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호텔 글로벌 뮤직 디렉터 미켈란젤로 라쿠아
그는 W호텔에 협찬한 뉴욕패션위크의 백스테이지 라운지 음악을 맡았던 2009년 W호텔에 영입됐다. 1990년대 말 디자이너 톰 포드의 눈에 띄어 구찌와 이브생로랑의 패션쇼 음악을 맡은 후 패션 뮤직디렉터로 일해오던 차였다. 그는 10여 년간 뉴욕·파리·밀라노에서 랄프 로렌, 토미 힐피거, 질 샌더, 마이클 코어스,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함께 작업했다. 패션 외에도 TV와 광고 음악 등 이종(異種)문화와 음악의 만남에 전념해 온 그에게 물었다.
![]() |
-본격적인 음악 경력은 패션계에서 시작했다. “뉴욕의 ‘뉴 스쿨 포 재즈 & 컨템퍼러리 뮤직 프로그램’을 마치고 처음엔 밴드 활동을 했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싶어 프로듀서 일을 시작했는데, 우연히 오디션 제의를 받았다. 톰 포드의 무대를 위한 오디션이었다. 나는 그가 누군지 몰랐다. 포드라기에 ‘자동차랑 관련이 있나’라고 생각했다. 주저함 없이 인터뷰를 했고 톰 포드는 그게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누구도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스태프들은 몇 걸음씩 떨어져 걷곤 했다.”
-그와의 작업은 어땠나. “내 인생에 가장 긴장된 순간들이었다. 그는 패션에 대해 믿을 수 없을 만큼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재능 있는 사람을 모아 그 비전을 현실화시키는 지휘자 역할을 했다. 마케팅에도 천재적이었다. ‘안 되겠다’는 말은 용납하지 않았다. 간혹 내 작업이 벽에 부닥칠 땐 이렇게 말했다. ‘다시 해봐. 못하면 이름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말 거야’라고.”
-패션 등 다른 분야 사람과 일을 할 때 주로 고려하는 요소는. “런웨이는 모델의 워킹, 의상의 색감과 조형미 등 시각적 이미지의 비중이 크다. 여기에 음악을 더하면 관객이 무대를 더 감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러려면 디자이너의 비전을 잘 이해해야 한다. 음악은 그 비전을 청각적으로 통역하는 것이다. 존 바바토스가 이탈리아 플로렌스에 있는 폐허가 된 교회에서 쇼를 열었을 때다. ‘아메리칸 록(rock)’이 컨셉트였다. 내가 선택한 오프닝 음악은 지미 헨드릭스가 연주한 미국 국가 ‘Star Spangled Banner’였다(*1969년 우드스탁 페스티벌에서 지미 헨드릭스는 이 곡을 연주했다. 반전(反戰)과 미국 정부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뒤틀리고 비틀어진 기타 사운드로 연주했다). 관객들은 의상과 음악에 압도돼 순간 발끝까지 얼어붙었을 것이다. 관객도 고려해야 한다. W호텔에선 투숙객이 관객이 된다. 그들이 호텔에서 기대하는 스타일에 맞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고르는 것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어떻게 소리로 통역하나. “최근 W호텔의 아이폰 앱을 위한 음악 작업을 했다. 여기엔 수영장·피트니스클럽·라운지 등 호텔 내 각기 다른 장소에서 들으면 좋은 음악이 들어 있다. 피트니스클럽용으로는 발을 구르듯 신나는 음악과 재충전을 위한 차분한 음악을 함께 실었다. 재충전 음악은 몰디브·발리·코사무이 등 휴양지에 있는 W호텔을 위한 음악으로도 어울린다. 이렇게 공간에 맞춘 음악을 통해 고객들은 오감(五感)으로 W호텔의 정체성과 스타일을 체험한다.”
-패션계에서 일하다 호텔업계에 처음 들어왔다. 전에 없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패션과 광고 음악, 음반 작업 등 다양한 경험을 해왔다. W호텔에서의 작업은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것의 통합이라고 생각한다. 이 안에는 라이프스타일이 모두 다 있으니까. 어차피 산업별·분야별 장벽은 다 무너지고 있다. 어느 한 가지에 국한된 규칙 같은 건 없다. 어떤 아이디어든 일단 쏟아내고, 아이디어의 조각들을 다시 집어 창의적으로 통합하는 것, 그게 내 일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뮤직 디렉터와 별개로 개인 작업도 계속 한다. 당장 세계적인 모델 에이전시인 ‘엘리트(Elite)’가 신인모델 발굴을 위해 상하이에서 개최하는 TV쇼의 뮤직 디렉터를 맡았다. 재능 있는 신인을 찾아 음반 작업을 하고, 파리·밀라노·뉴욕에서 패션쇼 음악도 맡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