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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60년 해로 부부 한 날 한 시에 … 중환자실 이야기

중앙일보 2012.01.28 00:00 종합 19면 지면보기
당신이 있어

외롭지 않습니다

전지은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256쪽

1만3000원




병원은 삶의 축소판이다. 생로병사(生老病死)가 모자이크를 이룬 이 공간은 누군가에게 희망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절망의 동의어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생과 사의 갈림길 같은 중환자실에서 펼쳐지는 삶의 광경은 더욱 압축적이다. 미국 콜로라도 펜로즈 병원 중환자실의 한국인 간호사인 저자의 눈에 비친 풍경도 다를 바 없다.



 중환자실에 몸을 누인 환자와 이를 지켜보는 가족은 인생의 복병에 일격을 당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위로. 책은 그들에게 손을 내밀고 어깨를 두드려주며 외로움을 달래줬던 한 간호사가 더듬어 나간 위로의 기억이다.



 낯설고 물 설었던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갔던 개인적 경험은 저자가 이들의 외로움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까닭에 그는 “간호사이기 이전에 그들을 응원하는 동반자가 되고 싶었다”고 털어놓는다.



 저자의 말대로 병마와 사투를 벌이는 중환자실의 일상은 그야말로 ‘드라마’의 연속이다. 60년을 함께했던 노부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는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다. 아내가 수술을 받은 뒤 의식을 잃고 죽음을 앞두게 되자 남편도 갑자기 ‘타코쓰보 증후군’으로 쓰러진다. 심장마비와 비슷한 이 병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사랑이 깨져서 죽을 것 같은 스트레스 상황이 생겼을 때 발병하는 상심 증후군. 이들 부부는 호스피스 병원으로 옮겨진 며칠 뒤 같은 날 세상을 떠났다.



 생사를 오가는 중환자실이다 보니 저자는 연명 치료와 안락사, 장기 기증 등 예민한 문제도 건드린다. 인생의 마침표 언저리에서 우리가 직면할 수밖에 없는 화두다. 환자 보호자가 머물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와 퇴원 후 환자에게 제공되는 각종 의료 및 사회복지 서비스 등 미국 의료 제도의 일면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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