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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TV 파는 것과 달라 … 신뢰가 최우선

중앙일보 2012.01.16 00:00 경제 4면 지면보기
레이콜라 대표
노르디아 핀란드 본사가 있는 헬싱키에서 노르디아 폴란드·발트해 지역부문 오시 레이콜라 대표를 만났다. 그는 노르디아의 폴란드 진출을 비롯해 은행 내에서 해외진출 전략에 정통한 인물로 통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노르디아 발트해 지역 대표 레이콜라
우리가 가장 잘 아는 곳에 투자
기회의 땅이라고 덥석 물지 않아

 -단기간에 글로벌 뱅크로 급성장했다. 한국 시장에도 관심 있나.



 “전혀. 우리는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소매영업에 집중한다. 우리가 한국 은행들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시장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뿐 아니라 그 어떤 ‘기회의 땅’이라도 가능성만 보고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다. 노르디아가 새로운 사업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유수한 글로벌 뱅크들도 당연히 눈독을 들일 것이다. 우리가 항상 가장 스마트한 은행은 아니다.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판단한다면 투자하지 않는 게 맞다.”



 -유로존 재정위기에도 다른 유럽 은행들보다 타격을 덜 받았는데.



 “위에 언급한 원칙 덕분이다. 누가 시장을 잘 이해하고 있느냐가 결국 성공 여부를 판가름한다. 지역이든 상품이든 잘 모르면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5개국(PIIGS)에 물린 돈이 하나도 없다.”



 -해외에 진출할 때 가장 중요한 전략은 .



 “국내건 해외건 핵심은 고객이다. 모든 전략이 고객에서부터 출발한다. 금융은 자동차나 TV를 파는 것과는 다르다. 고객이 금융회사를 고를 때는 전자제품을 살 때처럼 가격이나 사양 차이를 비교하면서 사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해외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그 나라 시장에 없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제품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은 단순히 상품을 수출하는 게 아니다. 고객과 함께 살아가야(have to be there) 한다.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얘기다. 늘 고객을 우선순위에 두기 때문에 은행실적이 조금 나빠졌다고 해서 진출했던 지역에서 철수한 적은 없다. 어려울 때 우산을 뺏지 않았다는 걸 고객은 기억한다. 이게 바탕이 돼서 은행도 같이 성장할 수 있었다.”



◆산탄데르=‘해외진출의 살아 있는 교과서’라고 불린다. 1985년만 해도 스페인의 중급 지방은행(스페인 6위, 세계 152위)에 불과했다. 역사는 길지만(1857년 창립) 규모는 작았다. 하지만 86년 지금 최고경영자(CEO)인 에밀리오 보틴 3세가 취임하면서부터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을 거듭하며 세계 최대 은행으로 급성장했다. 현재는 남미는 물론 영국·미국까지 진출해 37개국에 1만4000여 개 영업망을 갖췄다. 시가총액으론 10위권이다.



국내에서는 MB정권 인수위원회 보고서가 언급하고,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이 한국 은행의 롤 모델로 꼽으면서 국내 은행이 해외진출의 성공사례로 가장 많이 벤치마킹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전 세계적으로 더 주목받고 있다. 월가의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 부동산 관련 파생상품을 사고팔며 큰돈을 벌 때도 예금·대출에 집중한 덕분에 금융위기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노르디아=1990년대 초반 스웨덴 등 북유럽이 금융위기를 겪을 때 스칸디나비아 4개국 주요 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은행이다.



합병 이후 발트해 연안 4개국과 폴란드까지 영역을 확장해 현재 시가총액에서 유럽 5위 안에 드는 은행으로 자리 잡았다.



노르디아는 산탄데르에 비해 생소한 이름이지만 산탄데르와 함께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지난해 11월 선정한 ‘금융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글로벌 시스템 중요 은행(G-SIBs)’ 29개 중 하나로 꼽혔다.



G-SIBs란 은행 규모가 커서 도산하면 글로벌 금융경제 시스템에 메가톤급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금융회사를 말한다.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비롯해 씨티그룹·골드먼삭스·JP모건, 프랑스의 BNP파리바, 영국의 바클레이스·HSBC, 독일의 도이체방크, 스위스의 UBS, 벨기에의 덱시아, 네덜란드의 ING 등 대형 글로벌 뱅크들이 여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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