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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그대로 ‘평이근인’ … 자신 낮춰 방대한 인맥 구축

중앙일보 2012.01.16 03:00 종합 14면 지면보기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설)을 앞두고 ‘군민(軍民) 신춘맞이 문예공연’이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렸다. 후진타오 국가주석(둘째 줄 왼쪽에서 아홉째)을 비롯한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공연 출연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둘째 줄 왼쪽부터 허궈창 정치국 상무위원(셋째), 시진핑 국가부주석(다섯째), 자칭린 정치국 상무위원(일곱째), 후 주석, 시 부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 인민해방군 가무단 예술책임자(열째·현역 소장)이다. 그 다음은 한 사람씩 건너 우방궈 전인대 상무위원장, 리창춘 정치국 상무위원, 리커창 상무부총리, 저우융캉 정치국 상무위원이다.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중국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에서 지난해 12월 5일 기자와 만난 국유기업 간부 Y씨(50). 그는 시진핑(習近平·습근평·59) 국가부주석이 대인관계를 관리하는 비법을 들려줬다. 시 부주석을 직접 만난 적이 있다는 그는 “당내 원로와 주변 사람 누구에게도 밉보이지 않도록 처신을 아주 잘하는 정치인”이라며 “정계에 통용되는 게임의 룰을 잘 알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시진핑의 길’에서 한·중관계 미래를 묻다 ④ 넓고 촘촘한 인적 네트워크



 그는 “중국인들은 남한테 밉보이는 것(得罪)을 제일 기피한다”며 “중국의 공직 사회에서 적을 만들면 오래 못 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람은 유명해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돼지는 살찌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홍루몽(紅樓夢)의 구절도 공직자들이 반드시 새기는 처세의 철칙”이라며 “시 부주석은 깊은 정감으로 사람을 대하며 스스로를 낮추는 처신으로 호평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시 부주석은 중국의 정계·학계·군부에 거미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의 이름이 들어간 사자성어 평이근인(平易近人)처럼 ‘쉽게 사람이 다가갈 수 있는 친근감’이 최대 무기다.



 부총리를 지낸 시중쉰(習仲勛)의 아들인 시진핑에게 중국 권력의 심장부 중난하이(中南海)는 거미줄 인맥의 출발점이다. 유년기에 아버지와 함께 중난하이에 드나들면서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를 “수수(叔叔·아저씨)”라고 부르며 자랐을 정도다. 그가 중2 때까지 다닌 베이징81학교는 고위 간부 자제들만 다닌 귀족 학교였다. 이곳에서 덩샤오핑(鄧小平)의 장남 덩푸팡(鄧朴方) 중국 장애인협회 명예주석, 톈진(天津)시장을 역임한 위치웨이(兪啓威)의 아들 위정성(兪正聲) 상하이 당서기를 사귀었다.



 칭화대는 시진핑에게 인맥의 폭을 넓히는 데 엄청난 자산으로 작용했다. 그는 화공학부 졸업을 통해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류옌둥(劉延東) 국무위원 등 중국 정계를 주름잡고 있는 칭화대 출신 집단을 뜻하는 ‘대청제국(大淸帝國)’의 일원이 됐다.





 시 부주석은 칭화대 동문 조직도 십분 활용했다. 2003년엔 저장성 출신 칭화대 졸업생 2000여 명으로 칭화대 저장성 동문회를 설립했다. 저장성 자싱(嘉興)에 칭화장강삼각주연구원을 설립했다. 칭화대를 매개로 삼아 저장성의 민간 기업인들과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마윈(馬云) 알리바바닷컴 회장 등이 그의 경제계 지인이다.



 시 부주석은 군부와의 인연이 강하다. 그는 대학 졸업 후 현역 군인으로 입대해 당중앙군사위원회 판공청에서 국방부장을 지낸 겅뱌오(耿飇)의 비서로 약 3년간 복무했다. 군 출신의 위추리(余秋里) 부총리의 비서였던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과 각별하게 지냈다. 쩡은 시진핑이 차기 최고지도자가 되는 데 결정적인 후원자 역할을 해줬다. 군내 인맥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류사오치(劉少奇) 전 국가주석의 아들 류위안(劉源) 인민해방군 총후근부 정치위원(상장)이다. 두 사람은 문화대혁명 이후 절친하게 지낸 친구여서 시 부주석이 집권하면 요직에 기용할지 주목된다. 시진핑은 푸젠·저장·상하이에서 근무하던 시절 해당 지역 군 장성들과는 별도의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인민해방군 소장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는 그의 군맥 기반을 넓혀주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시 부주석이 차기 지도자로 부상하면서 중국 정가에 새로 나온 유행어는 ‘푸젠방(福建幇)’이다. 그가 푸젠성에 17년간 근무하는 동안 형성된 인맥을 지칭한다. 이 중 자칭린(賈慶林) 중국정치협상회의 주석, 허궈창(賀國强)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는 정치국 상무위원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특정 지역에서 함께 근무한 고위 정치인이 동시에 정치국 상무위원 3명을 배출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시 부주석에게는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푸젠성 성장을 지낸 왕자오궈(王兆國)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국회 부의장에 해당)도 시 부주석과 가까운 푸젠방으로 분류된다.



 시 부주석은 공산혁명 원로의 자제와 친인척을 지칭하는 태자당(太子黨) 멤버다. 중국의 현실 정치에서 가장 막강한 파벌이다. 왕치산(王岐山) 부총리는 문혁 때 시 부주석과 함께 산시성에서 노동한 인연이 있다. 시진핑은 2010년 12월 충칭(重慶)을 방문해 폭력 세력 타도와 훙거(紅歌) 부르기 운동을 주창한 보시라이(薄熙來) 충칭시 당서기를 격려하기도 했다.



 시 부주석의 해외 인맥도 탄탄하다. 싱가포르 리콴유 전 총리, 헨리 폴슨 전 미 재무장관이 손꼽힌다. 국내 인사의 경우 박근혜 한나라 비상대책위원장, 윤종룡 전 삼성 부회장 등에게 친근감을 표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시 부주석 시대를 앞두고 한국의 중국 인맥 관리는 여전히 미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진핑의 주요 인맥



▶ 원로=장쩌민(전 국가주석)·쩡칭훙(전 국가부주석)



▶ 당내=자칭린(정협 주석)·허궈창(중앙기율검사위 서기)·왕자오궈(전인대 부위원장)



▶ 태자당=왕치산(부총리)·보시라이(충칭 당서기)·위정성(상하이 당서기)·덩푸팡(장애인협회 명예주석)



▶ 군부=겅뱌오(전 국방부장)·류위안(해방군 총후근부 정치위원)·우성리(해군사령관)·쉬치량(공군사령관)·펑리위안(군인 겸 가수)



▶ 칭화대 동문=주룽지(전 총리)·후진타오(국가주석)·우방궈(전인대 위원장)·류옌둥(국무위원)·천치(전 칭화대 총장)



▶ 당교=리징톈(상무부교장)·천바오성(부교장)·쑨칭쥐(부교장)·리수레이(부교장)



▶ 경제계=마윈(알리바바닷컴 회장)·리수푸(지리자동차 회장)·쭝칭허우(와하하그룹 회장)



▶ 문화체육계=녜웨이핑(중국바둑협회 기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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