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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인사이트] 주가조작 과징금 부과 입법, 법무부는 왜 반대할까

중앙일보 2012.01.30 00:00 경제 3면 지면보기
나현철
금융팀장
금융당국은 요즘 동네북입니다. 지난해부터 저축은행과 론스타·외환은행 등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난타당하고 있습니다. 대응은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사안마다 시각이 다를 수 있고, 일부는 우리 잘못도 있었지 않느냐”는 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당국자들의 반응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분노’를 감추지 않는 이슈가 있습니다. 바로 다른 정부기관의 ‘밥그릇’ 요구입니다. 금융위는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며 과징금제도 도입에 의욕을 보였습니다. 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를 하고도 처벌을 받지 않는 사각지대가 많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현행법은 불공정 거래 사범에 대해 검찰 고발이나 통보만 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혐의가 딱 떨어지지 않거나, 부당 이득 규모가 작은 사람들은 법망을 빠져나가게 됩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제도 도입이 좌절됐습니다. 법무부가 반대한 탓입니다. ‘불법행위인 불공정 거래를 행정처분인 과징금으로 처벌하는 게 적절치 않고, 남용의 여지도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면서 금융위 내 증권선물위원회 위원 자리와 제도 도입을 맞바꾸자는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금융위가 이를 거절한 건 물론입니다. 법무부의 요구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5월 총리실에 설치된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에 의견서를 냈습니다. ‘조사·감리 업무를 금감원에서 떼어 법무부 관할로 두자’는 내용입니다.



 화살을 날리는 건 법무부뿐만이 아닙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금융시장 안정기능’과 ‘금융회사 조사권’을 가져갔습니다. 국세청은 고액체납자에 대한 금융거래 조회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자들은 “이 모두가 ‘감독체계 일원화’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금융감독은 일관성이 있고 유기적이어야 합니다. 기능과 권한이 여러 곳으로 쪼개지면 제대로 일하기가 힘듭니다. 은행·증권 등으로 나뉘어 있던 감독기구를 지금의 금감원으로 통합한 취지에도 어긋납니다.



 그럼에도 다른 기관의 ‘밥그릇’ 요구가 이어지는 이유가 뭘까요. 전문가들과 시장은 두 가지를 지적합니다. 우선 지금의 감독체계 자체가 기형적이란 겁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수장이 다르고, 정책과 감독의 경계도 애매합니다. 모두가 ‘국제공조’를 외치지만, 국제금융은 또 기획재정부 소관입니다. 다른 곳에서 숟가락을 얹기 겁나는, 일사불란한 체제가 아닙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적전 분열’도 한몫을 합니다. 두 기관은 몇 달 전 금융소비자보호원의 권한과 위상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감정싸움을 했습니다. 국민과 공익을 위해 최고의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는 인상을 주지 못했습니다.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 감독체계의 근본적 혁신이 없다면 외부의 ‘밥그릇’ 요구는 끊이지 않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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