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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 한국-대만 ‘저평가 관계’ 벗어날 때

중앙일보 2012.01.16 00:00 종합 33면 지면보기
정상기
주 타이베이 한국대표
그제 실시된 대만 총통 선거에서 집권 국민당(國民黨) 마잉주(馬英九) 현 총통이 야당인 민진당(民進黨)의 차이잉원(蔡英文)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마잉주 총통은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대만의 경제발전을 위해 중국대륙과의 평화적 관계 수립이 필요함을 전면에 부각시켜 안정희구 세력들의 표심에 호소했다. 차이잉원 후보는 부의 공평한 분배와 대만의 장래는 대만인들이 민주적 절차에 의해 결정한다는 ‘대만 컨센서스(臺灣共識)’를 기치로 내걸었다.



 이번 선거에서 대만인들은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의 평화적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야당의 차이잉원 후보에 대해서도 2008년 선거에서 민진당의 셰창팅(謝長廷) 후보가 기록한 41.6%보다 4% 많은 45.6%의 표를 던져 주었다. 안정적인 양당 구도를 정착해 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번 선거는 대만 사회가 한층 성숙한 정치문화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선거과정에서도 별다른 사고가 없었으며, 질서정연한 투·개표 모습 등 후보자들이 개인적 비리나 도덕적 문제를 드러내지 않았고, 선거 결과 발표 후 두 후보 모두 겸손한 승리와 겸허한 패배 인정 등의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연임에 성공한 마 총통은 2008년 5월 취임 이후 추진한 적극적인 대(對)중국 정책을 통해 순조롭게 진행해 온 중국과 대만, 양안(兩岸) 간의 광범위한 교류 협력을 더욱 확대할 것이다. 비공식적인 통계지만, 현재 10여만 개의 대만 기업이 약 3000억 달러를 중국에 투자하고 있다. 약 200만 명의 대만인이 중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양안 간에는 주 530회의 항공편이 운항 중이다. 마 총통의 재선은 이러한 협력 추세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마 총통의 재선은 향후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째, 양안 경제 교류의 가속화는 중국시장에서의 한국과 대만 업체의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마 총통의 재선으로 양안이 2010년 6월 체결한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의 확대 발전과 이를 위한 무관세 및 상호투자를 위한 후속 협상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양안 관계의 화해 무드가 짙어지면서 대만의 대중국 진출기지로서의 중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세계 각국은 대만과 실질적인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다. 주요 국가들은 대만과의 FTA 협상 및 투자보장협정 등 경제관계 확대를 위한 접촉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물론 비정치 분야에서 고위 인사들의 인적 교류를 크게 증가시킬 전망이다.



 대만은 우리의 제5위 교역 파트너이며 특정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산업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는 중요한 협력 대상이다. 저평가된 우리와 대만의 관계를 재인식하고 향후 양안 관계의 새로운 발전 추세에 대비해 대만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정상기 주 타이베이 한국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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