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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도부 ‘묘지와 시장’ 순례하는 까닭

중앙일보 2012.01.20 00:00 종합 6면 지면보기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19일 광주광역시 양동시장을 찾아 채소를 구입하고 있다. 김현 부대변인(오른쪽)이 넌지시 한 대표에게 채소 값을 건네고 있다. 한 대표 왼쪽은 박영선 최고위원. 한 대표는 광주시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천혁명은 밑으로부터 국민이 공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16일 서울 마장동 축산시장에 이어 국립현충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18일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과 부산 재래시장. 19일 5·18민주묘지와 광주 시장. 한명숙 대표를 비롯한 민주통합당 새 지도부의 ‘현장 3일’의 주요 일정이다.

사흘간 같은 패턴 ‘현장 정치’



 여러 곳을 다녔으나 핵심은 두 개의 현장, 즉 묘지와 시장의 반복이다.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문재인 상임고문(부산 출마)은 장자처럼 묘역의 왼편을 지켰고, 장애를 지녔음에도 비례대표가 아닌 부산 지역구를 선택한 장향숙 전 의원이 휠체어를 타고 동행했다. 그들에게 한 대표는 ‘작은 바보 노무현’이란 호칭을 선물했다. 하루 뒤 당 지도부를 맞은 광주 시민들은 “왜 첫 지역이 부산이냐”고 대놓고 물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지도부에게 부산은 중요한 공략지다. 그들에게 ‘노무현’ 이상의 상징은 없었다. 장소가 곧 메시지였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축산시장은 최근 한우 가격 폭락으로 한숨과 불안이 응축돼 있는 곳이다. 당 기획단의 한 관계자는 “쌍용차 등 여러 대안을 한 대표에게 올렸는데, 이곳을 선택했다”고 했다. 제1야당 대표의 정치감각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그는 이곳에서 반(反)자유무역협정(FTA)과 현 정부의 실정, 친서민과 물가를 얘기했다.



 한 대표는 17일 통합진보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승리의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 구도를 위해 한 대표가 강조한 게 곧 현장이다. 특히 설을 코앞에 두고 묘지와 시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분명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귀성길이 시작되는 20일 당 지도부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유죄가 확정돼 홍성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정봉주 전 의원을 면회하고 서울역 귀성인파 속으로 들어간다. 당 관계자는 “묘지와 시장이 전통적 의미에서의 정치선전이라면, 정봉주는 무시할 수 없는 트렌드”라고 했다. 하지만 19일 야당 정치인들이 우르르 떠난 광주 시장엔 “설 대목에 길 막지 말고 다른 날 오라”는 냉소가 남았다.



 한 대표는 승리의 구도와 함께 ‘경쟁력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선 자신을 따르는 이도 내칠 수 있는,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현실 비판을 넘어 스스로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또 그를 통해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설 이후 유권자에게 야당의 진화를 보여 주기 위한 당 지도부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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