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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결국 사람 장사 …‘인공위성 인력’ 키워야

중앙일보 2012.01.17 00:00 경제 2면 지면보기
베트남 호찌민시의 ‘신한베트남은행’ 본점 내부(왼쪽 사진)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에 위치한 하나은행 현지법인 본점 건물. [신한·하나은행 제공]


‘한국 은행들엔 역시 동남아가 가장 해볼 만한 지역이다. 진출한 한국 기업이 많고,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지리적·문화적 친밀도도 높기 때문이다’. 금융 전문가들의 이런 의견대로 이미 진출한 은행도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많다. 몇몇 은행은 뿌리를 잘 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금융 한류(韓流)’란 이름을 붙이기엔 아직 한참 부족하다. TV드라마는 잘만 만들면 그 나라 안방까지 파고들 수 있지만 은행업은 대표적인 정부 규제산업이라 침투가 쉽지 않다. 외국은행 진출에 대한 현지 시각도 호의적이지 않다. 멀리 보고 전문인력을 육성하는 동시에 현지 금융환경을 이해하며 한걸음 한걸음 전진하는 수밖에 없다.

위기의 금융, 해법 찾기 <중> 동남아가 기회다
국내 은행 동남아 진출 20년 … 결실 맺으려면



요즘 동남아에서 가장 잘나가는 나라 하나를 꼽으라면 인도네시아다. 시장(인구 2억4000만 명으로 세계 4위)과 풍부한 자원을 보고 외국 기업들이 꾸준히 몰려들고 있다. 수도 자카르타 중심가는 여느 선진 도시 못지 않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지난해 주요국 증시가 추락(중국·인도도 각각 -23%)했지만 자카르타 주가지수는 2.5% 올랐다.



 경기가 좋을 땐 당연히 금융 수요도 많다. 지난해 말 본점을 초고층 빌딩으로 이전한 하나은행 현지법인(PT Bank Hana) 최창식 은행장은 맘이 설렌다.





그는 무엇보다 철저한 현지화에 초점을 맞춘다. 300명 직원이 대부분 현지인이다. 그 자신도 전통의상 ‘바틱’을 입고 콧수염도 길렀다. “현지화 전략은 초기 단계에 노력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먼저 가겠습니다.”



 지난해 5월 이 나라 금융월간지 ‘인베스터’는 총자산 10조 루피아(약 1조3000억원) 이하 70개 은행 가운데 하나은행을 최고로 선정했다. 2009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0.38%였으나 2010년 4.33%, 지난해는 6%대로 높아졌다. 2007년 말 BIMA은행을 인수하면서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는데 불과 3~4년 만에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베트남 선점 전략으로, 하나은 행은 인도네시아 현지화 전략으로 착실히 뿌리내리고 있다. [신한·하나은행 제공]
 자카르타의 우리은행은 올해로 진출한 지 20년 된다. 현지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삼성·LG·현대차·포스코 등 한국 기업이 주 고객이다. 기업금융 중심이기 때문에 적은 직원으로도 높은 수익성을 올린다.



최상학 은행장은 “이 나라 은행연합회가 주관한 2011년도 경영성과에서 전체 120개 은행 중 2위를 차지했다”고 자랑한다. 그럼에도 고민은 있다. 어떻게 현지화 비율을 높이느냐는 것이다. 그가 현지은행 인수를 계속 물색하고 다니는 이유다. 하지만 이 나라 중앙은행은 외국 은행 진출에 대해 경계심이 많다. 광산이나 팜농장 대출을 늘리려 해도 담보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없다고 호소한다.



 신한은행도 현재 자산 1000억원 규모의 현지 은행 인수작업을 벌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2003년 말 인도네시아 6위인 BII은행에 투자했다가 2005년 말 지분을 매각했다. 그때 240억원의 차익을 올려 잔치를 벌이기도 했으나 지금은 당시의 결정을 후회하며 재진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인도네시아나 베트남과 달리 태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은 하나도 없다. 말레이시아에도 우리은행 한 곳뿐이다. 캄보디아에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이제 겨우 발을 디딘 상태다. 핌코아시아의 박정 한국담당 대표는 “한국 은행이 몇몇 나라로 쏠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라오스 같은 나라에도 장기 전략을 갖고 지금쯤 교두보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엔 너무 몰려=현재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은행은 14개로 홍콩(12개)보다 많다. 삼성·롯데·CJ·포스코 등 대기업 외에도 의류·신발 분야의 중견·중소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 영업환경은 결코 쉽지 않다. 1인당 소득이 1200달러인 나라에서 그럴듯한 금융인프라를 기대할 순 없다. 대출할 자금이 있어도 우량 기업을 찾기 쉽지 않다. 기업 장부를 믿기 어려운 탓이다. 인플레가 심하다며 중앙은행이 갑자기 여신증가율을 20%로 억제하는가 하면 비제조업 대출을 틀어막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곳이 호찌민시에 자리 잡은 신한은행이다. 자산이 10억 달러로 외국 은행 중 HSBC에 이어 2위다. 멀리 보고 일찍 진출한 덕이다. 올해로 20년이 된다. 스탠더드&차터드(SC), 미국 씨티, 호주 ANZ 등 모두 5개 외국은행이 영업 중이다.



외국계 은행 허가는 당분간 더 내주지 않을 거라고 한다. 선점한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과거 조흥은행 합작법인이었던 신한비나은행과 신한은행 현지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이 합쳤다. 베트남에서 은행 간 인수합병(M&A)이 처음 이뤄진 것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현재 9개 지점에 직원은 420명이다. 홍만기 은행장은 5년 내 베트남 1위 외국 은행이 되는 걸 목표로 한다.



과거 신한비나는 조흥은행과 비엣콤은행의 50대50 합작이었다. 대외무역을 전담하는 비엣콤은 이 나라 2위의 국영은행이다. 이런 대형은행과 손잡은 것이 빠른 성장의 발판이 됐다. 비엣콤과는 지금도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돈이 생기면 금이나 달러를 사서 장롱 속에 넣어둔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도 전체 인구(약 9000만 명) 중 15%만이 은행 거래를 하고 있다.



홍 행장은 이걸 기회로 본다. 끌어들일 고객과 돈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현재 계좌 수는 약 2만5000개인데 이 중 약 20%가 현지 고객이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포화상태인 국내를 벗어나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해야 한다”며 “현재 3% 정도인 해외 수익 비중을 2015년까지는 10%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별취재팀 



호찌민(베트남)·자카르타(인도네시아)·홍콩=심상복, 지린성(중국)=한우덕, 마드리드(스페인)·헬싱키(핀란드)=안혜리 기자

공동취재=하나금융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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