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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나를 따르라’ 방식 이젠 안 된다

중앙선데이 2012.02.05 01:22 256호 2면 지면보기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를 좋아하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그는 평소 “정치권에서야 무슨 얘기든 할 수 있다”며 국회와 거리를 뒀다. 한나라당 홍준표 전 대표가 “정치인들을 탁상공론하는 사람들, 귀찮은 사람들로 보고 멀리한다”고 이 대통령을 비판했을 정도다. 최고경영자(CEO)의 눈으로 보면 민주주의 정치 과정은 시간 낭비·자원 낭비·정력 낭비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를 듣는 귀찮은 절차를 받아들이는 게 정치다. 그걸 무시하면 ‘나 홀로 정치’가 된다. 야당이 비판하는 ‘불통 정부’가 된다.

새 출발하는 새누리당은 대대적인 개·보수 작업 중이다. 그렇다면 민주적 절차를 받아들이는 걸 등한시했던 이명박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2주 전 비대위에서 “그동안 한나라당은 소통 부족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소통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새누리당이란 집권 여당의 새 당명은 그런 반성과 다짐 속에 나온 첫 작품이다.

그런데 이 당명을 놓고 당이 분란에 휩싸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신들만의 이름 짓기’였다는 것이다. 국민 공모를 받았다곤 하지만 당의 주인 격인 소속 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견해는 묻지도 않았다. 당명 개정을 주도한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도 바뀐 당명을 당일 아침 보고했다”고 말했다. 보안이 명분이었다.
비대위원 대부분은 새 당명에 거부감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당명은 일사천리로 ‘뚝딱’ 변경됐다. 박근혜 진영의 유승민 의원까지 이의를 제기하고 다른 의원들이 가세하자 새누리당은 결국 ‘당명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딱한 노릇이다.

새누리당의 당 운영과 체질이 1인자의 말 한마디에 좌우되던 과거 한나라당의 운영 방식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어째서 과거의 잘못에서 배우질 못하는가. 대통령이나 당 대표가 “내가 다 고민해서 결정했으니 나를 따르라”라고 하는 건 옛날 방식이다. 물론 대통령과 당 대표는 정보도 제일 많고 경험도 많아 현명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이렇게 하려는데 괜찮겠습니까”라고 물어보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거쳐야 한다. 안 그러면 반발과 저항이 나온다. 효율성과 생산성만 앞세우다 결과적으로는 비효율과 비생산성을 양산해 낸 ‘나를 따르라’ 방식의 문제점을 왜 못 고치는가.

당명을 바꾸는 게 전부가 아니다. 아무리 눈이 번쩍 뜨일 당명을 만들어 내도 소용없다. 당명을 바꾸는 과정을 바꾸는 게 진짜로 당이 바뀌는 길이다. 당이 바뀌어야 떠나간 유권자의 신뢰를 다시 찾을 수 있다. 한두 사람에게만 의존하는 일방독주 방식으로는 진정한 쇄신을 기대하기 힘들다. 시대가 바뀌었다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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