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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풍에 널어 말린 식이섬유 덩어리

중앙선데이 2012.01.14 19:39 253호 29면 지면보기
어느 겨울인가 전남 무안 포구에 가던 길이었다. 겨울 바다의 풍광을 즐기면서 가는데 특이하게 녹색으로 덮인 갯벌이 눈길을 끌었다. 따라 내려가 보니 갯벌에 코를 박고 가느다란 해초 같은 것을 열심히 채취하는 분들이 있었다. 얼핏 매생이 같아 보여 물어봤더니 “매생이보다 훨쩍 더 맛난 감태인디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살펴보니 색깔이 더 연하고 올이 더 굵었다. 나도 남쪽 출신이기는 하지만 감태는 처음이었다.

나와 감태: 주영욱 마크로밀 코리아 대표

남녘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한겨울 바닷바람은 살을 에었다. 그 넓은 갯벌에 퍼져 있는 감태를 일일이 손으로 뜯어 모으는 작업이 참 고생스러워 보였다. 이렇게 고생스럽게 수확해야 하는 감태가 과연 고진감래(苦盡甘來)의 맛일지 궁금해졌다.

여행에서 돌아와 감태에 대해 알아봤다. 파래의 한 종류인데 아주 독특한 풍미가 있다고 했다. 생으로 먹기보다는 해풍에 잘 말려서 감태김, 감태무침 등으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란다. 노화방지 성분인 시놀(Seanol)이 많이 포함돼 있고 지방간, 당뇨, 동맥경화 등 성인병 예방 효과가 뛰어난 이로운 식품이다. 11월 말부터 2월까지가 상품성 있는 채취 기간이라 꼼짝없이 추울 때 채취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을 뒤져서 마른 감태를 주문했다. 진간장으로 무친 다음에 깨소금을 조금 얹으니 마른 감태 무침이 쉽게 완성됐다. 첫 맛은 쌉쌀하면서 조금 거친 듯하지만 상큼한 갯내음이 진하게 풍겼다. 달짝지근한 이끼, 감태(甘苔)라는 이름에 걸맞게 뒷맛이 달았다. 김이 잘 정리된 깔끔한 여성스러운 맛이라면 감태는 거칠지만 진국인 맛을 뿜어내는 바다의 남자 같은 맛이었다. 게다가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에 좋고 피부 미용에 좋다니 여자분들이 가까이하면 더욱 좋은 해초계의 ‘남자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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