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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회사 가치 부합하면 연봉 두 배 줘도 안 떠나

중앙선데이 2012.01.14 23:12 253호 24면 지면보기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사장
A.구성원의 가치를 중시하는 기업은 어떻게 다릅니까? 구성원 가치 경영으로 회사가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나요? 중소기업에서는 구성원의 가치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요?

경영 구루와의 대화<11>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사장③

Q.2001년의 일입니다. 독일의 한 경쟁업체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부장급 이상의 우리 핵심 인력 16명 전원을 스카우트하려고 했습니다. 한 직급 승진에 급여를 50% 올려주는 파격 조건이었죠. 인사부장이 와서 “자칫하다간 사장님 혼자 남게 생겼습니다”라고 하더군요. 전 직원을 모아 놓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동안 우리 참 재미있게 일했습니다. 성과도 좋았죠. 그런데 앞으로도 갈 길이 멉니다.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간부 가운데 돈이 더 필요하신 분은 옮기십시오. 비난 받을 일이 아니니 가서 열심히 하십시오. 그러나 우리가 함께 꾼 꿈, 힘을 모아 함께 가꾸려고 한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다면 나와 함께합시다. 그런 여건은 여기가 낫지 않습니까?”
결국 16명 중 단 한 명도 떠나지 않았습니다. 우리 회사가 좋고, 우리 제품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 회사에서 나도 저 자리에 올라 내 능력을 한번 발휘해 보자’ 그런 생각들을 했을 겁니다. 또 본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우리 회사의 가치와 맞았기 때문일 겁니다. 요즘 MBA(경영대학원 석사) 출신들조차도 연봉 못지않게 자신의 가치관과 회사의 가치관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직장 선택 기준으로 삼기 시작한 것과 비슷한 이치죠.
우리 회사는 차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업무용으로 BMW나 미니를 제공합니다. 전체 정규직의 52%에 해당하죠. 또 1년마다 새 차로 바꿔줍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객을 상대하려면 구성원들이 프리미엄 제품과 서비스를 직접 경험해 봐야 합니다. 우리가 경험해 보지 않고 무슨 수로 고객을 설득합니까. 비용 문제를 떠나 임직원에 대한 BMW 차량 제공은 투자라고 본사에 건의해 관철한 일이죠. 직원들은 정비소를 드나들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한 점을 느끼고 개선점을 찾아냅니다.
BMW그룹코리아 직원 중 6명은 해외 근무 중이고, 11명도 과거 독일·미국·일본 등지에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사장 발령을 받던 해 본사 인사 담당 부사장을 만나 아시아 시장의 성장에 대비해 아시아 지역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건의했습니다. 그러자면 한국의 우수한 직원들을 본사에 파견해 BMW의 철학과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죠. 이런 교육의 힘이 해외 근무자를 많이 배출한 것 같습니다.
업계마다 사관학교 격인 회사가 있습니다. 수입차 업계에선 BMW가 사관학교로 통합니다. 그렇잖아도 1995년 BMW에 온 뒤 직원 교육을 열심히 시켰습니다. 그 후 회사가 성장하니까 경쟁사에 계속 스카우트 당하는 겁니다. 어느 날 인사부장이 찾아와 “기껏 키워 봤자 다른 회사 좋은 일 하는 것”이라며 직원 교육투자를 줄이자고 하더군요. 하지만 교육에 계속 공을 들였습니다. 업계에 도움이 되는 인재를 지속적으로 배출해 해당 산업이 발전하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제가 막 BMW그룹코리아에 입사했을 때 많은 이들이 BMW를 2등 차라고 했습니다. 1등 차는 B사 제품이었죠. 회사 내 분위기도 ‘BMW는 값이 싸고 덜 팔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독일 출장 때마다 아우토반에서 B사 차를 포함해 경쟁사 차를 몰아봤지만 저는 수긍하기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속한 조직, 내가 파는 제품에 대해 자부심 없이 어떻게 시장과 고객을 설득합니까? 그래서 ‘B2B’라는 이색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었습니다. ‘기업 간 거래’라는 뜻이 아닙니다. ‘B사에서 BMW로’ 주역이 바뀌고 있으니 자신감을 갖자는 뜻이었죠. 궁극적으로는 B2C를 해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이것 역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라는 뜻이 아니라 ‘BMW에서 고객(Customer)으로’ 사고의 중심을 옮기자는 구호였죠. 최종적 판단은 시장과 고객의 몫이죠. 어쨌거나 우리의 이런 구호가 당시 독일 본사에서도 널리 회자됐습니다. 그로부터 10년 만인 2005년 전 세계 프리미엄 차 시장에서 BMW가 B사를 추월했습니다.
우리 회사는 직함이 없습니다. HJ(사장인 김효준의 머리글자)와 매니저가 있을 뿐이죠. 위계 구조가 반영된 직함은 일종의 계급주의를 조장합니다. 구성원들의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저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전 직원의 직함을 매니저로 통일했죠. 이렇게 수평적인 조직을 지향하면 구성원들이 상대방의 개성과 능력을 존중하기 시작합니다. 우리 회사에도 임시직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정규직 못지않게 당당하고 열심히 일합니다. 일반적으로 비정규직의 급여는 정규직의 60% 수준이라는데 우리 회사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급여 차가 그리 크지 않아요.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고 회사 기여도 면에서 차이가 없다면 급여 수준이 같아야 한다고 봅니다. 회사 사정상 정규직으로 뽑지 않았을 뿐이죠. 비정규직에 대해 기업들이 이런 입장을 취한다면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도 다소 완화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회사는 정규직 자리가 비면 기존의 임시직원을 우선적으로 채용합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구성원 가치도 중요합니다. 열심히 일해 회사를 키운 중소기업인들이 주변에 많습니다. 이들 가운데 “돈을 벌기는 했는데 어쩐지 직원들과 소원하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개인회사로서 부를 축적했지만 구성원과 가치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어느 방향으로 나가는지, 그 과정에서 창출되는 가치를 어떻게 공유하고 성과는 어떻게 나눌 건지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칠 때 비로소 조직 내부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공감대가 생깁니다.
경영권 승계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이 있는데 후계자란 향후 회사의 전 구성원이 공유할 가치를 확대 재생산할 사람입니다. 그런 만큼 외부에서 영입하기보다는 내부에서 그 가치를 내면화한 사람을 고르는 게 바람직합니다. 혈연 승계를 한다면 어느 날 갑자기 이사로 진입시킬 게 아니라 말단 사원으로 들어와 밑바닥에서부터 훈련을 받게 해야 합니다. 재벌 2, 3세들도 시장에 뛰어들어 고객들과 부대껴 봐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회사가 공유하는 가치를 몸으로 체득하게 해야 돼요.
BMW그룹은 퀀트 가문이 지분의 약 50%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 오너들의 지분율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죠. 퀀트 일가는 그러나 회사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습니다. 감사위원회에 소속돼 경영평가는 하죠. 이 가문은 감사위원회에서 일할 후손을 1년 동안 생산라인에 투입합니다.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생산 현장에서 익히게 하려는 것이죠. 이때 가명을 쓰기 때문에 아무도 퀀트 가문 사람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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