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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진 검찰 출두 8시간 전 … 박 의장 수행원이 국제전화

중앙일보 2012.01.16 04:00 종합 6면 지면보기
고명진 보좌관
지난 11일 새벽 2시30분 경기도 고양의 한 아파트. 2008년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핵심 인물인 국회의원 보좌관 고명진(40)씨의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왔다.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였던 그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6일을 전후해 잠적했다가 10일 새벽 집에 들어왔었다. 고씨는 고승덕(55) 한나라당 의원 측이 받은 300만원이 들어있는 돈봉투를 다시 돌려받은 당사자다. 전화의 발신지는 외국이었다.


9일엔 이봉건 비서관도 전화

 -“여보세요?”



 “고명진씨?”



 -“누구십니까?”



 “국회의장 수행원 ○○○입니다···.”



 고씨는 휴대전화를 고쳐 잡았고, 수화기 너머 상대방과 2, 3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그로부터 8시간 뒤 고씨는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2008년 박희태 캠프와 비밀 사무소 2008년 당시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박희태 선거사무소(411호·검은 점선)와 금품 살포 관련 업무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비밀 사무소(311호·빨간 점선). [김성룡 기자]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고씨가 검찰 조사를 받기 6시간 전에 해외 순방차 외국에 머물고 있는 박 의장 측으로부터 국제전화를 받은 사실을 15일 확인했다. 최근 고씨의 통화 내역 추적 과정에서다. 검찰은 고씨에 대한 강제수사가 임박했다는 걸 알게 된 박 의장 측이 말을 맞추기 위해 전화를 걸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확한 통화 내용을 조사 중이다.



 검찰은 또 박 의장의 해외 순방을 수행하고 있는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 이봉건(50·1급)씨가 지난 9일 해외에서 고씨와 2, 3차례 통화한 사실도 확인했다. 당시 이 비서관은 고씨가 자신의 첫 번째 전화를 받지 않자 ‘전화를 받으라’고 문자메시지까지 남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서관은 그러나 15일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씨와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 비서관은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박 의장 캠프에서 공보 업무 등을 담당했다. 검찰은 또 당시 고씨에게 돈봉투 배달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 조정만(51·1급)씨를 출국금지하고 신병 확보에 나섰다.



◆박 의장, 거취 표명할까=검찰은 해외 4개국 순방을 마치고 오는 18일 귀국하는 박 의장이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박 의장이 쉽게 의장직 사퇴를 선언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직 사퇴 여부는 청와대와 상의해야 하는 데다 정치적 복선도 많이 깔려 있다”며 “특히 검사 출신으로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박 의장으로서는 자신이 사퇴할 경우 검찰의 칼날이 바로 들어올 수 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나모씨 등 전·현직 서울 은평구 구의원들은 본지 기자와 만나 “지난주 검찰 조사 때 ‘2008년 전당대회 때 안병용(54) 한나라당 은평갑 당협위원장이 우리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311호에 있던 비밀 사무실로 불러 당협위원들에게 주라며 2000만원을 줬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은평구의회 부의장·의장을 지낸 나씨는 “안 위원장이 48개 당협 명단이 적힌 종이를 주면서 ‘19번부터 48번까지, 30개 당협에 50만원씩 돌리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N의원은 “안 위원장은 조사과정에서 수시로 말을 바꿨다”고 전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안 위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6일 열린다.



글=박진석·이지상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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