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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유 “회장추천위에 후임 요청”

중앙일보 2012.01.28 00:00 종합 12면 지면보기
27일 기자회견하고 있는 김승유 회장. [연합뉴스]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또 다른 고민에 휩싸였다. 자신의 진퇴 문제다. 김 회장은 그동안 “외환은행 인수가 결정되면 거취를 분명히 밝히겠다”고 해왔다. 당국과 시장은 이 말을 “다음 달 말인 임기가 끝나면 퇴진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퇴진 선언 왜 안 나왔나

 하지만 27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김 회장의 입에선 분명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기쁘다,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하면서도 거취 문제에 대해선 말을 흐렸다. “3월 말 임기가 끝나고 나이도 있어서 회장추천위원회에 후임에 대한 검토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지배구조에 대한 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만 했을 뿐이다.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도 “고민스럽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가 밝힌 사정은 이렇다. 김 회장은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주변에 밝혀왔다. 후임자를 물색하기 위해 다양한 외부 인사를 만나 조언과 검증작업도 했다. 하나금융 내부의 만류하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명예롭게 물러날 테니 좋은 대안을 찾아달라”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 25일엔 윤용로 부회장 등 그룹 내 고위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27일 인수 승인이 나면 (물러나겠다는) 발표를 하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두 가지 변수가 결단을 가로막았다. 외환은행 인수 마무리와 후계자 문제다. 25일 김 회장의 통보를 받은 그룹 내 인사들은 한목소리로 반대했다. “김종열 지주 사장도 사퇴를 밝혔는데 회장까지 물러나면 두 은행의 통합을 끝낼 사람이 없어진다”는 논리였다. 김 회장 방에는 27일 오전까지 “1년이 아니면 반년, 3개월이라도 계셔 달라”며 퇴진을 만류하는 임원들이 줄을 이었다.



 후계자 물색도 생각보다 진척이 없다고 했다. 적임자라고 생각해온 외부 인사들이 소소한 흠결이 있거나, 하나금융 회장 자리를 달가워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오해받는 게 싫다”고 강조했다. 여건이 안 돼서 공표하지 못할 뿐이지 이미 마음의 결정을 해뒀다는 얘기다. 그는 “주위에 뒤도 돌아보지 않겠다’고 말해 왔다”며 “내 결심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말을 아끼면서도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김 회장이 간담회에서 거취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이에 관한 언급이 없자 “후임에 대한 검토를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말이 곧 그만두겠다는 말이 아니겠느냐”고 물러섰다. 일각에선 “김 회장이 물러나겠다고 하고 주변에서 말리는 모양새가 1년 전 연임 때의 데자뷰”란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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