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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생각하면 삼수 한다” 약이 되는 멘토의 독설들

중앙일보 2012.02.01 04:30 Week& 1면 지면보기
‘밥상을 차려서 입에 떠먹여주는 것까지는 각오했는데, 턱을 쳐서 씹게 하고 코를 막고 삼켜주기까지 해야 하냐’.


따끔한 한마디에 목마른 멘티들 “이런 조언 기다렸다”

이 말을 들으면 그동안 자상한 대학생 멘토들의 모습만 봐 온 멘티라면 살짝 놀랄 수도 있겠다. 공부 걱정을 안고 사는 중 ·고교 학생들을 향해 멘토들이 보내는 따가운 지적이다. 공신닷컴(www.gongsin.com)과 수만휘(cafe.naver.com/suhui) 같은 수험생 커뮤니티 상담 게시판에는 ‘공부 좀 하게 독설 좀 해 주세요’ ‘따가운 독설 부탁합니다’와 같은 요청이 올라온다. 늘 친절하기만 하던 멘토들도 이때만큼은 독설을 퍼붓는 냉철한 멘토로 변신한다. 멘티들을 정신차리게 만드는 ‘극약 처방’엔 독설만 한 게 없다는 게 멘토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독설 속엔 멘티들에 대한 따뜻한 걱정과 충고가 담겨있다.



독설 멘토링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공신닷컴 학습전략연구소 소장 이종민(28·고려대 환경보건학과 4)씨는 “수험생이 짧은 기간 안에 드라마틱한 결과를 원하다 보니 독설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합격생 수기나 성공적인 공부 방법을 읽고 자신에게도 그런 극적인 계기가 벌어지기를 기대하는 멘티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성공 수기에 나온 공부법을 하루 정도 해보다가 막히면 멘토에게 바로 문의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멘토들이 답답해 하는 질문 중 가장 많은 것은 ‘지금부터 OOO하면 OO대학 갈 수 있을까요’처럼무작정 던지는 고민들이다. 이씨는 “상담 내용을 보면 이미 본인이 무엇이 부족한지 알고 있지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본인의 단점을 누군가가 지적하고 혼내야지만 자신도 그런 역경 극복 성공 스토리를 쓸 수 있다는 기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멘토들은 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직언부터 상황 묘사까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몸이 아파서 공부 계획을 못 지켰다고 울상인 멘티에겐 ‘넌 아프면 공부 못 하니?’라고 가감 없는 직언을 던진다. 조금만 노력하면 금세 전교 1등에 오르거나 최상위권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멘티들에게는 ‘전국 고3의 1%가 7000명인데 네가 그 안에 속하려면 뒤에 72만3000명이 있어야 한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알려준다. 쉽게 얻을 수 있는 열매가 아니므로 힘든 역경을 극복할 각오가 돼 있느냐는 뜻이다.



멘토 이동현(20·연세대 의예과 1)군이 자주 쓰는 표현은 ‘제가 합격할 수 없다고 말하면 공부 안 하실 건가요?’다. 자신의 공부 방법에 의심을 가진 멘티들이 멘토에게 의지해 확인 받고 싶어하는 마음 때문이다. 이군은 “말은 독하게 할지언정 본인의 공부법을 믿고 꾸준히 공부하기를 늘 당부한다”며 멘티들을 향한 애정을 보였다.



독설 뒤엔 “힘들지~ 나도 이해해”라며 격려



멘토들이 멘티들의 마음을 후벼 파는 독설만 하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멘토는 전체 답변 중 독설을 일부에 사용할 뿐 공부 방법과 마음가짐에 관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공신닷컴 인문계·사회탐구영역의 멘토인 서채원(18·정신여고 3)양은 ‘지금 많이 힘들죠. 이해해요’라는 말을 항상 꺼낸다. 2012학년도 연세대 사회학과 압학사정관 전형에 합격한 서양은 “철딱서니없어 보이는 질문이라도 이 학생이 마지막으로 보내는 SOS(긴급구조요청)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모든 조언에 진심을 쏟게 된다”고 말했다. 그런 그도 입시 정보를 구해보려는 노력 없이 정답만 찾는 멘티에겐 ‘편의점 가서 빵 봉지에 적힌 가격은 보면서 대학교 홈페이지 가서 입시 요강은 안 찾아보냐’고 무섭게 나무란다.



독설을 받은 멘티들은 공부할 마음을 다잡아 준 멘토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감사합니다. 따끔한 매 한 대 맞은 느낌이네요. 상담하길 잘한 것 같아요’(공신닷컴 rkdx*****님), ‘멘토님 조언대로 남은 수능 2개월 동안 목숨 걸고 해 보렵니다. 제 마음 딱 잡아줘서 정말 고마워요’(공신닷컴 rlat****님)처럼 멘토들의 쓴소리를 약으로 받아들인다. 같은 쓴소리라도 부모와 달리 멘토들의 말은 달게 받아들인다. 이현제(19·계명대 의예과 입학 예정)군은 “외동으로 자란 요즘 학생들의 주변에 따끔하게 입시 현실을 얘기해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멘토들도 당근과 채찍이 적절히 섞인 멘토링의 효과를 경험한다. 김영준(21·고려대 통계학과 2)씨는 “입시라는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본인의 게으름을 고쳤으면 하는 마음에서 쓴소리를 한다”며 “2~3달이 지나 ‘실제로 독설 효과를 봤다’며 연락 오는 멘티들을 보면 오히려 고맙다”고 말했다.



 하루에 멘토들이 받는 멘토링 건수는 평균 4~5건에 이른다. 이종민씨는 “멘티들에게 답변을 하고 나면 하루가 훌쩍 간다”며 모든 멘토링에 정성을 쏟는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멘티들의 고민을 유형별로 나눠 답변을 복사해서 주고 싶은 유혹이 크지만 개인별 문제를 세세하게 잡아주려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양은 “독설을 하는 이유는 ‘지금 당장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다”라며 “먼저 수능을 치른 선배로서 멘티가 좀 더 적극성을 띠고 입시에 매진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상황별 독설 멘토들의 충고



Q. 멘토님이 가르쳐준 방법대로 공부했는데 변화가 없어요.



A. 매 순간마다 치열했는지 묻고 싶구나. 열 시간 공부한 부분은 칭찬할 만해. 그런데 영어 문장을 읽어 내려가는 매초마다 치열했는지 다시 생각해 봐라.



Q. 멘토님은 어떤 계기로 공부를 했나요? 저도 계기가 필요해요.



A. 넌 80 넘어서도 한 평생 계기만 찾을 거니. 지금 이 쪽지가 너에게 공부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 가족이 돌아가시거나 가문이 풍비박산 나는 극적인 상황까지 벌어지기를 기다리는 건 아니지?



Q. 저는 의대를 꿈꾸는 고1이에요. 그런데 자꾸 공부를 내일로 미루고 집중도 잘 못해요. 성적도 잘 안 나오면서 의대를 꿈꾸는 제가 한심해요.



A. 제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면 공부 안 하실 건가요? 하실 수 있는지 없는지는 본인만 압니다. 정말 간절한 꿈이라면 그런 행동은 안 할 텐데 말이죠. 정말 의사가 되고 싶으면 스스로를 믿고 매일이 시험기간인 것처럼 살아보세요.



Q. 문학은 A 선생님 거로 공부하다 B 선생님으로 갈아탔는데 점수가 오를지 걱정이네요. 외국어 문법은 C 선생님 걸 듣다가 지금은 OO 교재를 쓰고 있는데 공부 방향이 괜찮은지 점검 부탁 드려요.



A. 자신의 공부법을 믿고 나가세요. 지금 공부 법이 틀렸다고 투덜대는 순간 남들은 묵묵하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많은 수험생이 조금 공부해보고 자신의 공부법이 틀려서 성적이 안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법이 잘못된 게 아니고 인내력이 없는 겁니다. 제발 자신을 믿고 꾸준히 공부해 나가세요.



김슬기 기자 (rook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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