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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딩도 있고, 퍼도 있지만 전통의 방한복은 누구나 한 벌쯤 갖고 있을 모직 코트다. 그런데 이 코트라는 게 대체로 거기서 거기다. 특히 남성용은 색깔마저도 검은색·회색·카멜색 일색이다. 매일 바꿔 입을 것도 아니고, 어디에나 어울릴 것을 찾다 보니 그러했을 터다. 그렇다면 모직 코트의 관건은 소재다. 뭉뚱그려 ‘모직’이라고 하지만, 어떤 동물이냐에 따라 울·알파카·캐시미어 등 종류도 다양하다. 디자인이 아니라 소재에 따라 유행이 오기도 한다. 5~6년 전 겨울의류 시장에선 알파카가 대세였다. 낙타과 동물인 알파카의 털로 만든 옷감은 양털로 짠 울보다 고급이면서 결을 따라 윤기가 나고 촉감이 좋고 인기를 끌었다.
진화하는 겨울 외투
트렌드까지 소재에 따라 움직이는 건 겨울 옷의 투박함 때문이다. 따뜻하려고 두껍게 껴입다 보면 비대하고 무거워지기 때문에 이왕이면 보온 잘 되면서도 가벼운 소재를 찾아 나서게 된다. 캐시미어는 고급 겨울 옷감의 최고봉이다. 인도의 캐시미어 염소나 티베트산 산양의 털을 가늘게 짜서 만드는데, 얇고 부드러운 데다 따뜻하다. 똑같은 디자인의 검은색 코트라 해도 울 100%가 뻣뻣한 느낌인 데 반해 캐시미어는 몸에 착 감겨 흐르는 느낌을 준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로로 피아나, 아뇨냐, 브루넬로 쿠치넬리 같은 최고급 캐시미어 브랜드들의 희귀 원단이 등장한다. 로로 피아나는 태어난 지 3개월 정도 된 ‘아기 염소’의 털을 빗어내 ‘베이비 캐시미어’를 만든다. 사람도 아기 피부가 가장 보드랍듯 베이비 캐시미어의 감촉은 비단처럼 매끄럽다.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여성복 브랜드 아뇨냐는 산양의 솜털만 뽑아 만들어 가장 순수하다는 ‘화이트 캐시미어’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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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의 반전, 날씬한 패딩
패딩은 투박하고 폼은 안 나도 따뜻해서 좋은 옷이었다. 그래서 중·고생의 교복 역사에 한 획을 긋기 전에 이미 방송 스태프의 야외촬영용 유니폼으로 떴다. 지금은 겨울 패션계를 제패한 트렌드일 뿐만 아니라 중·고생의 또래문화니, 계급이니 하는 사회적 연구 대상이지만 말이다. 일단 패딩은 따뜻하다. 옷 안에 들어 있는 다운(오리·거위털)이 털 사이사이에 공기를 품고 층을 형성하는데, 이것 때문에 체온을 밖으로 빼앗기지 않고 외부의 찬 공기가 들어오지 못한다. 과학적으로 보온이 되는 패딩은 그래서 출발부터 다르다. 전문 브랜드의 옷들은 처음에는 해발 6000~8000m에 오르는 전문 산악인을 위해 만들어졌거나(몽클레르), 남·북극 기지 요원을 위해 만들어졌다(캐나다 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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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에 구두, 패딩에 운동화’라는 공식도 깨졌다. 패딩으로도 얼마든지 포멀한 옷차림을 완성할 수 있다. 스타일리스트 박만현씨는 “광택이 없는 블랙·브라운·그레이 등 차분한 색깔을 선택하고, 슈트 위에 겹쳐 입는 방식을 시도해 볼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패딩 조끼를 입더라도 청바지와 셔츠 위에 입기보다는 겨울 재킷 위에 레이어링하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패딩 케이프를 겹쳐 입을 수도 있다. 멋도 멋이지만, 아우터를 두 개 입었으니 훨씬 따뜻하다. 또 엉덩이를 가리는 긴 코트 스타일의 패딩도 보온과 스타일 면에서 효과적이다.
다만 모든 패딩 스타일링에서 중요한 건 몸에 꼭 맞는 느낌이 나도록 입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결 가뿐해지고 슬림해진 패딩이라 하더라도 몸보다 크게 입는다면 예전의 ‘뚱뚱이 파카’를 입는 것과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