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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악하면서 착한 척” … 그림으로 털어놓은 왕따 고통

중앙일보 2012.01.16 05:09 건강한 당신 2면 지면보기
학교 내 집단 따돌림은 피해 학생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정신건강까지 위협한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김승혜 팀장은 “피해 학생의 상황에 따라 미술·음악·역할극·가족 동반 치료 등 적절한 치료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연세신경정신과 손석한 원장은 “이때 모든 상담과 치료는 의료체계와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 학생과 가족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재활치료를 알아본다.


집단 따돌림 피해 학생, 미술 치료로 마음 들어봤더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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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좋아하는 아이엔 음악 치료를



왕따를 경험한 학생은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때 미술 치료는 아이의 속내를 말없이 털어놓게 한다. 김 팀장은 “피해 아이에게 큰 원을 하나 주고 색칠을 하라고 했더니 원 밖에는 파스텔톤 같은 예쁜 색을 칠하고, 원 안쪽에는 빨갛고 검은 색을 칠했다”며 1년간 왕따를 당해온 김이슬(14·여·가명) 학생의 사례를 이야기했다. 아이에게 이유를 물어봤더니 “사람들은 내면은 악한데, 겉으로는 착한 척을 해요”라고 대답했다. 김 팀장은 “그런 사람이 누가 있지”라고 물어보며 심리치료를 이어갔고, 아이는 폭력을 당한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음악치료를 권할 만하다. 김 팀장은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에 자신의 심정을 표현한 가사를 붙여보라고 했더니 억눌렀던 감정을 쏟아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조용하게 명상음악을 듣기도 한다.



 핀란드 등 선진국에서 주로 진행되는 역할극 놀이도 피해 아이의 치료에 활용된다. 폭력을 당할 땐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을 이야기하고, 왜 그때 주도적으로 행동하지 못했을까 되돌아보며 숨겨둔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역할극이 끝나면 교사가 아이에게 “실제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난다면 이제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니”라고 물어보기도 한다. 역할극은 아이의 상처 회복과 내적인 힘을 길러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피해학생 부모, 가족도 심리상담 필요



1년 동안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해 온 학생이 미술치료 시간에 그린 그림. 원 밖은 예쁜 색을 칠하고, 원안에는 빨갛고 검은색을 칠했다. ‘사람은 겉으로는 착해 보이지만, 내면은 악하다’는 심정을 표현했다.
집단 따돌림으로 인한 충격은 아이뿐 아니라 부모의 건강까지 위협한다. 부모가 자녀의 상황에 감정이입이 되면 울컥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김 팀장은 “이럴 때 오히려 아이가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불안한 마음을 갖는다”고 말했다. 자신 때문에 부모가 불행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피해 학생의 부모도 전문가에게 상담 치료를 받으며 아이의 욕구가 뭔지 이해하는 상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후 아이와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캠프 프로그램 등 가족 동반 상담에 참여한다. 이외에도 전문상담센터에서는 상담사와 아이가 ‘멘토-멘티’ 관계가 돼 함께 쇼핑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등의 1:1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김 팀장은 “왕따를 당한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 처해도 자신을 믿고 격려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믿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왕따’ ‘따돌림’ 등 학교 내 폭력을 경험했거나 자녀가 피해를 당하고 있다면 주저 없이 전문센터와 의료기관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전국학교폭력상담전화(청소년폭력예방재단) 상담전화 ‘1588-9128’로 전화해 도움을 요청한다. 각 자치구의 정신보건센터에서도 폭력 예방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117(경찰청), 1588-7179(교육과학기술부), 1388(여성가족부)에서도 상담 전화를 받고 있으며, 조만간 ‘117’로 통합돼 운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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