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요즘은 물리적 영토 아닌 ‘두뇌 영토’ 경쟁 시대

중앙일보 2012.01.30 00:00 종합 30면 지면보기
이상희 대한변리사회 회장은 “자동차 300만 대 수출과 맞먹는 수익을 영화 ‘아바타’ 한 편이 냈다”며 “이것이 바로 지식상품의 위력”이라고 말했다. [변선구 기자]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할 무렵 미국경제가 금융위기로 크게 흔들리지 않았습니까. 그 때 오바마가 생각한 게 지식산업입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와 국가경쟁력이 생긴다고 본 것이죠. 백악관에 지적재산 집행조정관이라는 막강한 자리를 새로 만들고, 특허청장에 특허보유 세계 1위 IBM의 특허책임자를 앉혔어요. 또 특허 생산속도를 높이기 위해 특허청 규모를 세 배로 늘리고 발명시점 대신 출원시점을 중시하는 제도로 바꿨어요. 더 주목할 게 있습니다. 개도국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우수 젊은이들에게 이민 문호를 크게 넓혔어요. 과거 영토자원 경쟁시대에는 땅이 넓어야 하니까 텍사스·알래스카 등을 손에 넣은 건데, 지금은 이렇게 두뇌영토를 넓혀가려고 하는 겁니다.”


10월 ‘글로벌 IP서밋’ 유치한 이상희 대한변리사회장

 이상희 대한변리사회 회장(74·전 과기부 장관)은 IP(Intellectula Property·지식재산권, 이하 지재권) 분야에서 미국의 발빠른 움직임을 이렇게 전했다. 미국만이 아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세계 지재권 출원 1위로 올라섰다. ‘글로벌 IP 서밋’은 이런 와중에 탄생한 전 세계 IP분야 전문가들의 모임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폭적 지원아래 지난 2010년 워싱턴에서 처음 열렸다. 현재 회원국은 북미·유럽·아시아·남미 등 14개국이다. 지난해 서밋은 로마에서 열렸고, 올해는 한국에서 10월에 열린다. 만장일치로 한국 개최를 이끌어낸 이 회장을 만나 그 의미를 들었다.



 - 글로벌 IP 서밋이 왜 중요한가.



 “영토전쟁에서 서로 친하게 지내면 쉽게 싸우지 않는다. 특허전쟁도 마찬가지다. 지금 삼성과 애플의 법정대결은 시작에 불과하다. 싸우지 않고 파이를 키워 윈윈하는 길을, 또 일종의 교통법규에 해당하는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 관련 국제기구가 또 있을텐데.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는 유엔 산하이다 보니 좀 보수적이다. 또 세계 각 민간기구들은 대개 상표, 특허 등 각 분야 위주다. 지재권은 상표·의장·실용신안·특허·저작권 등 상당히 넓은 개념이다. 이게 서로 융합되기도 한다. 이를 한데 아울러 분쟁을 피하고 협력할 소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 한국 개최는 어떤 의미가 있나.



 “지식사회의 변화를 주도하자는 의미다. 과거 산업혁명에서 우리가 뒤쳐졌던 역사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글로벌 IP 서밋이 이제 세 살배기라고 치면, 이를 한국이 주도해 물리·화학·정보통신·생명과학 등 전문분야별 지식재산과 특허제도를 논의하는 지식올림픽으로 키워나갈 수 있다.”



 이 회장은 지재권과 관련해 “자라나는 세대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제임스 캐머런(영화 ‘아바타’ 감독)은 모두 대학졸업장이 없는 디지털 영웅입니다. 이들은 교실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학교로 삼아 배운 겁니다.”



 이 회장은 10월의 글로벌 IP 서밋은 12월 대선을 앞두고 “국내 지재권 논의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