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룰 적용, 내겐 엄하게 남에겐 관대하게 … 그래야 ‘필드 군자’

중앙선데이 2012.01.14 23:25 253호 19면 지면보기
양심을 지키고 상대를 배려하는 게 진정한 골퍼다. 박세리(왼쪽)와 크리스티나 김이 2006년 US여자오픈 2라운드가 끝난 뒤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중앙포토]
BC 8세기에서 BC 3세기에 이르는 춘추전국시대는 중국의 변혁기였다. 정치·사회적 혼란으로 말미암아 ‘현실 세계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철학적 과제로 삼았다. 그중에서도 삶과 관련 있는 정치학과 윤리학이 철학의 중심 과제로 대두됐다.

중앙SUNDAY-J골프 공동기획 <7·끝> 논어로 배우는 골프 에티켓

춘추전국시대를 대표하는 학자와 학파는 제자백가(諸者百家)다. 이전까지는 제대로 된 학파가 없었지만 이 시대에 이르러 여러 학자와 수많은 학파가 자유롭게 사상과 학문을 펼쳤다. 그중 유가(儒家), 도가(道家), 음양가(陰陽家), 법가(法家), 명가(名家), 묵가(墨家), 종횡가(縱橫家), 잡가(雜家), 농가(農家), 병가(兵家), 소설가(小<8AAC>家) 등 11가가 유명했다.

유가의 공자는 가장 먼저 인(仁)의 교의를 수립했으며 유가의 성전인 논어를 남겼다. 중국 최초의 어록인 논어는 공자의 가르침을 전하는 문헌으로 인생의 교훈이 담겨 있다. 공자는 논어에서 일관되게 군자의 길을 강조했다. 또 사회의 일원이자 지도자로서 보여야 할 매너에 대해 논했다.

흔히 골프를 인생에 비유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희로애락이 18홀 속에 모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심판이 따로 없는 골프는 스스로 지켜야 할 에티켓이 많은 명예의 게임이다. 18홀을 돌며 남이 보지 않아도 룰을 지켜야 하고 눈앞의 이해에 따라 양심을 속여선 안 된다. 서로 수준이 다른 동반자와 함께 플레이를 하는 만큼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 또한 중요하다.

골프가 강조하는 에티켓은 논어에서 말하는 군자가 지켜야 할 매너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논어의 술이(述而)편을 예로 들어보자.
자왈 삼인행필유아사언(子曰 三人行必有我師焉) 택기선자이종지(擇其善者而從之) 기불선자이개지(其不善者而改之)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기 마련이고 그들 중 좋은 점은 가려내 이를 따르고 좋지 않은 점은 이를 고치라’는 뜻이다. 다른 사람의 모습에서 좋은 점을 따르되 좋지 않은 점은 반면교사(反面敎師)하라는 의미다.

논어 이인(里仁) 편에도 골퍼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덕목이 나온다.
자왈 견현사제언 견불현이 내자성야(子曰 見賢思齊焉 見不賢而 內自省也).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어진 이를 보면 그와 같아지기를 생각하고, 어질지 못한 이를 보면 마음속으로 자신을 스스로 반성한다’.

골프는 세상살이와 마찬가지로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네 명이 함께 즐길 때 더 즐거워질 수 있고 동반자를 보면서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따라서 동반자의 좋은 모습을 따르되 동반자의 좋지 않은 모습은 반면교사 삼아 고친다면 매너 있는 골퍼로 환영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자신에게는 엄격하지만 동반자에게는 관대한 자세로 라운드를 할 때 사랑받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

논어 위영공(衛靈公) 편에서는 ‘자왈 궁자후 이박책어인 즉원원의(子曰 躬自厚 而薄責於人 則遠怨矣)’라고 했다. ‘나에게는 두텁게 추궁하고, 남에게는 엷게 책임을 묻는다면 원한을 멀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골프를 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논쟁이 생길 수 있다. 에티켓과 룰 관련이 대부분이다. 룰과 에티켓을 지키는 데 있어 자신에게는 엄하되 타인에게는 관대한 마음을 보여준다면 진정한 골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래야 라운드 분위기도 화기애애해진다.

논어 팔일(八佾) 편은 ‘자왈 사부주피, 위력부동과, 고지도야(子曰 射不主皮, 爲力不同科, 古之道也)’라고 말하고 있다. ‘활쏘기는 과녁을 맞혀 뚫는 것에 주력하는 것이 아니다. 힘쓰는 정도가 같지 않기 때문이며, 이것이 옛날의 도이다’는 뜻이다.

골프 역시 마찬가지다. 골프는 서로 다른 수준을 가진 골퍼가 함께 즐기는 경기다. 그만큼 상대와의 차이를 인정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플레이 수준이 다른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서는 핸디캡을 주면 된다. 핸디캡 0인 스크래치 골퍼가 핸디캡 16인 골퍼와 라운드를 할 경우 핸디캡 1번부터 16번홀까지 한 타씩 핸디캡을 적용해 주는 방식이다.

골프는 핸디캡이 낮다고 추앙받을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동반자가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골퍼가 진정한 골퍼다.

논어 안연(顔淵) 편에서는 ‘자왈 군자성인지미 불성인지악, 소인반시(子曰 君子成人之美 不成人之惡 小人反是)’라고 했다. ‘군자는 남의 장점은 이루어지게 하고 남의 단점을 이루어지지 않게 한다. 소인은 이와 반대다’는 뜻이다.

골프 군자가 되려면 동반자의 조력자가 돼야 한다. 경기를 지켜봐 주고 덕담을 건네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골프 소인은 이와 반대다. 동반자가 샷을 할 때 방해하거나 큰 소리를 내는 것은 소인의 행동이다.

이인(里仁) 편에는 ‘자왈 방어리이행다원(子曰 放於利而行多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익에 따라 행동하면 원한을 많이 사게 된다’는 뜻이다.

라운드를 하다 보면 내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작게는 식사 내기부터 크게는 큰돈이 오가는 도박 골프까지 있다. 적당한 내기는 라운드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도박 수준의 내기는 사회적 지탄을 피할 길이 없다. 적당한 내기 수준은 끝나고 약 1만~2만원이 남는 정도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골프 인식이나 환경은 여유롭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박세리(35·KDB산은금융그룹)가 1998년 US여자오픈을 제패한 뒤 수많은 박세리 키즈가 가세해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골프를 백안시하는 사람이 많다. 내기 골프 문제, 골퍼들의 에티켓 문제도 매스컴에 심심치 않게 오르내린다.

논어의 맥락에서 보면 골프 문화와 골퍼의 의식이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다. 논어의 시작인 1편을 보면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라고 했다. ‘배우고 이를 적용하면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뜻이다. 골프는 70~80대가 되어서도 즐길 수 있는 평생 스포츠다. 에티켓 있는 골퍼로 인정받으려면 논어에서 말하듯이 양심을 지키고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실천하면 된다. 



정리=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