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스터를 만나다 ③ SBS ‘짝’ 내레이션 성우 김세원
10일 서울 목동 SBS 스튜디오. ‘짝’의 모태솔로 특집편을 녹음하는 김세원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어머, 첫 번째 문장부터 과감하네.” 내년이면 방송 데뷔 50년이지만 갓 탈고를 마친 원고를 보면 흥분된다. 싱글 남녀가 1주일간 애정촌에 살면서 짝찾기에 열중하는 이 프로그램은 진행자가 없다. 시청자들은 김세원의 내레이션을 통해 참가자들의 속마음을 읽고, 복잡하게 얽힌 사랑의 화살표를 이해한다. 출연자를 1호, 2호로 지칭하는 김세원의 내레이션이 화제다.
-곳곳에서 패러디가 되고 있다.
“‘짝’ 덕분에 요새 바빠졌다. 같은 포맷의 내레이션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4~5곳에서 받았다. 대부분 거절했는데, MBC 무한도전 ‘짝꿍’편은 ‘짝’을 패러디한 것이라 출연했다. 예능 프로그램에 목소리를 입힌 적은 생전 처음이었다. 남편과 낄낄거리면서 봤다. 광고 제의도 많이 받았다.”

“다큐멘터리보다 한 톤 높여서 녹음한다. 젊은 사람들의 감각에 맞추려고 스피드도 신경 쓴다. 끝음을 올리느냐 내리느냐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진다. 출연자들의 심리를 집어내야 하고, 제 3자 관점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진이 빠질 정도로 힘든 작업이다.”
-사랑에 상처받은 출연자들을 엄마처럼 위로해주는 느낌이다.
“출연자들이 다 자식 또래다. 착실하고 괜찮은 사람인데 외모 때문에 외면 받는 걸 보면 안타깝다. 요즘 젊은이들의 결혼관을 엿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 출연자들과 비교하면 나는 너무 쉽게 결혼해 준 것 같다.”(웃음)
‘짝’은 김세원이 8년 만에 맡은 고정프로그램. 2003년 EBS 이사장을 맡으면서 공백이 있었다. 2010년, ‘짝’의 남규홍 PD는 6개월 전 기획단계에서 김세원을 ‘찜’했다. 남 PD는 “간결하면서도 지적인 느낌이 있는 김 선생님이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자칫 오락으로 치우칠 수 있는데 무게중심을 잡아주신다”고 했다.
김씨는 1964년 TBC(동양방송)의 전신인 RSB(서울라디오방송) 성우 1기로 입사했다. 70년대 라디오 ‘밤의 플랫폼’을 진행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품격 있는 목소리로 ‘밤의 여왕’이란 애칭도 얻었다. 이후 ‘김세원의 영화음악실’ ‘당신의 밤과 음악’ ‘김세원의 가정음악실’ 등을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라디오 DJ 시절에 인기가 대단했다.
“택시를 타고 목적지를 말하면 기사님이 놀라서 뒤돌아볼 정도였다.”
-한결 같은 목소리를 유지하는 비결이라면.
“피로는 금물이다. 항상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목소리는 타고난 것보다 노력이 더 중요하다. 모든 것은 ‘연기’다. 톤, 빠르기, 감정에 따라 다른 색깔을 낼 수 있다. 목소리도 늙는다. 느려지고 청량감도 떨어진다. 이를 벌충하려면 대본 분석에 집중해야 한다.”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내레이션을 했다.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방송은 내 인생의 엑기스이자 내 존재의 증명사진이다. 매일 새롭다. 몸이 허락하는 한 은퇴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