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성회비 법적 근거 없다’ 1심 판결 … 반환 요구 줄소송 예고

중앙일보 2012.01.30 00:00 종합 6면 지면보기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27일 “기성회비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함에 따라 전국 52개 국·공립대 학생들의 기성회비 반환 소송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재학생·졸업생 등 195만여 명이 2002년도부터 낸 기성회비에 대해 반환소송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 550만원 낸 서울대 졸업생
2200만원까지 돌려받을 수도

 29일 법원과 교육부 등에 따르면 기성회비를 돌려받으려면 각 대학 기성회를 상대로 소송을 내 승소해야 한다. 그런데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의 민법상 소멸시효는 10년이다. 따라서 2002년도를 포함해 지금까지 기성회비를 낸 대학생과 졸업생 195만여 명이 소송을 낼 수 있다. 1999년부터 기성회비를 폐지한 사립대와 달리 국·공립대는 등록금의 80% 정도를 기성회비로 받아왔다. 서울대 학생 한 명이 지난해 납부한 기성회비는 550만원. 등록금의 87.6%를 차지하는 액수다. 한 해에 550만원의 기성회비를 낸 서울대 졸업생이 대학 재학 기간(통상 4년)에 낸 기성회비 전액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2200만원을 돌려받는다. 결국 195만 명이 모두 소송을 낸다고 가정하면 학교 측이 반환해야 하는 기성회비는 10조원이 넘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액 반환 여부는 2심, 3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1심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김병철 공보판사는 “1심 판결 취지대로라면 기성회비 전액을 돌려주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기성회비를 모두 반환하라는 최종 판결이 나오면 국·공립대가 재정난에 빠질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김 판사는 “기성회와 학교는 별개”라며 “회비 반환의 주체는 각 대학 기성회”라고 말했다.



 ◆국·공립대, 판결 수긍 못해=전국 26개 국공립대학(4년제) 모임인 국공립대총장협의회는 다음 달 2일 총회를 열고 기성회비 문제에 대해 집중 논의키로 했다. 김윤수(전남대 총장) 회장은 “(기성회비 반환 판결은) 충격적인 소식이었다”며 “기성회비 문제 개선에 앞서 정부의 재정 지원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200여 개 4년제 대학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황대준 사무총장은 “국립대는 재원이 정부 예산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기성회비 인상을 통해 대학재정을 충당해왔다”며 “이를 암묵적으로 인정해온 정부의 책임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한 국립대 교수도 “재정 지원을 현실화해주지 않고 기성회비를 올려 등록금을 인상하도록 방조한 것은 교과부”라며 “문제는 정부의 잘못된 제도인데 대학만 매를 맞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는 기성회비 반환 문제는 국·공립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자문 대학선진화관은 “89년부터 기성회비 운영을 대학 자율에 맡겼고 이번 판결은 대학의 잘못된 운영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만·채윤경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