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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매긴 1만원 … 정부도 속수무책

중앙일보 2012.01.17 00:00 종합 12면 지면보기
한국낙농육우협회 소속 농민들이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에 사료구입 자금 지원 등 육우값 대책을 요구했다. 농민들이 육우 송아지값이 1만원까지 떨어졌다며 1만원으로 살 수 있는 삼겹살 300g, 도미 반 마리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태성 기자]
젖소를 키우는 농민 100여 명이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집회를 했다. 육우(고기용 젖소) 수송아지 가격 하락에 따른 정부 대책을 요구했다. 당초 젖소를 끌고 올 계획이었으나 소 모형 3개로 모양만 냈다. 집회를 주도한 낙농육우협회는 “육우 한 마리를 키우면 150만원을 손해본다”며 “한우 대책만 있고 육우 대책은 없다”고 성토했다. 협회는 “한우 도태 장려금으로 300억원이 마련됐는데 육우 대책은 송아지 요리 개발뿐”이라며 “같은 농가인데 왜 서자 취급이냐”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전국한우협회는 정부에 ‘맞춤형 한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한우협회 측은 “한우 대책이 나오면 육우 대책도 마련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낙농육우협회 상경 시위 왜

 축산농가가 ‘농농(農農)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우와 육우가 규모와 경쟁력에서 완전히 다른 산업이 됐기 때문이다. 과거 한목소리를 냈던 의사가 동네 병원과 중대형 병원으로 나뉘어 이견을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위기 때는 약한 고리일수록 타격이 크다. 최근 소 값이 내리면서 하락폭이 가장 컸던 것은 젖을 짤 수 없어 고기용으로 키워야 하는 육우 수송아지다. 지난해 4월 22만원대에서 최근 1만원대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한우 수송아지는 185만원대에서 130만원대로 30% 하락했다. 정민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우는 소비재로서 안정적 기반을 확보했으나 시장이 작은 육우는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할인점·식당 등에서 파는 쇠고기는 거의 1등급 이상이다. 소 값이 내렸다지만 1등급 이상은 생산농가가 이익을 남기고 있다. 한우는 62.4%가 1등급 이상이다. 육우는 12%다. 생산이력제가 정착되면서 육우와 한우의 구별은 더 뚜렷해졌다. 게다가 저가 가공용 고기는 가격이 국내산의 절반인 수입산이 버티고 있다. 육우가 설 자리가 어정쩡한 셈이다. 시장 규모도 한우는 연 20만t인데 육우는 2만6000t이다. 육우는 낙농가로선 쓸모가 없는 수송아지를 기반으로 한 파생산업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어려워졌지만 정부가 선뜻 나서기도 힘들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낙농가 매출은 연 2억9700만원, 소득은 연 7700만원(월 642만원)이다. 지난해 3분기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 소득(434만원)보다 48% 높다. 낙농가가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하는 수송아지는 농가당 연간 16마리로,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은 330만원이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연 소득을 감안하면 이 정도 손실은 감내해야 한다”며 “도시 서민은 더 어려운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낙농과 육우가 한 협회를 구성하고 있지만, 송아지를 사서 키우는 육우 농가는 송아지 값이 내리면 원가가 덜 드는 이점이 생긴다.



 이에 대해 낙농육우협회 측은 “육우 구입 기피로 무너져 가는 육우 생산 시스템 붕괴를 막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를 위해 육우 송아지 구입 보조금 지원, 군납 확대, 육우 전문식당 개설을 요구했다. 정민국 농경연 연구위원은 “결국은 육우 사육 시스템을 개량해 좋은 육우 고기를 생산하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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