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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잘리는 포장랩, 세로로 접히는 자전거 … 발명왕 꿈꾸는 사람들

중앙일보 2012.01.17 03:30 2면 지면보기


생활용품의 불편함 개선한 아이디어

‘충남 365발명의 날’ 최우수작 선정된 천안 김영민군, 아산 이상옥씨



‘포장랩을 좀 더 편하고 쉽게 자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 궁금증이 발명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말 특허청·충남도·한국발명진흥회가 주최하고 충남북부상공회의소 충남지식재산센터가 주관한 ‘충남 365발명의 날’ 대회에서 김영민(19·천안공고 3년·왼쪽 사진)군의 생활용 포장랩이 학생부 최우수작으로 선정됐다. 생활용품의 불편함을 개선한 아이디어다. 특별한 발명의 계기는 없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되는 포장랩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오랫동안 연구한 것도 아니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노력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생활용품을 좀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줬다. “중3 여름방학 때 밥을 먹고 반찬을 랩으로 덮어두려고 포장랩을 자르는데 잘 찢어지지도 않고 날도 쉽게 휘어져 짜증이 나더라고요.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쉽게 자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번 대회에서 생각을 구체화 시켜 아이디어를 냈는데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습니다.”



 일반 포장랩은 덮개를 열어 사용할 만큼 랩을 당긴 뒤 덮개 끝이나 몸체에 붙어 있는 날에 대고 자른다. 하지만 랩 재질이 질기거나 날이 약해 마음먹은 데로 잘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김군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도안도 대형마트나 수퍼에서 파는 다양한 종류의 포장랩과 외형적으로 별반 다를 게 없다. 절단 부위만 약간 다르다. 덮개에 구멍을 내 편리하고 안전하게 자를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김군은 처음으로 생각해 낸 랩컷팅 아이디어를 계기로 각종 생활용품에서 느낀 불편한 점과 개선방향을 꼼꼼히 적은 발명노트를 만들었다. 노트에는 서로 엉키지 않도록 자석을 단 옷걸이를 비롯해 창문을 열 때 손이 끼지 않는 고무버튼, 두피의 각질 제거를 위해 물을 담아 머리에 쓰는 덮개 등 10여 가지에 이르는 아이디어가 적혀 있다. 김군은 “발명이라기 보다 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의 불편함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겠다는 생각이 이런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며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해 의학 마이크로 로봇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상상 속 발명품 현실로 만든 치킨 집 주인



일반부에서는 이상옥(55·오른쪽 사진)씨의 접이식 자전거가 최우수작으로 선정됐다. 이씨가 만든 자전거는 기존의 접이식 자전거와는 좀 다르다. 수평으로 접는 방식과는 달리 세로로 접힌다. 단순히 접는 방식의 차이가 아니다. 접이식 자전거의 취약점인 하중과 강도를 개선했다. 일반 자전거가 갖고 있는 다이아몬드(몸체) 구조를 유지하면서 접히는 부위의 파손 가능성을 크게 낮췄다. 안장 아래 고정클립을 풀고 살짝 들어올리면 자연스럽게 접혀 가로로 접어야 하는 불편함도 없앴다. 또 보조바퀴가 있어 접은 상태에서 이동이 가능하다. 이씨의 발명품은 심사위원들로부터 편리성·경제성·사업성·완성도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씨는 없던 기술이나 물건을 만들어 내는 발명가가 아니다. 그렇다고 자전거 동호회에 가입한 자전거 매니어도 아니다. 평소 자전거를 자주 타지도 않는다. 아산시 득산동 부영아파트 인근 상가에서 10년째 치킨 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 그가 남들이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현실로 만들었을까. 우연한 기회에 생긴 작은 관심이 발명의 집념을 갖게 만들었다.



 그는 10년 전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접히는 자전거를 처음 봤다. “한 친구가 고가의 외국산 접이식 자전거를 갖고 왔는데 신기하면서도 무언가 불편한 점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 날 이후로 자꾸 그 자전거가 생각났고, 좀 더 편리하게 접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도면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전거가 좋아서가 아니라 불편함을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에서부터 발명은 시작됐다. 2002년 시작한 노력이 6년 만에 결실을 거뒀다. 지금까지 만들어낸 접이식 자전거만 13종에 이른다. 이 가운데 편리성과 사업성을 갖춘 2종은 2008년 특허를 출원, 2010년 등록을 완료했다.



유제곤 충남지식재산센터장은 “이번 대회에서 나온 다양한 발명 아이디어를 지역 유관기관들과 협력해 지식재산권 권리화뿐만 아니라 사업화까지 이뤄질 수 있수 있도록 지원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충남 365발명의 날’에는 모두 589건의 아이디어가 출품됐으며 시상식은 18일 오전 11시 충남북부상공회의소 10층에서 열린다.



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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