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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칼럼] 장막을 넓게 치라

중앙일보 2012.01.17 00:00 종합 35면 지면보기
문창극
대기자
전쟁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군사를 모집해야 한다. 선거라는 전투는 더욱 그러하다. 많은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는 정당(catchall party)이 성공한다. 많은 병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큰 텐트를 쳐야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큰 텐트를 칠 생각은 못하고 지금까지 쓰고 있던 작은 우산을 펴놓고 비좁다며 있는 사람까지 내쫓으려 하고 있다. 당의 쇄신 작업이라는 것이 자리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당신들이 나가야 우리 자리가 넓어지겠다”는 다툼으로 전락하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보수’가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없으니 아예 보수를 떼어 버리자고 한다. 그 좁은 우산마저 걷어치우자는 말이다.



 한나라당이 언제 보수다운 보수를 해본 적이 있는가? 한나라당은 그 뿌리를 보면 보수정당이 아니라 이미 세워진 권력의 들러리 정당이었다. 권력의 곁불을 쬘 수만 있다면 그쪽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의 정당이었다. 가장 쉽게 권력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였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왜 보수정당을 자처했을까? 우리 국민 가운데 보수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 사람들을 이용했던 것이다. 이제 보수의 인기가 시들해지니 버리겠다는 것이다. 정체성이 없는 집단이다. 보수와 진보란 무엇인가. 나라를 어떤 노선으로 운영할 것이냐에 대한 소신이다. 정치환경은 변하게 마련이므로 어떤 때는 보수의 가치가, 어떤 때는 진보가 더 힘을 받는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하게 되면 자연히 보수와 진보가 교대로 집권을 하게 되는 것이다. 두 노선의 정당이 있어야 나라가 균형이 잡힌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지금 누가 정권을 잡느냐는 차후의 문제다. 이번이 아니면 다음의 기회가 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시 불리하다고 아예 성까지 갈겠다고 나서는 정당이라면 그들을 어떻게 믿겠는가? 그런 정당은 보수도 등을 돌리고, 진보에게도 비웃음의 대상이 될 뿐이다.



 한나라당은 쇄신 작업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사람을 내쫓을 것이 아니라 더 끌어모아야 한다. 그러자면 지금보다 더 큰 텐트를 만들어야 한다. 보수를 떼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보수의 텐트를 만들어야 한다. 개방적인 보수를 하라는 말이다. 안철수인들 왜 못 받겠는가. 안철수라는 인물이 살아온 배경이나 생각을 보면 보수정당에 속해야 할 사람이다. 한나라당이 왜 그를 받아들일 수 없는가. 노력은 해 보았는가. 뼛속까지 바꾸자면서 왜 생각은 바꾸지 못하는가. 왜 기존 틀은 깨지 못하는가.



 더 큰 텐트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정강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일자리, 교육, 통일 문제로 목말라하고 있다. 보수정당의 기반은 부자가 아니라 중산층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중산층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한나라당은 중산층을 살리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중산층은 자기 힘으로 자기 생활을 꾸려가는 사람들이다. 자기 땀으로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자유인이고 독립인들이다. 국가가 주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동물원의 눈곱 낀 사자가 되기를 원치 않고 찬바람을 맞더라도 제 힘으로 먹이를 찾아나서는 야성이 있는 사람들이다. 중산층을 위해서는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그 일자리를 위해 한나라당은 무엇을 했는가. 왜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했으면서도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의료, 교육, 관광 분야의 규제 철폐는 손도 못 대고 평등과 복지만을 주장하는 진보 야당에 끌려다녔는가?



 이 나라 교육은 폭력의 현장으로 변하고 있는데, 밥 한 끼 먹이는 것이 이 나라 교육의 지상 목표가 되었다. 공짜 밥보다 중요한 것은 시대에 맞는 교육이다. 세상이 변하는데 우리의 미래 희망인 어린 학생들에게 어른들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가르쳐야 한다. 왜 한나라당은 이러한 교육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는가. 지금 보수는 마치 반통일 세력인 것처럼 매도당하고 있다. 보수가 반통일 세력인가? 보수는 제대로 된 통일을 바라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소중한 가치를 북한 주민과 함께 나눌 수 있는 통일을 원하는 사람들이다. 3대 세습의 눈치를 보며 북한에 끌려다니는 통일이 아니라, 북한 동포들을 살리는 통일을 원한다. 자유, 인권, 평등, 그리고 번영을 가져다주는 그런 통일을 원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보수의 가치야말로 이런 문제를 올바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널리 알려야 한다. 애석하게도 ‘어느 파는 안 된다’ ‘다선은 물러나라’는 소리뿐이다. 편 가르고, 찢고, 내쫓을 궁리만 하고 있다. 바로 그런 행태로 인해 실패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다시 그 전철을 밟고 있다. 권력은 매달릴수록 멀어진다. 그 줄을 놓고 원칙으로 돌아가라. 왜 정치를 하고자 했는지 생각해 보라. 진정으로 가치 있는 길을 걷기 위해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해 보라. 진심은 통하게 되어 있다. 국민은 그런 사람에게 권력을 맡기고 싶어 한다. 그것이 순리의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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