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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태양광 … 새 ‘기름’ 찾는 정유사

중앙일보 2012.01.16 00:00 경제 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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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 리스크 떠안기 이젠 그만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 팔 걷고
계열사 시너지 고려 큰 그림 그려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예상이 팽배해지던 지난주 초. 국내 정유사 중 이란에서 하루 10만 배럴 정도 수입하는 최대 수입사인 SK에너지의 한 임원은 전자계산기 버튼을 몇 번 누르더니 앞으로 내밀었다. 계산기 액정에는 ‘36,500,000,000’라는 숫자가 나타나 있었다.



 “하루에 배럴당 1000원 정도 비용이 더 든다 치면 1년이면 365억원을 더 써야 한다는 거죠.”



 이란에서 수입을 못한다면 더 비싼 곳에서 원유를 수입하든지 아니면 더욱 비싼 휘발유·경유 등 이미 정제된 석유 제품을 수입해야 할 상황이라는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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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2



 비슷한 시간인 10일(현지시간) 모터쇼가 열리던 미국 디트로이트의 코보(Cobo) 전시센터. 올 한 해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이곳에서 SK이노베이션(SK에너지의 자원개발 모회사)의 구자영 사장이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회사인 독일 콘테넨탈의 엘마 데겐하르트 회장과 손을 맞잡았다.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사업 제휴를 위한 합의를 이뤄낸 것이다. 구 사장은 “SK가 이미 확보한 배터리 셀 기술을 콘테넨탈의 기술과 결합해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입한 원유를 정제하고 그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만들어낸다’는 정유사 영업공식을 회사들이 나서서 흔들고 있다. 김종수 SK이노베이션 상무는 “미래형 에너지 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해 소위 ‘산유국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거시 전략”이라고 말했다. 특히 2차전지 사업과 태양광 사업에 회사들이 공을 들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증설해 올해 총 600㎿h 규모의 공장을 확보해 양산에 들어간다. 전기차 3만 대 이상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현대차그룹 최초의 고속 전기자동차 ‘블루온’에 이어 최근 출시된 기아차의 전기차 ‘레이EV’에 들어갈 배터리 생산 업체로 지정됐다.



GS칼텍스는 자동차용 배터리 같은 2차전지용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개발하는 등 소재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 최대 에너지 기업인 JX NOE(옛 신일본석유)와 합작해 구미산업단지에 음극재 공장을 지어 올 상반기부터 연산 2000t 규모로 생산한다. 올해 세계 리튬 2차전지용 소프트카본 음극재 시장의 10%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허동수 회장은 “자체 기술로 음극재의 국산화에 성공한 만큼 세계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선도업체로 나아갈 것”이라고 자부했다. 또 친환경적인 에너지 저장장치인 전기이중층커패시터용 탄소소재를 생산하기 위한 법인도 만들었다. 이 회사 이상훈 부장은 “현재 300t 규모에서 2015년까지 900t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향후 5년간 2000억원 이상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했다.



 에쓰오일은 태양광 사업을 향후 미래 에너지 사업으로 정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태양광 전지 주원료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한국실리콘의 지분 33.4%를 확보했다. 현대오일뱅크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회사 내에 경영기획팀을 새로 만들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특히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태양광과 풍력 사업을 하고 있어 그룹의 시너지도 고려한다는 복안이다.



◆2차전지=한 번 쓰고 버리는 일반 건전지와 달리 외부 전원을 이용해 충전해서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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