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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성추문, 한국은 돈 … 나라마다 단골 소재 차이

중앙선데이 2012.01.15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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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 내용도 제각각

폭로는 미국 정치에서도 흔한 일이다. 1974년 8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사퇴하게 만든 워터게이트가 대표적이다. 당시 ‘은밀한 제보자(deep throat)’로 불렸던 폭로 당사자는 FBI(연방수사국) 마크 펠트 부국장이었다. 87년 5월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두주자였던 게리 하트 전 상원의원은 20대 모델인 도나 라이스와의 혼외정사가 드러나며 경선을 포기했다. 라이스를 무릎에 앉힌 사진까지 공개되며 그의 정치 생명이 마감됐던 이 사건은 라이스의 여자친구가 마이애미 해럴드라는 지방 신문에 전화를 걸어 두 사람의 관계를 폭로하며 되돌이킬 수 없게 됐다. 그의 낙마를 놓고 당시 CIA(중앙정보국) 공작설이 제기된 것도 폭로에 음모론이 맞붙는 한국의 현상과 비슷하다. 97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여직원 모니카 르윈스키의 스캔들은 르윈스키의 동료 여직원인 린다 트립이 르윈스키와의 전화 통화를 몰래 녹취해 뉴스위크에 폭로하며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 10월 여론조사 지지율 20%를 넘기며 ‘흑색 돌풍’을 일으켰던 허먼 케인 역시 한 달 후 진저 화이트라는 여성이 그와의 내연 관계를 언론에 폭로한 뒤 대통령의 꿈을 접었다. 이처럼 폭로는 정치의 일상으로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폭로의 내용은 전혀 다르다.



김형준 명지대(정치학) 교수는 “미국은 주로 정치인의 여성 편력, 거짓말, 직권 남용과 같은 도덕성의 문제가 폭로의 대상인 반면 우리는 돈 문제가 대형 폭로의 주된 소재”라고 지적했다. 이철희 두문 정치전략연구소장도 “미국에서의 폭로는 개인의 사생활이나 과거 발언에 대한 검증 등 정직성과 같은 캐릭터(character) 이슈인 반면 한국은 돈 수수나 권력의 호가호위와 같은 더 심각한 사안이 주를 이룬다”고 말했다. 그는 “폭로의 내용이 다르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정치가 제도화돼 있지 못하고 정치의 투명성이 떨어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당 대표나 유력 정치인에게 공천권이 있는 한국 정치에선 의정 활동이나 지역구 활동과 같은 제도화된 정치보다는 돈이나 계파, 사적 관계에 따른 은밀한 정치 관행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김도종 명지대(정치심리학) 교수는 폭로의 파급력은 한국에서 더 높다고 분석한다. 그는 “소셜네트워크 등으로 폭로 메시지의 전파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졌다”며 “쉽게 말해 정치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폭로가 터지면 언제든지 수만 명의 촛불집회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채병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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