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재에 민감, 악재엔 둔감해진 글로벌 증시…‘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최대 복병

중앙일보 2012.01.17 05:08 Week& 4면 지면보기
김광기 머니&마켓팀장
새해 초 글로벌 주식시장이 차분하고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어두운 전망 일색이었던 지난해 말 분위기와 다르다.


[김광기의 마켓워치]

 일등공신은 미국이다. 최근 나온 고용과 소비자신용 등 미국의 경기지표들이 잇따라 시장의 예상을 웃돌고 있다. 썩 대단한 수준은 아니지만, 잔뜩 낮춰 놓은 시장의 눈높이에 비해선 분명 높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슬금슬금 ‘2보 전진, 1보 후퇴’를 거듭하며 어느덧 1만2500선에 도달했다. 지난해 8월 시장이 폭락하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미국 증시가 이렇듯 선방하자 다른 시장들도 용기를 얻은 듯하다. 재정위기로 여전히 요동치는 유럽 증시를 제외하고는 아시아·중남미 등 대부분 지역의 주가가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다시 넘보고 있다.



 요즘 글로벌 증시의 특징은 호재에 민감하고 악재에는 둔감해진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유럽 재정위기는 물론 북한 변수와 이란 핵개발 등에도 무덤덤한 편이다. 지난해 하반기는 분명 거꾸로였다. 투자자들은 호재보다 악재에 훨씬 민감했다.



 왜 이런 변화가 생긴 것일까? 펀더멘털(경제·시장의 기초여건)보다는 투자심리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시장이 언제나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모여 행동하다 보니 심리적 요인에 따른 부침도 크게 작용한다. 사람들이 오랜 시간 악재에 시달리고, 여기에 단련되고, 마음을 다부지게 먹는 데 익숙해지면 어느 새 ‘강심장’을 갖게 될 수 있다. 시장이 오래 쉬면 그동안 체력을 비축했으니 한번 움직일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기대감도 발동한다. 요즘이 그런 때인 것 같다.



 이러한 인간 심리를 활용해 주가흐름을 예측하는 게 바로 ‘기술적 분석’이다. 기술적 분석가들에 따르면 최근 증시의 여러 지표가 바닥권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주가지수와 개별 종목들의 그래프를 봐도 장·단기의 각종 이동평균선이 현재의 가격으로 집중돼 똘똘 뭉치는 모습이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 공이 튀기기를 반복하다 진폭이 점차 작아지면서 거의 정지 상태에 도달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과거에도 이럴 때는 뭔가 변화가 시작한 적이 많았다. 기존 추세에서 벗어나 상승 또는 하락의 새로운 추세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지금 시장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을 보면 두 가지 방향 중 상승 쪽 베팅이 점차 득세하고 있으며, 여기에 용기를 불어넣고 있는 게 바로 미국의 경제지표인 것이다. 시장 분위기가 일단 호전되면 이런저런 지표들을 끌어들인 낙관적 이론과 근거들이 쏟아지게 마련이다. 투자자들은 결국 속을 줄 알면서도 믿어주고 주술처럼 떠들며 마음의 위안을 찾곤 한다.



 연초 시장은 당분간 그렇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를 지뢰가 여전히 널려 있다는 사실은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미국 경제의 호전이 허구였다는 증거,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발행 불발 등이 악재로 튀어나올 수 있다. 무엇보다 이란의 핵개발 강행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다면 그야말로 시장의 모든 낙관적 기대를 날려버리는 핵폭탄이 될 것이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