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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예산 1000억 축구협회, 주인 없는 회사 같다”

중앙일보 2012.01.28 00:00 종합 22면 지면보기
대한축구협회의 비리와 난맥상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절도와 횡령을 저지른 직원을 고발하고 징계하기는커녕 해임하면서 1억5000만원의 위로금까지 지급했다. 축구협회 수뇌부의 더 큰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직원의 입막음을 시도한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김진국 축구협회 전무가 사퇴했지만 축구팬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축구인들도 한목소리로 “터질 게 터진 것”이라며 “더 큰 비리가 감춰지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축구협회 수뇌부를 의식한 듯 실명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협회 비리 의혹, 축구인들 반응
축구하는 사람들 다 저런가
인식 퍼질까봐 가장 두려워

 ◆전 축구협회 임원=축구팬들과 일반인들이 ‘축구하는 사람들은 왜 다들 저러나’라는 인식을 가질까봐 가장 우려스럽다. 축구가 국민들의 가슴에 심어준 좋은 기억마저 다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일이라 안타깝다. 협회 고위층은 이제 외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과 축구를 이용하는 사람은 구분돼야 한다. 지금 협회 고위층은 축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전 축구대표팀 감독=축구협회 비리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체 감사가 있지만 엉터리다. 예산 집행 관련 감사 규정이 있어야 한다. 축구협회의 1년 예산이 1000억원이 넘는다. 문화체육관광부나 대한체육회에서 감사하는 규약이 있어야 한다. 산하단체의 예산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 프로축구 감독=현 집행부는 축구인이 맡은 첫 집행부다. 협회를 잘 운영하길 바랐는데 마음이 무겁다. 이러면 앞으로 축구인이 축구협회를 맡아야 한다는 얘기도 못하게 된다. 조중연 회장이 출발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게 아닌가 싶다. 회장이 일을 잘하겠다는 것보다는 다음 선거에서 연임할 생각만 강한 것 같다. 집행부가 축구 발전보다 자기들 밥그릇 챙기는 것만 신경 쓴다.



 ◆프로축구 단장 A=경찰이나 검찰, 감사원 등 외부 공적 기관의 수사나 감사가 필요하다. 이번 상황은 직원 한 명의 공금횡령 의혹이 아니다. 축구협회 수뇌부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 대한 의문이 불거지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조사도 이뤄져야 한다. 비리 혐의가 추가로 드러난다면 관련이 있는 사람은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



 ◆프로축구 단장 B=축구협회가 계획도 철학도 없다. 그리고 파벌이 너무 세다. 김진국 전무만이 책임질 일이 아니다. 회장을 포함한 집행부 전체가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 리더가 먼저 자신의 책임을 얘기하면 자연스럽게 조직 전체에서도 쇄신의 분위기가 생기지 않겠는가. 축구협회 행정이나 회계 등 전문 인력이 늘어나야 한다.



 ◆프로축구 단장 C=축구협회의 자정 기능이 상실됐다. 물이 고이면 썩는다는 말이 맞다. 집행부의 일 처리가 너무 서투르다. 기업에서 그랬다면 징계해고가 당연하다. 1000억원대의 예산을 다루는 축구협회가 마치 주인 없는 회사 같다. 행정 책임자가 물러나고 집행부 쇄신도 필요하다. 현 집행부는 회장의 측근들로만 구성됐다.



정리=한용섭·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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