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경주 “골프는 무죄”

중앙일보 2012.01.28 00:00 종합 23면 지면보기
최경주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벌어지는 유러피언투어 HSBC 챔피언십에 출전 중인 최경주(SK텔레콤)도 그랬다. 25일 프로암 파티장인 에미리트 팰리스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최경주의 숙소인 이 호텔은 투숙객과 레스토랑에 예약을 한 사람만 입장할 수 있다. 순금 자동판매기가 있고, 천장도 순금으로 장식돼 있다. 아시아 최고 골퍼로서 그는 타이거 우즈나 루크 도널드처럼 왕족 대접을 받고 있다. 이렇게 화려한 곳에서 그는 한국에 대한 걱정을 했다.


아부다비서 한국골프를 말하다

 -오랜만에 유럽 투어에 나왔다.



 “아부다비에서 지난 6년간 나를 초청했다. 올해도 거절하면 앞으로 영영 이곳과 인연이 끊길 것 같아 왔는데 대접이 융숭하다.”



 -호텔이 진짜 궁전 같다.



 “방값도 아주 비싸다고 한다. 내가 자는 방은 1박에 2000달러 정도 되는 모양이다. 방이 너무나 커서 화장실에서 일 보고 있을 때 누군가 노크하면 문제가 생긴다. 세 번 초인종을 눌러서 사람이 안 나오면 청소를 하는 직원이 그냥 들어오기 때문에 후다닥 달려가야 하는데 화장실에서 문까지가 50야드는 되는 것 같다. 화려한 시설은 부러운 게 아니다. 프로암 파티장에 온 분들 모두 고관대작에 기업가 등 VIP들인데 아주 겸손하고 에티켓을 잘 지킨다.”



 -한국에서는 아닌가.



 “리더분들이 특별대우를 받으려 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그분들이 소탈하게 하려고 해도 비서들이 그렇게 하게 두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다 보니 아직도 한국은 선진국이 되려면 고칠 일이 있는 것 같다.”



 -문화를 바꾸는 것이 불가능할까.



 “그렇지는 않다. 지난해 내 이름을 건 대회를 만들면서 휴대전화 없는 대회를 하자고 했을 때 모두들 반대했다. 그러나 스폰서인 CJ그룹 이재현 회장과 ‘갤러리가 100명밖에 안 오더라도 한번 해보자’고 했다. 내가 아는 사람 10명, 회장 친분 있는 분들 10명 등 그렇게 모으면 100명은 되지 않겠느냐면서다. 어려웠지만 결국 성공했다. 바꾸려고 하면 바꿀 수 있다고 본다.”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 같다.



 “그런가? 사실 태국의 통차이 자이디, 피지의 비제이 싱 등은 외교관 여권을 갖고 다닌다. 뛰어난 골퍼는 외교관 이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서다. 골프라는 스포츠의 특성 때문에 큰 대회에서 우승하면 나라의 위상이 많이 올라간다고 본다. 조심스럽지만 큰 대회에서 우승하는 젊은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한국에서 골프를 잘한다고 병역을 면제해 주는 것은 정서상으로 어렵지 않은가.



 “왜 골프가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됐는지 생각해 보자. 골프에 각종 세금을 다 붙인다. 당연히 그린피가 비쌀 수밖에 없다. 법을 만드는 분들이 서민들 위한다고 그렇게 했다. 골프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 편가르기가 되어버렸다. 그러면서 본인들은 대부분 골프를 한다. 언론은 그걸 잡아내서 ‘누가 3·1절에 골프를 쳤다’는 등의 보도를 한다. 골프는 죄가 없다. 그렇게 만든 사람들이 죄다.”



 -최경주 재단 직원의 횡령 사건이 보도됐다. 어떻게 된 것인가.



 “재단 돈이 아니다. 가족의 노후기금을 관리하던 사람이 최근 재단에 들어갔는데 그 사람이 우리 돈을 횡령한 것이다. 프로가 되어 처음 우승했을 때 받은 적은 돈으로 시작해 차곡차곡 모아 보험사에 넣어둔 9억원이다. 그걸 빼갔다. 유명 보험회사에 넣어둔 돈을 본인도 모르게 빼낼 수 있다는 허술한 시스템을 알고 놀랐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