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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KTX 민영화 방침, 철회되어야 하나

중앙일보 2012.01.28 00:00 종합 28면 지면보기


정부의 고속철도 민영화 방침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브레이크를 걸고 나왔다. 그러나 정부는 4월 총선 이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국토해양부는 30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토론회를 연다.



독점 아닌 경쟁으로 성장해야



김영국
한국철도시설공단 수도권본부장
우리나라 철도 운영은 113년간 코레일 독점이었다. 정부가 철도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들에게 더 싸고 질 좋은 철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경쟁체제를 도입하려고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민간 기업이 철도 운영을 하게 되면 수익성만 추구한 나머지 철도 안전이 위협받고 요금이 인상된다는 등 여러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해외 철도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자. 독점의 폐해를 막고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철도 구조개혁을 통해 철도 운영에 민간을 참여시키고 있다. 일본은 1987년 기존 국철을 7개 회사로 분할했고, 영국을 포함한 유럽 대부분의 국가 및 미국 등에서도 철도 운영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있다.



 민영화로 운영권이 분할될 경우 안전은 얼마나 담보되나. 운영권 분할로 철도사고가 많아진 사례로 영국을 많이 얘기한다. 그러나 영국은 구조개혁 초기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제도 개선, 즉 주기적인 경쟁입찰을 통해 성공적 운영자에게는 계약 연장 및 정부 지원 등 인센티브를 주고 실패한 운영자는 과감히 교체한 결과 연간 사고 건수가 1996년 1753건에서 2005년 106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우리도 서울지하철 9호선, 신분당선 등 민간철도 운행 회사들과 광역지자체 공기업들이 철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개통한 신분당선 강남~정자 구간의 경우 민간 사업자가 건설하고 운영하는 모델이다. 최첨단 시설로 기관사가 없는 무인운전시스템을 도입해 하루 10만여 명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운영권 분할이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기우다. 오히려 코레일이 운영하는 열차에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광명역 KTX 탈선사고, 역주행, 잦은 고장과 열차 지연 등. 철도 안전은 누가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관리하고 감독하느냐의 문제다.



 그렇다면 요금은 어떻게 될까. 독점에서 경쟁체제로 전환되면 요금은 인하되고 서비스는 좋아지게 마련이다. 우리나라 철도요금은 상한제로 운영되고 있어 철도 운영자가 마음대로 요금을 올릴 수 없다. 경쟁으로 요금이 낮아지면 이용객 수가 늘고, 그만큼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커지게 된다.



 민간 사업자가 충분한 운영 기술을 보유하고 제대로 영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근거 없다. 2009년 현재 우리나라 철도 운영자는 코레일 약 3만 명, 광역지자체 철도운영 공기업 약 2만5000명 등 총 5만5000명이다. 매년 2000여 명 상당이 퇴직 또는 이직하는 것으로 볼 때 운영 기술인력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 민간 운영자가 이들 인력을 고용하고 교육한다면 기술경쟁력은 결코 코레일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



 경쟁체제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코레일도 진정 국민들이 원하는 고품질의 철도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민간 기업과의 경쟁체제를 통해 조직을 발전시켜야 한다. 철도 민영화가 철도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김영국 한국철도시설공단 수도권본부장



철도사업 공공성을 생각해야



이철
전 코레일 사장
정부가 일부 고속철도 운영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치권의 우려와 반대여론으로 추진 시기를 총선 이후로 늦췄다. ‘정치적 눈치 보기’도 문제지만 더 우려되는 점은 정부의 균형감각 부재다. 공기업은 공공성과 기업성이 균형을 이뤘을 때 국민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기업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다 보니 중요한 한 축인 공공성은 실종되고 “독점의 폐해 타파”니 “운임 20% 인하”니 하는 선정적인 문구만 부각되고 있다.



 기업성의 핵심은 효율과 경쟁이다. 싼 요금으로 좋은 서비스를 마다할 사람은 없다. 코레일도 이를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들이대는 효율과 경쟁의 잣대가 모순투성이라는 데 있다. 정부는 연간 수천억원의 영업적자 등을 예로 들어 코레일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코레일이 민간 부문처럼 효율성만 고려한다면 적자노선을 폐지하면 간단하게 해결되지만 공공이익을 위해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일반철도와 화물열차를 운영하고 있다. 코레일이 제공하는 법정 공익서비스(PSO)에 대한 정부의 보상은 비용의 일부일 뿐 여기서조차 역시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공기업을 민간 부문과 동일선상에 놓고 효율성을 거론해서는 안 된다.



 코레일의 영업적자와 누적 부채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선로 사용료 납부에도 원인이 있고, 운임 인상이 어려운 것 등 정책적 요인도 있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코레일은 지속적인 경영 개선 노력으로 영업적자 폭을 계속 줄이고 있다. 정부의 경영 평가와 청렴도 평가에서도 공기업 중 상위권에 진입했다. 코레일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27개 공기업 중 25위로 최하위권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공정하고 투명한 ‘게임의 규칙’이 없다는 것이다. 경쟁을 시키려면 정부는 동일한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게임이다. 그런데 효율성이 가장 높은 알짜배기 고속철만 민간에 개방한다면 과연 누가 공정한 게임이라고 하겠는가. 운임이 20% 인하된다는 주장은 위장된 선전도구에 불과하다. 철도산업의 특성인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을 면제해 주는 특혜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국가 기간산업의 체제 전환을 꾀하는 일에 모순과 의혹이 얽혀 있어서는 곤란하다. 이 문제가 잘못될 경우 그 사회적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책임은 누가 지는가. 경부고속철도와 인천공항철도에 대한 잘못된 수요 예측 등으로 철도산업이 신음하고 있는데도 오늘까지 책임지겠다는 관료는 단 한 명도 없고, 오히려 코레일에 잘못을 떠넘기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철도 부채 문제를 걱정한다면 민간기업보다 훨씬 나쁜 조건으로 코레일에 억지로 떠넘겼던 인천공항철도부터 다시 민간에 되돌려 줘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민영화가 효율화를 이루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다면 태백선이나 충북선 같은 벽지노선부터 민간에 맡기고 볼 일이다.



이철 전 코레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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