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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권군 어머니 "가해자 가족 지난주까지…"

중앙일보 2012.01.20 00:00 종합 16면 지면보기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권군의 어머니 임모(48)씨가 아들의 방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임씨가 아이와 자신의 얼굴이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아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아들이 가고 난 뒤 학교폭력 대책이 쏟아져요. 그나마 다행스럽죠. 남들은 내 아이가 ‘한 알의 밀알’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아니, 아들이 없어서 정말 슬픕니다. 그래서 아이가 있는 추모관을 찾죠. 거기에 가면 포근한 느낌이 드니까요. 아들이 편안해할 것 같아 나도 큰 위안을 얻습니다. 그러나 청소년의 자살 소식은 계속 들려와요. 모두가 나서 학교폭력을 없애야 합니다. 그게 내 아이의 바람이니까요. 설이 다가옵니다. 지난해 명절엔 두 아들과 함께 고향을 찾았는데….”

아들아, 도와줘 … 어찌하면 이 고통 견디겠니
멈춰! 학교폭력 ⑭ 다시 만난 권군 어머니



지난달 자살한 대구 D중학교 2학년 권모(13)군의 어머니 임모(48·중학교 교사)씨는 간간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임씨는 18일 오후 자택에서 기자와 만나 아들을 잃은 후 한 달간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권군은 같은 반 학생 두 명으로부터 폭행과 협박에 시달리다 지난해 12월 20일 자신의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학교폭력의 공포를 생생하게 적은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아파트에는 임씨와 그의 남편(48·고교 교사)만 있었다. 권군의 형(17·고1)은 독서실에 가고 없었다.



 근황을 묻자 아들의 유해가 안치된 추모관과 심리치료를 하는 병원에 다니는 것이 일과라고 했다. 임씨는 “학교폭력을 막으려면 학교가 바뀌어야 한다. 교내 문제를 드러내고 법대로 처리해야 폭력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도 임씨는 아들의 방으로 들어갔다. 권군의 책상에는 영정이, 앞에는 성모상과 권군의 초·중학교 때 사진이 놓여 있다. 임씨가 양쪽에 세워진 양초에 불을 붙이고 아들의 의자에 앉았다. 묵주를 든 그는 고개를 숙이고 한동안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아들이 보고 싶을 때면 하루에도 몇 번이고 기도를 한다고 말했다. “아이에게 ‘부디 좋은 곳으로 가거라’고 합니다. 가족이 어려움을 견딜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도 하지요.” 임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권군이 세상을 떠난 지 한 달이 됐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추모관에 7~8번 갔다. 많은 분이 납골당 게시판에 아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글을 남겼다. 감사하다.”



 -(권군의 자살을 계기로) 학교폭력 근절대책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가해자에 대한 처리 원칙을 만들어 반드시 실천하고, 피해를 본 사람에 대한 보호 대책도 마련했으면 좋겠다.”



 -최근에도 청소년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다.



 “(‘휴’ 하고 한숨을 쉬며) 극단적인 선택(자살)은 절대 안 된다. 이제 경찰도 적극적으로 나서니까 도움을 요청하면 좋겠다.”



 -가해학생의 가족에겐 연락이 오나.



 “한 학생의 가족이 지난주까지 집에 찾아왔다. 그들을 만나는 것이 고통스럽다. 사과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한 만큼 벌을 받고 책임을 지는 것 자체가 사과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어리다고 그냥 넘어가려 한다면 그건 책임을 지는 자세가 아니다.”



 -민사소송을 내겠다고 했는데.



 “이달 말께 소송을 제기할까 한다. 학교법인과 교장을 비롯한 학교 책임자들, 가해학생 부모를 상대로 할 생각이다. 잘못한 사람은 민형사 책임을 진다는 선례를 만들려고 한다.”



  이날 대구지검은 권군을 자살로 몰고 간 가해학생 서모(15)·우모(15)군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가해자들이 어리고 초범이긴 하지만 이른바 ‘물고문’을 하고 지속적으로 피해학생을 괴롭혀 자살에 이르게 하는 등 사안이 중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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