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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절반의 칭찬과 절반의 비난 속에 인재는 숨어 있다

중앙일보 2012.01.20 00:00 종합 27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아침마다 거울 보기가 겁난다. 갈수록 듬성듬성해지는 머리숱도 문제지만 게슴츠레한 눈은 더욱 문제다.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리멍덩한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언제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시절이 있었나 싶다. 20대 때 이랬다면 연애는 고사하고 면접시험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맹자는 사람을 판별하는 데 눈이 제일이라고 했다. 마음이 올바르면 눈동자가 맑지만 마음이 그릇되면 눈동자가 흐릿하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들으면서 눈동자를 관찰한다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맹자는 말했다.



눈만 보고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겪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이다. 첫눈에 반해 불같은 사랑에 빠졌다가도 부대끼며 살다 보면 실망하는 것이 인간이다.



며칠 전 기업을 경영하는 친구를 만나 “자기 손으로 사람 뽑아 월급 주는 네 처지가 부럽다”고 했더니 “모르는 소리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 사람 쓰는 게 예삿일이 아니란 것이다. 정말로 회사에 필요한 인재를 골라내는 일은 모래밭에서 황금 찾기란 하소연이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인적 쇄신이 한창이다. 참신하고 유능하고 깨끗한 인재 발굴이 그 핵심이다. 손가락질 받는 구악(舊惡)들 다 몰아내고 새로운 인물들을 영입해 대대적인 물갈이를 하겠다는 것이다. ‘슈스케’ 방식이니 ‘나가수’ 방식이니 하는 별의별 아이디어가 다 나오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개방형 경선이나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도 논의 중이다. 이러다 미인대회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용인(用人)의 귀재로 이름난 청나라의 강희제는 “사람을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정치의 성패는 사람 쓰는 것에 달렸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는 인재는 강점을 보고 쓰는 것이지 약점을 보고 주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용인의 원칙으로 삼았다.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그랜트 장군을 북군 총사령관에 임명하면서 그가 지나치게 술을 즐긴다는 약점에 구애 받지 않았다. 오직 전투에서 승리한다는 실증된 강점을 중시해 그를 기용했다. 완전무결한 사람을 찾으려 하다가는 평범한 이류급 준재를 만나게 될 뿐이다. 절반은 칭찬하고, 절반은 비난하는 사람들 중에 인재는 숨어 있기 마련이다.



 인재가 인재를 알아보는 법이다. 사람 쓰는 것을 보면 그 지도자를 알 수 있다. 지도자에 대한 평가도 결국 인사에 달려 있다. 경청할 줄 모르고, 감정이입이 안 되는 사람이 지도자로 최악인 까닭은 그런 사람일수록 편협한 인사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인사를 원한다면 지도자 고르는 눈부터 갖춰야 한다. 게슴츠레한 이 눈으로 잘할 수 있을지 그것이 걱정이다.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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