”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오늘날엔 단 한 명의 달인만이 있는 듯하다. 스코틀랜드 국민당을 이끄는 앨릭스 샐먼드가 주인공이다.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쟁취한 역사적 인물로 기억되길 바라는 그는 수년간 독립에 대한 최종 국민투표를 추진하기 위해 애를 써왔다. 여기서 중요한 말은 ‘최종’이다.

런던의 정치인들은 샐먼드 당수보다 덜 똑똑해선지 ‘국민투표는 단합을 파괴한다’며 고집을 피웠고 그걸 가지고 샐먼드 당수가 “스코틀랜드가 제 목소리를 못 내게 영국이 막는다”고 주장한 게 스코틀랜드 주민들에게 먹혀든다. 그래서 독립 지지율도 상승한다. 하지만 캐머런 총리는 최근 “스코틀랜드의 대다수 주민은 여전히 독립을 원하지 않는다며 샐먼드 당수가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앞으로 2~3년 내에 독립 찬반을 ‘간단하게’ 묻는 투표를 하려 한다. 샐먼드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찬반만 아니라 세 번째 질문으로 ‘지방 분권을 찬성하느냐’고 묻자고 한다. 찬성이 커지면 스코틀랜드가 독립된 것에 가까운 권한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스코틀랜드 주민 다수가 세 번째 항목을 지지할 것이란 그의 추측은 맞다. 그리하여 중앙정부로부터 권력을 많이 이양받고 10년 정도 그가 스코틀랜드를 잘 통치한다는 전제 하에 최종 국민투표를 하자는 생각이다.

캐머런은 이 방식을 어떻게든 피하려 할 것이고 그만큼 샐먼드에게 이 점은 유리한 무기가 될 것이다. 영국이 스코틀랜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억압한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컬한 점은 영국인의 다수도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원한다는 점이다. 남부의 12명 중 11명은 ‘스코틀랜드가 영국보다 더 나은 재정 지원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캐머런의 보수당도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스코틀랜드의 대다수가 보수당을 끔찍이도 싫어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회에서 스코틀랜드인이 사라진다면 보수당에 나쁠 것 없고, 캐머런도 재선에 성공할 수 있다. 스코틀랜드에선 정치의 달인인 샐먼드가 세력을 규합하고 있으니 월드컵에서 곧 스코틀랜드 국기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정치 달인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요즘 한국 국회를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대기업의 베이커리 사업을 공격하는 게 정치인들에게 매력적인 전략이 된 듯하다. 은행들, 중소기업에 저금리 대출을 하라는 것도 그렇다. 하지만 이런 것은 이미 나타난 증상에 대한 뒤늦은 치료일뿐, 원인부터 다루는 근본 전략은 아니지 않나.

한국 중소기업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대기업이 수십 년간 시장을 굳건히 장악해 중소기업이 들어오기 힘들다. 독일·일본의 경우와 달리 한국의 중소기업은 허덕인다. 이에 대한 대책은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 만큼 대기업을 벌주는 것인데 굉장히 어렵다.

베이커리 사업과 같은 경제의 아주 작은 부문이, 가격 담합과 같은 더 중대한 이슈보다도 더 큰 이목을 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2010년 통계에 따르면 3505건의 가격 담합이 적발됐지만 66건만 벌금을 물었다. 최근 전자제품 가격 담합에 446억 벌금이 부과됐지만 기업엔 소소한 지출에 불과하다. 그런데 잠깐. 좀 다른 얘기지만 왜 편의점에 진열된 한국 맥주 캔 제품들은 죄다 1750원이지. 아시는 분 있나요.



다니엘 튜더 옥스퍼드대에서 철학·경제학을 전공한 후 맨체스터대에서 MBA를 땄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처음 방한했으며 지난해 6월부터 서울에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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