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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처럼 영혼에 호소하라] 김해련의 ‘촉(觸)’

중앙일보 2012.01.14 01:14 주말섹션 14면 지면보기
김해련
트렌드 분석 전문가·‘에이다임’ 대표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후 많은 사람이 애플의 미래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다. 애플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사실 애플은 소비자 트렌드를 연구한 사람 입장에서 보면 항상 소비자의 잠재된 욕구를 해결해 주는 솔루션을 새로운 상품에 적절히 녹여내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내는 대표주자였다. 아이폰은 그 대표적 사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사실 요즘 TV에서 소비자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것들이 소비자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슈퍼스타 K’를 필두로 소비자 스스로 콘텐트를 제공하는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들, ‘나는 가수다’처럼 기성 가수를 비전문가인 소비자가 심사위원이 돼 등수를 결정하는 소비자 평가 프로그램 등. 사실 요즘은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지 않고는 주목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해 스스로 새로운 상품이나 콘텐트를 만들어 내려는 소비자를 ‘창조적 소비자(cresumer=creative+consumer)’라고 하는데 애플의 앱스토어가 크리슈머를 활용해 성공했다는 것은 긴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전문가라면 누구나 스스로 프로그램을 창조해 자발적으로 등록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었다. 또 소비자 스스로 평가하고 평가내용을 공유하도록 했다.



스티브 잡스
 앱스토어가 출시되기 전에 국내 IT 기업들의 생각은 달랐다.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주체가 돼 관리해 주고 다양한 마케팅과 인센티브로 고객을 끌어들여 매출을 늘리는 대상으로만 여겼다. 콘텐트는 전문회사를 통해 확보하고 콘텐트 프로그램을 직접 생산하거나 관리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관리를 받는 콘텐트 생산업체들은 관리하는 수퍼 갑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보여야만 하는 체제였다. 그러나 이런 패러다임은 완전히 바뀌었다.



 소비자들은 기업의 소비자면서 동시에 각 분야 전문가다. 그들은 스스로 전문성을 발휘하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 인간의 욕구 가운데 생리적인 욕구를 제외한 첫 번째 욕구가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다. 고객이 자발적으로 그들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다면, 기업 주도적인 관리 아래에서 진행하는 어떤 결과보다 경쟁력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아이폰이 휴대전화의 콘텐트나 디자인을 내가 원하는 대로 코디할 수 있도록 만든 개인화 서비스 부분도 눈여겨봐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모든 기능이나 콘텐트 내용과 배열을 본인 취향에 맞추어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 말이다. 최근 패션 트렌드는 디자인의 시대가 아닌 개인의 개성에 맞게 새롭게 코디하는 ‘스타일링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소비자 스스로 자신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도록 상품을 기획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패션뿐만 아니라 최근 NHN의 네이버도 ‘개인화 웹’ 전략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는데 네이버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개인화웹서비스(PWE)가 결합된 소셜형 홈페이지다. 로그인 기반의 네이버미는 미투데이·블로그·카페 등에 따로 접속하지 않아도 한 곳에서 자신을 위한 서비스를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의 웹 트렌드는 개인화 서비스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소비자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서비스가 재구성된 똑똑한 개인화 플랫폼을 두고 사업자 간 각축전이 벌어질 것이다.



 최근 경제학자, 경영학자, 심리학자 모두 행동경제학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아주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인간의 의사결정이 이성적인 측면보다 감성적인 측면에 더욱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경영학자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는 “사회구조가 복잡해지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질수록 소비자는 재미를 추구한다”고 주장한다. 과거의 똑똑한 소비자들은 이제 놀이하는 소비자, ‘플레이슈머(Playsumer)’로 진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아이폰은 진정한 스마트폰의 의미인 ‘Smart(똑똑한)’ 경쟁력보다는 ‘Fun(재미있는)’ 경쟁력이 우월한 덕분에 그동안 시장을 선점해 온 모든 스마트폰을 단숨에 뛰어넘을 수 있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멀티미디어 가전 전시회 CES 2011에서 “펀(Fun)하게 소통하겠다”고 한 것은 애플의 성공요인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요즘 가장 이슈가 되는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인 ‘진정성’을 애플의 새로운 경영진이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마케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필립 코틀러가 ‘마켓 3.0’에서 미래의 시장에서 진정으로 살아남는 기업은 영혼에 호소하는 기업이라고 했다. 잡스는 이것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항상 자신의 열정과 영혼을 담은 신상품을 진정성을 담아 내놓았으며 전 세계 소비자들은 그의 진정성에 열광해 왔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읽으면서 그의 열정적인 삶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 앞으로 과연 누가 스티브 잡스처럼 진정성을 무기로 영혼을 담은 상품을 개발해 소비자들의 영혼과 진심으로 소통할지 궁금해진다.



김해련 트렌드 분석 전문가·‘에이다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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