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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해 밖으로 맴도는 아내 "뒷조사 해보니…"

중앙선데이 2012.01.15 04:02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더스틴 호프먼의 열연이 돋보인 1979년의 이 영화는 이혼 위기 가정을 배경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일중독인 극중 남편은 아내와의 대화나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공허감에 지친 아내는 급기야 자신의 삶을 찾겠다고 집을 나간다. 이런 모습은 가정도 아이도 등한시한 채 밖으로 맴도는 일부 한국의 아내들 모습과 흡사하다.


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아내가 도대체 왜 이러는지… 이유라도 알면 좋겠습니다.”

진료실을 찾은 40대 초반의 남편 P씨는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늘 순종적이고 가정적이던 아내가 언제부터인가 친구를 만난다며 외출이 잦더니 늦게 귀가하는 날도 점점 늘었다. 술에 취한 채 새벽에 귀가하는 때도 있다. 참다 못한 남편이 따지자, 아내의 반응은 냉담했다.



“언제 나한테 관심 있었어? 나도 이젠 나를 찾고 싶으니 상관 마.” 어디 가서 누구를 만났느냐는 남편의 추궁에 아내는 의처증이라며 화를 냈고, 아이들 생각하란 말에도 아내의 밤늦은 외출은 계속됐다. 아내는 남편과의 잠자리도, 대화도 모두 거부했다. 고민하던 남편이 혼자 진료실을 찾은 것이다.



“혹시나 해서 뒷조사를 했더니, 역시 만나는 남자가 있더라고요.” 외도를 당당히 인정하는 아내에게 용서해 줄 테니 가정으로 돌아오라고 해도, 아내는 이혼하자며 거절했다.

최근 들어 부쩍 아내의 외도로 진료실을 찾는 남편들을 자주 본다. 물론 사례마다 상황은 다 다르지만, 대체로 아내의 변화는 갑자기 나타난다기보다 서서히 조짐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불행하게도 남편들이 그 조짐을 놓친 것이다.



출산 이후 양육 스트레스나 산후 우울증으로 시작된 우울감·공허감 등이나 고부갈등, 남편과의 갈등관계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외도의 불씨는 커진다. 남편이 회사일로 바쁘거나 가정에 소홀한 경우 함께하는 시간이 줄고 섹스리스로 진행되면서 외도에 빠지기도 한다. 또한 히스테리성이나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경우 남편과의 친밀관계를 피하고 방황하며 습관적인 외도에 노출될 수도 있다.



감정기복이 심하고 충동성이 강한 조울병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여성에게 흔한 우울감과 공허감을 남편과의 사이에서 해결하지 못한 채 대리인을 찾다가 결국 부부 사이가 파탄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여성의 외도는 남성의 외도에 비해 빈도가 떨어지는 대신, 시작되면 그 파괴력은 훨씬 크다. 일회성이거나 유희적인 남성의 외도와 달리 가정 파탄으로 결론 나기 쉽다. 여성 외도는 부부관계가 이미 나빠진 상태가 되어서야 최후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 여성의 외도는 정서적인 몰입을 하는 경향이 있어 회복이 쉽지 않다. 따라서 발생 전에 예방이 최선의 방법이며, 특히 반복된 늦은 귀가와 술 문제에 아이 양육조차 무관심한 모습은 아내의 외도에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신호다.



잡은 물고기에 먹이 주는 거 봤느냐고? 그렇게 철없는 소리를 하는 남편들은 언젠가 화를 부를지도 모른다. 먹이를 주지 않으면 물고기는 굶어 죽든가, 아니면 자기가 알아서 먹이를 찾으러 밖으로 나가게 된다. 배우자와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지켜 나가는 것은 살아갈 날이 더 길어진 요즘 가장 중요한 노후대책 중 하나이자 행복의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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