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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유주열] 한중(韓中)의 새로운 가족 풍속도

중앙일보 2012.01.20 09:42
설날 명절이 되면 할아버지 할머니를 중심으로 모든 친척가족이 한 곳에 모여 든다. 명절 인사로 가장 먼저 나누는 관심사가 서로의 건강이고 다음은 가내 두루 평안한 것인데 결혼 적령기의 자녀를 둔 친척들은 자녀의 결혼이 인사에서 빠지지 않는다. 적령기가 지난 자녀들이 이러한 대가족 모임을 기피하는 것도 결혼에 대해 친척들의 지나친 관심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출가시킨 자녀들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친척들이 불만도 늘어 놓는다. 과거 아들 선호사상이 지금에 와서는 많이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잘난 아들은 나라의 아들,

돈 잘 버는 아들은 사돈의 아들,

빚진 아들은 내 아들“



아들 딸 구분없이 자녀 둘을 남 부럽지 않게 공부시키고 결혼케 한 엄마의 노후는 어떻게 될까. 무관심한 아들보다 딸을 더 선호한다는 통계도 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잘 해주는 딸에 너무 메인다는 풍조도 보여준다.



“아들 둘 가진 엄마는 갈 데 없는 외로운 노파

딸 둘 가진 엄마는 해외여행 전문가

딸 하나 가진 엄마는 딸네 집 파출부

아들 하나 둔 엄마는 양로원 신세“



지난 30년간 고도성장을 이룬 중국의 경우에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중국은 한 자녀 낳기 운동으로 대부분 자녀가 하나다. 얼마전 딸 하나 둔 중국의 지인이 춘지에(春節: 우리의 설)가 지난 후 딸을 시집 보낸다고 하면서 딸 시집보낼 걱정부터 하고 있었다. 중국의 중산층에서는 딸이 결혼하면 최소한 자동차를 사주어야 한다 것이다.



중국의 경우에는 자녀가 결혼하면 남자의 부모가 아파트를 준비하고 여자 부모는 가전제품과 가구를 들여 놓는다는 것이다. 중국의 아파트값이 내리지 않는 것도 이러한 신혼 부부의 살림집으로 아파트의 인기가 높기 때문일 것이다.



신랑될 사람이 비싼 아파트를 준비하는데 하나 뿐인 딸에게 좋은 자동차 한 대정도는 사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유가 있고 머리 좋은 부모들은 어차피 사 줄 자동차라면 딸이 시집가기 전 직장생활 할 때부터 차를 사주어 좋은 배필을 찾는데 도움이 되게 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과 부인이 맞벌이하여 평생 저축한 돈을 풀어 딸의 행복을 위해 써야하는 중국의 부모심정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주기만 해야지 어떠한 기대를 하는 것은 금물이다.



“ 자녀를 낳을 때는 1촌,

대학가면 4촌,

직장 얻으면 8촌,

결혼하면 사돈의 8촌,

이민가면 해외동포“



요즈음 우리 주변에서 유행하는 이러한 썰렁한 우스개를 통해 한국의 가족과 결혼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에서 보는 오늘 날 자식들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자식 결혼을 앞두고 걱정이 많으신 한국과 중국의 부모님들은 이러한 뼈 있는 우스개를 한번 쯤 음미해 볼 만 하다.





유주열 전 베이징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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