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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 돈봉투 수사에 협조하라

중앙일보 2012.01.28 00:00 종합 30면 지면보기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은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의 ‘300만원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한나라당과 박희태 국회의장을 맹비난해 왔다. 한나라당에 대해선 ‘돈봉투당’ ‘부패한 당’이라고 낙인 찍으면서 돈 살포 의혹의 전모를 밝히라고 했고, 박 의장을 향해선 의장직을 즉각 사퇴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그런 민주당이 자기네 돈봉투 문제에 대해선 눈을 감고, 입도 다물고 있다.



 KBS는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치러진 민주당 예비경선 때 투표권을 가진 중앙위원들에게 150만~300만원의 돈봉투가 뿌려졌다고 당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앞서 인터넷매체인 오마이뉴스는 ‘예비경선 직전 영남지역 당협위원장들에게 50만~500만원이 든 봉투가 살포됐다’고 보도했다. 민주당도 한나라당만큼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



 예비경선 때 교육문화회관 폐쇄회로TV(CCTV)에 찍힌 기록을 분석 중인 검찰은 민주당에 700여 명의 중앙위원 명단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CCTV 기록 검토 과정에서 의심할 만한 영상이 나올 경우 관계자 신원을 확인하는 등 수사를 원활히 하기 위해선 명단이 필요하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압수수색 영장을 가져오라”며 거부했다. “정당법상 당원 명부는 압수수색 영장이 있어야 내줄 수 있는데 중앙위원 명부는 당원 명부에 준한다”는 이유에서다. 핵심 당원인 중앙위원 700여 명의 명단을 내주는 게 수백만 명의 일반당원 명부를 넘겨주는 것과 똑같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중요한 건 민주당이 수사에 협조할 뜻이 없는 걸로 비친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제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각오하고 돈봉투 문제를 깨끗하게 정리하려 한다면 중앙위원 명단을 선뜻 넘겨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 스스로 부정을 저지른 사람을 찾아내 처벌하지 못한다면 검찰의 수사에라도 협조해야 한다. 혹시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민주당을 찾는 상황을 조성한 다음 ‘검찰이 야당을 탄압한다’는 구호로 정치공세를 펼 생각이라면 “돈봉투 문제를 덮기 위해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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