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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트렌드] 올 가장 유망한 투자처는 주식, 코스피 지금이 저점…2100까지 본다

중앙일보 2012.01.17 05:08 Week& 4면 지면보기
여름 휴양지가 아니라면 유럽은 관심 밖이었다. 요즘은 아니다. 경력 20년이 넘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내 평생 그리스 의회에 여당 의석이 많은지 아닌지를 따질 줄 알았느냐”고 말할 정도다. 유럽이 우리 경제와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됐다. 그런데 국내에서 유럽 경제 전문가를 찾기는 쉽지 않다. 패트릭 망지(54·사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사장이 요즘 바쁜 이유다. 그는 2003년부터 3년간 유럽중앙은행(ECB)의 전문가 자문집단 멤버로 활동한 이코노미스트다. ‘유럽파’ 망지 부사장에게 시장 전망과 투자 전략에 대해 물었다.


패트릭 망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사장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시작은 그리스다. 2010년 1월 유럽연합(EU) 보고서에 그리스의 회계 관행에 ‘심각한 왜곡’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부터다. ‘왜곡’을 수정하자 2009년 그리스 재정적자 규모는 4%에서 13%로 높아졌다. EU가 정한 최대 적자폭의 4배를 웃도는 수치다. 그때 EU 각국은 ‘갑자기’ 통화 통합이 재정 통합으로 이어지지 않는 데 따른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이른바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은.



 “‘PIIGS’라는 말은 쓰지 말자. 모욕감을 주는 단어다. ‘GIPSI’로 쓰자. 이탈리아·스페인·아일랜드가 유로존을 탈퇴할 가능성은 제로다. 포르투갈과 그리스의 탈퇴 가능성도 크지 않다. 이들 국가의 국민 다수가 유로존 탈퇴에 반대한다. 예를 들어 그리스가 탈퇴해 통화 가치를 절하한다고 해도 무슨 득이 있겠나. 산업기반이 없기 때문에 수출할 게 없지 않나.”



 -부자 나라인 독일이 재정 부담을 안 지려고 유로존을 등지지 않을까.



 “가능성이 매우 낮다. 유럽 공동체는 60년에 걸쳐 구축됐다. 이런 공동체를 통해 그간 수익을 창출했고 평화를 유지해 왔다. 과연 지금까지 투자한 것을 다 날리고 이 체제를 없애는 것이 옳을까.”



 -당신이 유럽인이라 그런지 유럽 통합에 대한 믿음이 강한 것 같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6년 뒤부터 지금의 유럽 통합에 대한 구상이 시작됐다. 아직도 ‘왜 내가 낸 세금으로 그리스·이탈리아를 도와야 하지’ 하고 이해를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이들 소수를 위해 어떤 정치인이 유로존 붕괴의 책임자라는 부담을 지려 할까. 독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서로를 비난하더라도 항상 끝에 가서는 ‘우리는 유로를 지켜야 한다’로 결론 내린다.”



 -유럽 문제에 대한 해결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 같다.



 “위기(危機)를 풀어 쓰면 ‘위험’과 ‘기회’다. 유럽이 현재 어떤 위험에 처했는지는 다들 안다. 그렇다면 기회는 무엇일까. 유럽은 이번 재정위기를 통해 통합의 다음 단계, 재정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소는.



 “유로존의 붕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보다 몇 십 배는 더 심각한 글로벌 경기침체를 몰고 올 것이다. 그러나 가능성이 거의 없다.”



 -미국과 중국은 어떤가.



 “미국도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나 미 행정부와 의회가 잘 풀어나갈 것으로 본다. 중국 경착륙 우려는 심심하면 나오는 레퍼토리다. 중국 정부가 이미 내수 진작을 위한 조치를 발표했고, 중국 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을 두 차례 낮췄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겠지만 경착륙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막강한 권한이 있고, 재정 여력이 충분해 경기부양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많다.”



 -올해 시장을 좋게 보는가.



 “유럽 위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아직 위험자산을 회피한다. 그러나 유로존이 해체되지 않고, 미국 부채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고,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지 않는다면 시장이 의외의 랠리를 보일 수 있다. 관심은 ‘언제’일 텐데 그건 나도 모른다. 어쨌든 연말에는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가 지금보다 올라 있을 것이다.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예상한다.”



 -코스피 지수는 얼마까지 오를까.



 “2100선으로 본다. ‘2000’이라는 심리적 저항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시장 변동성은 클 것이다. 지금이 저점 근처가 아닐까 싶다. 밸류에이션(가치)을 따져보면 이미 주가는 침체기 수준이다.”



 -그럼 지금 투자하면 되겠다.



 “타이밍은 누구도 못 맞춘다. 나는 항상 주가 하락에 따른 리스크와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 창출 기회를 비교한다. 지금은 하락 리스크보다는 상승 가능성이 더 큰 것 같다.”



 -올해 가장 유망한 투자처는.



 “주식이다. 특히 경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과 중국, 그리고 동남아 시장을 좋게 본다. 업종별로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 관련주, 정유주 등이 유망하다. 채권 가운데선 고수익 회사채를, 원자재 중에선 원유가 좋아 보인다. 금은 별로다.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금이 오르기 힘든 환경인 데다 이미 충분히 비싸다.”



 -한국 투자자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하나가 아니라 세 마디다. 수익률뿐 아니라 리스크도 따져라. 투자를 분산하라. 그리고 겸손해라.”



 -‘겸손하라’는 게 무슨 뜻인가.



 “투자 타이밍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워런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도 그건 못한다. 맞춘다고 해도 운이 좋아서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저점에 사서 고점에 팔겠다는 마음을 버리라는 얘기다.”



◆패트릭 망지(54)=2009년부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서 상품과 운용 부문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앞서 2001년부터 2008년까지 프랑스 BNP파리바자산운용 본사에서 수석 투자전략가로 일했다. 프랑스 출생으로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해 법무부가 국내 경제발전에 기여한 유럽계 모범 투자가 7명에게 영주 자격을 줬는데, 그중 한 명이다. 부인이 한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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