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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BBK 불씨 … 총선 판 흔드나

중앙일보 2012.01.17 03:00 종합 6면 지면보기
2007년 대선 직전, BBK투자자문 대표 김경준(46)씨의 ‘기획 입국설’의 근거가 됐던 ‘가짜 편지’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 사건은 가짜 편지 작성자인 치과의사 신명(51)씨가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의 손윗동서와 최측근이 편지 작성에 관여했다”며 배후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4·11총선 등에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검찰, 11일 김경준 조사 … 2007년 ‘기획입국 가짜 편지’ 본격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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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가짜 편지 사건과 관련해 지난 11일 천안교도소에 수감 중인 김씨를 소환, 고소인 조사를 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마치 내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와 여권(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의 사주를 받고 귀국한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내용의 가짜 편지를 만들어 명예가 훼손됐다”며 신명·신경화(54)씨 형제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김씨는 지난주 검찰 조사에서 “신씨 형제와 함께 고소한 ‘성명불상’의 배후조종자들을 엄하게 처벌해달라”고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미국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씨가 국내로 송환됐던 2007년 11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8월 언론을 통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BBK투자자문의 실소유주였고,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및 횡령 사건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이후 김씨는 태풍의 핵으로 부상했다. 그가 국내로 송환된 직후 검찰의 본격 수사가 시작되자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은 각 당의 사활을 걸고 이 사건에 대응했다. 17대 대선의 최대 이슈였다. 12월 5일 검찰이 BBK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명박 후보 관련 의혹은 근거가 없다”고 결론을 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김씨의 미국 교도소 수감 동기인 신경화씨가 2007년 11월 10일 김씨에게 보냈다는 편지가 이 무렵 공개되면서다. 편지는 “나의 동지 김경준에게. 자네와 많이 고민하고 의논했던 일들이 확실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네. 자네가 ‘큰 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한나라당은 “김씨가 노무현 정부와 대통합민주신당의 사주에 의해 기획 입국했다는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BBK 사건의 초점은 김씨에 대한 기획 입국 의혹으로 빠르게 옮겨졌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이 편지는 신경화씨가 아니라 신명씨가 작성한 가짜 편지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신명씨도 지난해 3월 처음으로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면서 “지인인 대학 교직원 양모씨가 ‘수감 중인 형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가짜 편지를 써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신명씨는 또 “양씨가 당시 이 대통령의 손윗동서인 신모씨와 자주 통화를 했으며, ‘이 대통령 최측근인 인사가 이 사안을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조만간 신씨 형제를 소환 조사한 뒤 양씨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의 한 관계자는 “신명씨가 가짜 편지 작성에 배후세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언론 등에 보도가 된 이상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논쟁거리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박진석 기자



◆BBK 사건=김경준씨가 대표로 있던 BBK투자자문이 옵셔널벤처스를 인수한 뒤 주가조작과 300여억원대 횡령 범죄를 저지른 사건. 주범이었던 김씨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이며 주가조작 및 횡령 과정에도 관여했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이 후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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