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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MB 탈당론 … 이재오 “득 볼 사람 나가라” 맞불

중앙일보 2012.01.20 00:00 종합 4면 지면보기
5년마다 도는 레코드판이 다시 돌기 시작했다. 여당의 대통령 탈당 요구와 대통령 측의 저항 말이다.


권영진 “대통령 비켜줘야” 공세
박근혜는 “논의 안 해” 거리 두기

 19일 한나라당에선 이명박계의 대대적 반격이 있었다. 전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이 “대통령을 억지로 퇴출시킬 수도 없고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위해 대통령 스스로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게 옳은지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며 탈당론을 제기한 데 대해서다.



 불과 닷새 전까지 “갈등의 중심에 서지 않겠다”고 했던 이재오 의원이 나섰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탈당이라… 짜고 치는 고스톱인 것 같기도 하고, (중략) 갈수록 가관”이라고 말했다. 오후엔 기자들에게 “아버지가 잘못됐다고 아들이 아버지를 내쫓는 건 패륜아들이나 할 짓”이라며 “이제 당신이 부담되니 나가시오 하면 국민이 용서하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러곤 “(탈당으로) 이득 볼 사람들끼리 나가야 한다. 딴살림 차린 다음 대통령과 단절하겠다 하면 되지 않나”고 했다. 탈당론자들에게 오히려 탈당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비대위원을 ‘숟가락 하나 얹은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또 차명진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과거 불법자금을 수수했고 소모적인 보수 삭제 논쟁을 일으켰으며 한나라당의 동지인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다”는 이유에서다.



 비대위와 쇄신파는 물러서지 않았다. 권영진 의원은 이날 “한나라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대통령이 자리를 비켜 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종인 비대위원도 “(전날 발언은) 상식적으로 판단해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탈당론과 거리를 두고 있다. 이날 그는 “(탈당 문제는) 논의된 적이 없다. 차별을 위한 차별화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 박근혜계 인사는 “지난해 박 위원장에게 ‘대통령의 탈당을 권유하면 어떻겠느냐’고 하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하더라”며 일화를 전했다.



 그러나 여당으로선 총선이 다가올수록 대통령과의 단절 유혹이 커지게 마련이다. 정권심판론으로부터 비켜서기 위해서다. 이게 계속되면 이명박계의 반발도 거세질 터다. “서로 탈당하라”고 삿대질할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은 발언을 삼가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도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닌 이상 직접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할 뿐이다.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갖고 있는 정치적 자산은 당적과 대통령직 두 가지뿐”이라며 여권과 싸웠던 것과는 정반대다. 노 전 대통령이 끊임없이 정치권을 공격한 인파이터였던 반면 이 대통령은 정치와 거리를 두는 아웃복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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