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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내달 7일 이사회 … 거취 위기 맞은 서남표 총장

중앙일보 2012.01.20 03:00 종합 10면 지면보기


서남표(76) KAIST 총장은 이 대학 41년 역사상 처음 연임했다. 2006년 7월 취임해 2010년 7월 재선됐다. 재임 5년6개월 동안 교수 정년제(테뉴어), 영어강의, 성적별 차등 등록금제 등을 시행해 화제를 뿌렸다. 그가 다시 기로에 섰다. KAIST 교수협의회가 서 총장의 소통 부재와 독선적인 학교 운영을 이유로 ‘총장 해임 촉구 결의문’을 채택(12일)한 것이다. 그러자 총장 선임·해임 권한을 가진 KAIST 이사회(이사장 오명)가 다음 달 7일 서 총장 거취를 포함한 KAIST 문제를 논의한다. 2010년 7월 연임 과정에서 교수들의 반발, 지난해 학생들의 자살사건에 이은 세 번째 위기다. 서 총장은 “자진 사퇴할 용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1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말 오명 이사장이 이사회 정관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 사퇴를 종용했다”며 “이는 명백한 월권(越權)”이라고 강조했다.

오명 이사장이 나가라지만 사퇴할 생각 없어



 -오명(72) 이사장이 정말 사퇴를 요구했나.



 “지난해 12월 20일 KAIST 이사회를 앞두고 오 이사장이 (우리 대학) 대외부총장을 만나 나에게 ‘사임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게 했다. 며칠 뒤 나를 직접 만나 재차 말했다. (나는) ‘심사숙고해 보겠다’고 했다. 이사회 직전 오 이사장이 다시 물어 ‘사임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실망하면서 ‘고위층도 사임을 원한다’고 하더라.”



 -이사장이 총장 거취를 결정하나.



 “월권이다. KAIST는 사립대와 다르다. 정관에 따르면 이사장은 이사회를 소집하고, 안건을 상정하고, 이사회를 진행하는 임무가 있다. 총장 거취를 정하는 자리가 아니다. 이사를 마음대로 뽑을 권한도 이사장에게는 없다. 관례적으로 총장이 (비공식적으로) 추천하면 교육과학기술부가 임명했다.”



 다음 달 7일 열리는 KAIST 임시 이사회에서는 이사 4명을 새로 뽑는다. 교육계에선 “정부 당연직 3명, 오 이사장, 신임 이사 4명을 합하면 총장 해임안 의결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KAIST 이사는 서 총장과 오 이사장을 포함해 16명이다. 총장은 본인 거취 표결권이 없다. KAIST는 총장 후보를 1차로 공모한다. 이어 총장선임위가 3배수를 이사회에 추천하면 이사회가 한 명을 선임해 교과부 장관 승인을 받는다.



 -자진 사퇴할 생각은 없나.



 “전임 러플린 총장에 이어 또 밀려 나간다는 말이 나오면 안 된다. 총장이 교수들이 반발한다고 옷을 벗는다면 KAIST는 물론 한국 대학 모두에 해를 끼친다. ‘뒤에서 쑤셔서 밀어내는’ 문화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면 후임 총장이 어떻게 개혁할 수 있겠나.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 난 해임당할 각오도 한다. (자진 사퇴보다) 그게 더 좋다.”



 -이사회가 해임을 의결하면 받아들이겠다는 뜻인가.



 “그렇다. 그게 법인데…. 개혁에 대한 후회는 없다. 영어강의와 교수 테뉴어제 등은 KAIST와 한국의 다른 대학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동안 이사회는 서 총장을 지지했다.



 “오 이사장(2010년 9월 취임)과 이사들의 뜻은 다르다. 오 이사장은 처음부터 나를 내보내고 싶었다. ‘정상에서 물러나는 게 명예롭다’ ‘재임한 총장치고 잘된 사람 없다’고 말했다. 난 조언으로 여겼는데 ‘나가라’는 말이었다. 난 에둘러 말하는 데 익숙지 않다.”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세 번째다.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개혁엔 저항이 있게 마련이다. 그림으로 설명하자. (서 총장은 A4 용지에 선을 그어 한쪽은 ‘친(親)개혁’, 다른 쪽은 ‘반(反)’을 적었다.) 훌륭한 논문을 쓰고 연구비 많이 끌어오는 학자는 친개혁이다. ‘반’은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테뉴어가 없어 불안한 사람이다. 둘째는 테뉴어를 받은 교수들이다. 새로운 인센티브 제도 때문에 대우가 과거와 달라졌다. 마지막은 50대 후반의 교수들이다. 러플린 전 총장이나 나 때문에 (총장 등 보직)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한다.”



 -교수들은 소통 문제를 지적한다. ‘고집불통’ ‘독불장군’이라고 한다.



 “(갑자기 상의를 벗으며) 옷 좀 벗겠다. 나도 노력한다. 직원·학생이 e-메일을 보내면 모두 답변한다. 하루에 몇 시간은 답장 쓰는 데 보낸다. (교수들이) 다른 걸 제대로 지적 못 하니까 소통 운운하는 것 아닐까….”



 -입시 경쟁에 녹초(Burn out)가 된 학생들이 KAIST에 들어온다. 과학도는 창의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DNA가 중요하다.



 “미국도 일류대에 들어가기는 어렵다. MIT나 하버드대의 한 해 입학생은 1000명에 불과하다. 한 주(州)에서 고작 10~20명이 들어올까 말까다. 물론 학생에게 쉴 틈을 주고 싶다. 1학기를 9월에 시작하면 신입생이 6개월은 쉴 수 있다.”



 -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하려면.



 “경쟁은 기본이고, 메리트 시스템(merit based system)이 정착돼야 한다. 공헌 많은 사람을 우대해야 한다. 한국의 미래는 교육에 달렸다. KAIST부터 고쳐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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