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네가 협박 받는 줄 아빠는 몰랐구나 …

중앙일보 2012.01.17 00:00 종합 18면 지면보기
광주 S중학교 1학년 A군(14)의 아버지가 자신이 운영하는 고물상에 있던 금고 도난 현장을 담은 폐쇄회로TV(CCTV)를 가리키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부르르~. 아들이 휴대전화를 받지 않자 문자메시지 수신음이 5~10분 간격으로 울렸어요. 아들은 계속 불안해했죠.”

왕따 무서워 집 금고 턴 중학생의 아버지



 16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한 고물상. 선배들의 금품 갈취를 견디다 못해 아버지 금고까지 손을 댄 광주 S중학교 1학년 A군(14)의 아버지 J씨(50)는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본지 1월 16일자 1,8면>



 다른 사람에겐 알리지도 못한 채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들어 했을 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탓이다. 그는 지갑에서 돈이 자꾸 없어지자 아들을 의심했다. 혼도 내고 타일러도 봤지만 손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지난 7일엔 아들과 함께 고물상에 갔다.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메시지가 올 때마다 아들은 좌불안석이었다”며 “나와 있어 그런 줄 알았는데 ‘빨리 나오라’는 독촉 메시지였다”고 말했다.



 아들은 바로 금고에서 40여만원을 훔친 뒤 가출했다. J씨는 며칠 뒤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이를 확인했다. 그는 “학교 선배였던 B군(16)이 다른 2학년 학생에게 인터넷 메신저로 ‘돈을 모아오라’고 시켰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학교폭력이 실제 생활에서뿐 아니라 휴대전화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까지 옮겨간 것이다. 피해 학생은 온·오프라인에서 24시간 괴롭힘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그는 “지난해 10월께 딸(20)이 집으로 걸려온 전화를 아들에게 바꿔주자 화를 낸 적이 있다고 들었다”며 “알고 보니 아들이 일부러 휴대전화를 꺼놓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간 돈을 훔친다고 일방적으로 아들을 나무란 데 대해서도 미안해했다. 그는 “4년 전부터 아내와 함께 고물상을 하면서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한다”며 “누나들도 바빠 혼자 있는 아들을 위해 사준 휴대전화가 협박의 도구로 사용됐다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챙겨주지 못하다 보니 (학교폭력에) 더 심하게 시달린 것 같다”고 했다. 선배들은 A군의 집에 자주 놀러와 냉장고에서 먹을 것을 모두 꺼내 먹거나 집에 있는 옷을 훔치기도 했다. “먹고살기 바빠 신경을 잘 써주지 못한 부모 책임입니다. 나중에 가해 학생들이 ‘너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또 협박할까 두려워요.” 그는 학교폭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하며 착잡해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 광산경찰서는 16일 500만원이 든 금고를 들고 달아난 혐의(특수절도 등) 등으로 B군을 포함해 중학생 3명을 붙잡아 조사했다. 또 조직적인 학교폭력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해당 학교를 상대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광주=유지호·최경호 기자



◆ 관련기사



▶ 왕따 앞에 무릎 꿇은 일진…'인소'에 쾌감 즐기는 10대"

▶ 스파이 몰려 시작된 왕따…투신 직전 전화 한통이 날 살렸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