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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의 진단 … 문제는 리더십이야

중앙일보 2012.01.30 00:00 경제 1면 지면보기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왼쪽)이 26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서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리더십이 문제다. 9년째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가한 김영훈(60) 대성그룹 회장은 29일 유럽발 경제위기 확산의 원인을 이렇게 결론냈다. 그는 이번 포럼을 관통한 키워드로 ‘하이퍼커넥티비티(Hyperconnectivity·초연결사회)’를 꼽았다. 25일(현지시간) 개막해 29일 폐막 때까지 각종 토론에 참가한 김 회장은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서로 간 긴밀하게 연결되는 현상이 경제 영역에서도 다르지 않다는 걸 전제로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고 말했다. 특히 유럽의 리더십 취약성이 전 세계 경제위기를 부추겼다는 주장이 큰 호응을 얻었다고 그는 전했다. 김 회장은 27, 28일 e-메일과 전화로 현지 소식과 소감을 알려왔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의 다보스 통신

 ◆용기 있는 리더십 필요=개막 첫날 미국 주간지 타임이 주관한 ‘자본주의 논쟁’ 세션에서 공정성 논란이 부각됐다. 샤론 버로 국제노총(ITUC) 사무총장은 자본주의가 ‘도덕적 나침반’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하며 새로운 자본주의 모델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소득의 불공정은 기업의 책임보다는 글로벌 마켓의 출현, 혁신, 신기술 개발 등 새로운 변수들이 만들어 낸 예측 불가능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백가쟁명(百家爭鳴)식 의견 중 눈길을 끈 건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의 이야기였다. 그는 ‘자본주의 수정’이라는 세션에서 “자본주의가 문제가 아니라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고치지 못하는 나약한 리더십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 역시 지금의 유럽과 비슷한 위기를 겪었다. 1997년 말 이후 긴축재정과 부실기업 워크아웃을 진행하면서 2~3년 만에 경제를 다시 성장궤도에 올려놓지 않았나.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유럽 국가들의 자구노력은 지지부진하고, 위기는 더욱 심각한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개막 연설에서 지적한 것처럼 유럽 국가들이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자구노력을 하지 않는 한 구제기금 조성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브로니스와프 코모로프스키 폴란드 대통령이 “현재 유럽연합(EU) 국가들에 가장 필요한 것은 신뢰를 회복하는 조치를 과감하게 실천하는 용기”라고 한 말에 공감한다.



◆서비스 분야 고도화로 실업 해소=청년실업이 만성적인 현상으로 굳어지는 데 대한 우려가 많았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도 경험했지만 수년간 이어지는 경기 침체는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들에게 큰 좌절을 안겨준다.



미국 MIT의 피터 다이아몬드 교수는 “수백만 젊은이의 사회 진출이 가로막혀 기술훈련과 직업경력을 쌓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2년간의 자원봉사 프로그램, 인턴십 제도 확대 등이 제시됐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하루빨리 경기가 회복되는 것 외에 뚜렷한 대안은 없는 것 같다.



 이 때문인지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창의적이고 도전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신기술 분야는 고용창출에 별로 효과적이지 못하고 오히려 의료·교육 등 서비스 분야를 고도화함으로써 신규 고용을 이끌어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이야기가 설득력있게 들렸다.



 ◆자본주의 대안 못 찾아=올해 다보스 포럼의 주제가 ‘변화: 새로운 경제 모델 만들기’인 만큼 획기적인 대안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 거대 담론은 빛을 보지 못했다.



스웨덴의 안데르스 뵈르그 재무장관이 자유로운 이윤 추구를 허용하되 이윤에 대해서는 사회적 책임이 뒤따르는 자국의 경제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식 경제 모델을 가진 국가에서는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양한 논의의 공통점이라면 시장경제 게임의 규칙을 21세기적인 환경에 맞게 바꿔 불공정과 빈부격차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 비중 유지해야=관심을 갖고 참여했던 에너지 관련 세션들에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인해 원전 비중을 축소하려는 일부 국가의 정책방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원전 축소는 화석에너지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에너지 수급에 압박이 될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그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등 다른 대안이 마련되기까지는 원전 비중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하이퍼커넥티비티(Hyperconnectivity)



소셜 미디어 및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 과거보다 긴밀해진 초연결사회. 사람과 사람, 사람과 단말기, 단말기와 단말기 간에 e-메일, 문자메시지, 전화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장치로 연결돼 있음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기업이나 국가 간 관계에도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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