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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청소년] 고마워, 내 이야길 들어줘서 … 미안해, 널 더 돌보지 못해서

중앙일보 2012.01.28 00:00 종합 20면 지면보기
말하는 까만 돌

김혜연 글, 허구 그림

비룡소, 188쪽, 9000




초등학생 지호는 새와 말하는 아이다. 동물과 소통하는 초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으니 새나 벌레들에게 말을 건네는 습관이 들었을 뿐이다. 새나 벌레는 지호를 피하지도, 따돌리지도 않으니까. 집에서도 수다 떨 일이 별로 없다. 엄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뒤 아빠는 말을 잃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와 말하는 습관은 가뜩이나 키 작고 아토피가 있어 놀림 받던 지호에게 놀림거리 하나만 더 보태주고 만다. 게다가 형규 일당은 놀리는 데 더해 괴롭히기까지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호는 형규를 피해 도망가다 우연히 까만 돌멩이 하나를 줍는다. 그런데 이 까만 돌, 진짜로 말을 한다. 아니, 말은 많지 않지만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독특한 돌멩이다. 지호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까만 돌에게 털어놓는다. 그런데 가만히 듣고만 있던 돌이 지호에게 묻는다.



 “이유 없이 괴롭힌다고? 그런데 왜 당하고만 있는데?”



 그날 이후 지호는 형규에게 맞설 용기를 낸다. 학교 생활에도 왠지 자신감이 붙는다. 모든 게 까만 돌 덕분이다. 그런데 서랍 안에 고이 넣어놨던 돌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 지호는 애가 탄다. 다행인 건 까만 돌 없이도 견뎌낼 힘이 생긴 뒤라는 점. 까만 돌은 말을 잃은 아빠를 거쳐 형규에게 흘러 들어간다. 다 큰 어른에게도, 친구를 괴롭히는 말썽쟁이에게도 말 못할 고민은 있었다. 누구에게든 이야기 들어줄 상대는 필요한 셈이다.



 까만 돌에겐 상담 법칙이 있다. 이야기 중간에 끼어들지 않고, 자기 생각과 다르다 해서 꾸짖거나 나무라지 않으며, 말 하기 보다는 듣기가 먼저라는 3원칙이다. 잘 말하는 것 못지 않게 잘 듣는 일도 중요함을 깨닫게 해주는 포근한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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