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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 “연기는 멘탈게임 … 캐릭터와 끝장 승부 한다”

중앙일보 2012.02.01 00:00 종합 22면 지면보기
조진웅은 롯데 자이언츠의 광팬이다. 선수 매니저로 나왔던 영화 ‘글러브’에서는 공 한번 못 잡아봤지만 ‘퍼펙트 게임’을 찍으며 공과 배트를 원 없이 잡아봤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신 스틸러-. 주연은 아니지만, 강렬한 연기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조연 배우를 일컫는 용어다. 주연 못지 않게 작품을 끌어가는 캐릭터다. ‘약방의 감초’ 수준 이상이다. 한국영화가 성장하면서 ‘신 스틸러’의 비중도 크게 늘고 있다. 그 첫 번째로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조진웅을 만났다.

신 스틸러(Scene Stealer) ① 배우 조진웅



어느 배우인들 판에 박힌 연기를 반복하고 싶으랴. 하지만 이 배우, 이미지 변신이 파격적이다. 조진웅(36) 얘기다.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대왕(한석규)의 호위무사 무휼이 남긴 잔상이 오래갈 것 같았다. 군주에 헌신하는 무사의 기품이 번득였다.



 그가 영화 ‘범죄와의 전쟁’(2일 개봉)에서 180도 달라진 얼굴을 보여준다. 비열한 조폭 보스 김판호를 맡았다. 강직했던 무사가 우악스런 조폭으로 돌변했다. 비위에 거슬리는 이들에게 무차별 린치를 가한다. 왼쪽 뺨에 큰 흉터가 있는 퍼머머리 김판호가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이죽거릴 땐 “나, 무휼 아니라니깐, 젠장”하고 내뱉는 듯 하다.



 그는 영화 ‘우리 형’ ‘베스트셀러’에서 아둔한 바보로 나왔다. 그만큼 배역의 스펙트럼이 넓다. 차기작 ‘완전한 사랑’ 촬영에 바쁜 그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호위무사 무휼(사진 위)을 맡은 조진웅.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선 조폭 보스 김판호(사진 아래)로 변신했다. 현재 찍고 있는 영화 ‘완전한 사랑’에서는 직감력이 뛰어난 형사로 나온다.
 -최근 두 영화(‘퍼펙트게임’ ‘범죄와의 전쟁’)에서 콤플렉스를 가진 2인자 역할을 했다.



 “‘퍼펙트게임’의 롯데자이언츠 4번타자 김용철은 최동원에, ‘범죄와의 전쟁’에서 김판호는 라이벌 조폭보스 최형배(하정우)에 2인자 콤플렉스를 느낀다. 용철의 콤플렉스는 팀워크로 승화되지만, 판호의 콤플렉스는 파국으로 귀결된다.”



 -본인의 콤플렉스라면.



 “20대부터 스타가 된 권상우와 장혁을 보며 나는 마니아층 배우에 불과한 것인가, 하는 자괴감에 빠진 적이 있었다. 서른이 되던 날 밤 술에 취해 거울을 보며 ‘나는 지금 이대로도 멋있다’고 다짐했다. 그 때 에너지가 지금껏 나를 지탱하고 있다.”



 -무휼과 김판호는 괴리가 크다.



 “김판호를 연기하며 내게 정말 조폭 기질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무휼로서 죽을 땐 왕을 끝까지 지키지 못해 정말 송구스러웠다. 전생에 나랏일하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웃음)



 -최근 세 개의 작품을 동시에 촬영했다. 혼란스럽지 않았나.



 “캐릭터를 연구하지 않고는 현장에 가지 않는다. 10년간 연극을 하며 깨친 진리다. 작은 역할일수록 더 꼼꼼히 연구한다. 작품이 끝나면 캐릭터를 완전히 버린다.”



 -나름의 캐릭터 연구 방법은.



 “김판호는 감독과 소통하며 만들어낸 캐릭터다. 깡패 보스라면 술잔을 어떻게 잡을까 이런 것부터 고민했다. 그러다 보면 캐릭터가 살갗을 뚫고 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이 든다. 반면 무휼은 대본을 껴안고 잘 정도로 고민을 많이 했다. 왕의 3보 곁을 지키는, 단순한 로봇은 아니지 않나.”



 -거구(1m85㎝· 85㎏)가 부담스럽지 않을까.



 “영화 ‘우리 형’과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나는 정말 푸짐했다. (웃음) ‘우리 형’ 때는 감독이 바보 두식 역할을 위해 기형적으로 살 찐 몸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그래서 기형적 체형의 자폐아를 찾아내 관찰하고, 정신과 병원에 가서 자료를 받기도 했다. 128㎏까지 몸을 불렸다.”



 -당신에게 연기란.



 “연기도 야구처럼 일종의 ‘멘탈’ 게임이다. 캐릭터에 정면으로 부딪혀서 끝까지 가봐야 한다. 현장에서도 ‘좋은 장면 뽑아낼 때까지 무조건 가는 거다’라고 늘 얘기한다. ‘퍼펙트게임’에서 최동원과 팀을 위해 끝장 승부를 외치는 김용철처럼 말이다.”



 -언제 희열을 느끼나.



 “사람들이 ‘아, 그 작품에 나왔었어요?’라며 놀랄 때다. 배우 조진웅보다 캐릭터가 더 크게 보였다는 증거 아닌가. 담배와 술에 절어 사는, 예민한 조진웅 말고 작품 속 캐릭터를 사랑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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