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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 CEO "차 문 위로 열리는건 사실…"

중앙일보 2012.01.14 01:10 주말섹션 2면 지면보기
[사진=박종근 기자]



람보르기니 CEO 스테판 윙켈만이 말하는 ‘진정한 수퍼카’
뭇 남성의 드림카 ‘람보르기니’ “인생 별 거 있나, 뽐내며 살아라 ”
극단의 디자인, 스피드에 대한 욕망이다

수퍼카 람보르기니. 이 차엔 도무지 곡선이 없다. 바퀴를 빼면 모조리 직선과 면이다.



람보르기니의 최고경영자(CEO) 스테판 윙켈만(47) 회장의 외모도 비슷했다. 정면도 옆면도 딱 떨어지는 선이 유난히 두드러졌다. 윙켈만 회장이 람보르기니의 서울 전시장 확장 이전을 축하하기 위해 4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오후 7시. 블랙과 화이트로만 이뤄진 전시 공간. 어두운 조명 아래 사람 한 명 마주 보는데 왜 이렇게 숨이 막히나 했더니 노려보는 눈이 한둘이 아니다. 유리벽 너머로 원색의 람보르기니 5대가 일렬로 늘어서 있다. 뿜어내는 포스가 조용히 콧김을 고르는 황소떼 같다.



글=이소아 기자



●왜 이렇게 딱딱한 선과 면만 강조하나.



 “차는 결국 감성(emotion)의 총체다. 람보르기니는 극단적(extreme) 디자인을 통해 스피드(속도)에 대한 욕망을 표출한다. 일반적 미의 기준으로 보면 좀 아닐 수도 있다. 곡선이 편안하고 우아해 보이니까. 하지만 ‘세상 그 어떤 차보다 빨라 보이는 것’이 우리의 욕구다. 그게 브랜드의 고유성이고.”



●람보르기니에 열광하는 이들은 대개 남성이다. 여성에게 어필해 볼 생각은 없나.



 “인정한다. 아주 남성 중심적인 브랜드다. 날카롭게 각진 낮은 차체, 이런 디자인 뒤에는 아주 원초적인 남성적 감성코드가 깔려 있다. 그래서 여성이 살짝 겁을 내는지도 모르겠다(웃음). 하지만 일단 여성도 차를 몰아보면, 아니 차에 타 보는 그 순간부터 아주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내가 많이 봐 왔다. 여성이 람보르기니를 즐기고, ‘남성만의 차’란 인식을 바꾸는 건 시간문제다.”



●갑자기 궁금한데, 차 문은 왜 위로 열리게 한 건가.



 “음… 사실 이탈리아의 주차장들은 덩치 큰 수퍼카를 주차하기에는 공간이 좁다. 문이 옆으로 열리는 것보다 위로 번쩍 열리면 유용하다. 현실적으로.”



●실망이다. 정말 그뿐인가.



 “하하. 다른 이유도 있다. 수퍼카라면 보통 차들과 달라야 하고 극적 아름다움을 표현해야 하지 않겠나. 마치 가위처럼 위를 향해 수직으로 열리는 ‘시저도어(Scissor door)’는 이런 컨셉트에 잘 맞는다. 극적이며 공격적인 디자인이 강조되니까. 실제로 반응이 폭발적이었고 이제는 최고 수퍼카의 상징이 됐다.”



세상엔 람보르기니 말고도 수퍼카라 불리는 브랜드가 많다. 페라리, 포르셰, 맥라렌, 부가티 등. 수퍼카는 통상 자동차 경주에 출전하는 레이싱카보다 더 성능이 뛰어나면서 일반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만든 최고급 스포츠카를 가리킨다. 가격은 수억원대를 호가한다.



●진정한 수퍼카의 조건은 뭐라고 생각하나.



 “희귀해야 한다. 모양과 성능이 보기 드물게 우수해야 하고, 딱 봤을 때 ‘저건 수퍼카다’라고 직감적으로 느껴야 한다. 당연히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있어서도 안 된다. 수퍼카 기업은 수퍼카 비즈니스에만 집중해야 하고, 수요보다 적게 생산하는 것도 중요한 요건이다.”



●람보르기니가 최고의 수퍼카인 이유를 하나만 댄다면.



 “우리는 당대에 가장 아이콘적인 모델을 내놓는다.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드 세터(trend setter)’인 거다. 디자인뿐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최신 모델인 ‘아벤타도르 LP700-4’는 수퍼카 최초로 차체를 탄소섬유로 만들었다. 시대를 초월해 남녀노소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차를 만들려고 한다.”



 농기계를 만들던 창업자 페루치오 람보르기니(1916~93)가 수퍼카를 만든 건 경쟁 브랜드인 페라리 때문이었다. 1960년대 당시 페루치오의 애마는 자동차 매니어답게 페라리 250 GT였다. 그런데 툭하면 클러치가 고장 나 애를 먹었고, 이를 알려주려고 직접 엔초 페라리(페라리 창업자·1898~1988)를 찾아갔다. 하지만 (알려진 바로는) 페라리는 “당신이 자동차를 아나. 트랙터나 잘 만들어라!”라며 코웃음을 쳤다. 화가 난 람보르기니는 ‘내 손으로 최고의 차를 만들어 보이겠다’며 최정예 기술자들을 끌어들여 63년 첫 번째 모델인 350GTV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그 뒤로 약 50년이 흘렀다. 페라리를 이겼다고 보나.



 “음… 우리는 페라리와 아주 다르다. 아벤타도르만 해도 그렇다. 현재 12기통 엔진을 단 모든 차는 엔진이 앞에 있지만 이 차는 한가운데에 있다. 경쟁 상대가 없는 거다. 굳이 경쟁자를 고르라면 페라리를 떠올릴 수는 있다. 그 외에 다른 수퍼카 브랜드들은, 심지어 애스턴 마틴이나 맥라렌도 그다지 튀지 않는다. 그 차들은 오히려 GT차(Grand Touring Car·장거리 여행에 적합한 고성능 차)에 가깝다.”



●아벤타도르는 가격이 얼마나 하나.



 “한국 돈으로 (기본옵션만) 5억7500만원인 것으로 안다.”



●그렇게 비싸니까 한국에선 ‘뽐내려고 탄다’는 시선도 있다.



 “글쎄. 이렇게 말하기 좀 뭣하지만 인생에 그거 말고 뭐가 필요한가. 소금? 고기? 자신을 맘껏 표현할 수 있고, 꿈을 이룰 수 있다면 왜 그걸 굳이 숨겨야 하나. 특별해지기 위해 람보르기니를 타는 게 아니라 원래 특별한 사람이 람보르기니를 선택하는 거다.”



●당신 차도 람보르기니겠다.



 “차가 두 대 있다. 람보르기니(가야르도)는 무광 블랙이고, 아우디는 다크블루다. 볼로냐 본사까지 람보르기니를 몰고 출근한다. 편도 40분인데 내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운전 실력이 좋은가.



 “카 레이서 자격증도 있지만 예전처럼 광적으로 속도 경쟁을 즐기진 않는다. 몇 년 전 가장 친한 친구를 레이싱으로 잃은 후론 주변 사람들에게 레이싱을 권하지 않는다. 어쨌든 운전하는 것 자체는 사랑한다.”



한때 재정난을 겪었던 람보르기니는 98년 아우디에 인수되면서 안정을 찾았다. 2008년엔 사상 최대인 2430대를 팔았다.



●2011년 한국에선 몇 대가 팔렸나. 올해는 또 어떻게 예상하는지.



 “지난해 한국에선 15대다. 올해는 아벤타도르를 포함해 전 라인업에서 35대 정도가 예상된다. 참고로 아벤타도르는 세계적으로도 이미 18개월분 물량 예약이 다 끝났다.”



●한국은 도로 사정이 썩 좋지 않은데 수퍼카 수요가 계속 늘어날까.



 “현재 우리의 주요 시장은 미국과 중국이다. 한국은 매출 비중으로 보면 5% 미만이다. 하지만 차 시장은 그 나라 자동차 산업과 비례한다. 현대·기아차는 20년 새 아주 탄탄하고 강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우선 럭셔리 브랜드들이 진출하고, 세단들이 시장을 형성하면 그 다음은 스포츠카들이 들어온다. 한국에서도 이런 트렌드가 보인다.”



●요즘엔 친환경차가 각광받는다. 전기차는 안 만드나.



 “앞으로 10년간은 계획이 없다. 친환경도 중요하지만 람보르기니의 DNA와 성능, 엔진 사운드를 유지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게다가 람보르기니는 1년에 2000여 대 팔리는 차다. 전 세계 연간 차 판매량이 6000만 대인데 결코 탄소 배출의 주범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노력도 한다. 아벤타도르는 이전 무르시엘라고 모델보다 탄소 배출량이 20%나 적다. 2015년까지 공장에 탄소 중립 시설을 지어 탄소 배출량을 35%가량 줄일 거다.”  



What Matters Most?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올해 12살 된 아들이다. 이혼을 한 데다 외아들이라 유일한 가족이다. 나는 사실 가정적인 남자가 아니다. 하지만 아들은 유치원 때부터 알고 지낸 몇몇 친구와의 오랜 우정에 비할 만큼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유일하게 내 피를 이어받아 내가 더 이상 여기에 없을 때에도 계속 살아갈 테니까. 나에게 아들은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거기에 있을 특별한 존재다.”







영화 ‘배트맨’ ‘미션임파서블’ 속의 그 차

‘아깝게 터뜨릴 바에야 나나 주지 … ’




람보르기니는 영화가 사랑하는 차다. 현존하는 차 가운데 가장 ‘튀는’ 외모를 가져서일까. 극도로 긴박하고 강렬한 장면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아찔하게 섹시한 배우들의 애마로도 자주 등장한다.



 가장 대표적인 영화는 ‘배트맨’ 시리즈. 2005년 ‘배트맨 비긴즈’부터 브루스 웨인(배트맨)의 애마로 등장한다. 나중에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타협이라곤 모르는 웨인에게는 람보르기니가 적격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등장한 람보르기니는 ‘무르시엘라고 LP640 로드스터’. 디자인이나 성능은 물론 박쥐란 뜻의 이름도 영화와 딱 맞아떨어졌다. 2008년 ‘다크나이트’에도 같은 차가 등장한다. 다만 이번엔 자동차 지붕이 열리지 않는 모델이다. 영화 속 장면을 위해 놀런 감독은 람보르기니로부터 석 대를 지원받았다. 차량 실내촬영에 한 대, 도로주행 장면에 두 대가 쓰였는데 이 중엔 실제 충돌 장면도 있었다. 충돌 장면은 다행히 한번에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전해진다. 올여름 개봉을 앞둔 ‘다크나이트 라이즈’에는 람보르기니의 최신작 ‘아벤타도르 LP700-4’가 등장할 예정이다. 브루스 웨인이 타는 이 차엔 ‘고담 시티(City of Gotham)’란 번호판이 붙어 있다. 시속 350㎞,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이 2.9초에 불과한 이 수퍼카는 2012년 무적의 영웅을 위한 성능을 자랑한다. 2006년 ‘미션 임파서블3’에서 특수요원 젠(매기큐)은 자신이 탔던 차를 폭발시키는 장면에서 “너무 아깝다”며 매우 아쉬워한다. 이 차가 바로 ‘람보르기니 가야르도’다. 이 강렬한 오렌지 컬러 가야르도는 매기큐의 육감적 몸매, 붉은 드레스와 함께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람보르기니 디아블로’는 1990~2001년 힘과 속도에서 세계 1위를 지켰던 괴물 차. 명성에 걸맞게 ‘덤앤더머’ ‘히갓게임’ ‘식스티세컨즈’ ‘엑시트운즈’ ‘이탈리안 잡’ 등에서 뛰어난 질주를 선보였다.





상징은 ‘성난 황소’, 모델명도 싸움소 이름에서



디아블로

19세기, 악마라는 뜻의 흉악한 소



무르시엘라고

칼에 24번 찔리고도 죽지 않은 황소




람보르기니의 상징은 황소다. 그냥 소가 아니라 잔뜩 성이 난 황소다. 넘치는 힘과 거칠 것 없는 스피드는 원초적인 남성성, 그 자체를 나타낸다(황소는 창업자인 페루치오 람보르기니의 별자리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람보르기니는 자동차에 사나운 싸움소(투우) 이름을 붙이는 전통이 있다.



가야르도(Gallardo)



전설적 투우 사육사인 안토니오 미우라가 키운 황소 이름이다. 가야르도는 스페인어로 ‘깜짝 놀랄 만한’, ‘매우 빼어난’이란 뜻이다.



디아블로(Diablo)



19세기 베라주아 공작이 키우던 악마라는 뜻의 흉악한 소 이름에서 따왔다. 디아블로는 1869년 7월 11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엘 시코로라는 소와 치열한 결투를 벌이며 유명해졌다.



무르시엘라고(Murcielago)



1879년 스페인 코르도바에서 열린 투우장에서 투우사의 칼에 24번이나 찔리고도 죽지 않은 황소 이름이다. 무르시엘라고는 박쥐란 뜻이다. 람보르기니는 최고의 자동차를 위해 이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아껴뒀다.



아벤타도르(Aventador)



1993년 스페인의 사라고사에서 열린 경기에서 투우사와 용맹하게 싸운 소다. 이 소는 무게가 507㎏이나 나갔는데 앞뒤 안 가리고 싸우다 상당히 많은 피를 흘려서 유명해졌다.



한편 알파벳과 숫자가 합쳐진 람보르기니 모델명은 생각보다 풀이가 간단하다. 예를 들어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LP550-2 트리콜로레’에서 가야르도는 황소 이름이고 ‘LP’는 세로(Longitudinale)와 뒤(Posteriore)의 약자로 ‘엔진을 세로로 뒤에 배치했다’는 뜻이다. ‘550’은 모델의 마력을 가리키며 그 뒤에 붙은 ‘2’는 2륜 구동을 뜻한다. 만약 4륜 구동이면 ‘4’라고 하면 된다. 트리콜로레는 이탈리아어로 ‘3색(Tri-color)’, 즉 세 가지 색상으로 디자인됐다는 뜻이다.



j칵테일 >> 배우배우 박상민 애마, 세계 2대뿐인 ‘디아블로’



배우 박상민은 2006년 ‘내사랑 못난이’에서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맡으며 최고급 외국자동차 회사들에 협찬을 부탁했다.



 본인이 자동차 매니어이기도 했고, 작품에 최고급 스포츠카를 등장시킬 필요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층이 즐기는 드라마가 아니란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자존심이 상한 박상민은 더 참지 못하고 바로 람보르기니 디아블로를 주문했다. 그것도 람보르기니 탄생 25주년 특별 에디션으로. 그가 공수한 디아블로는 전 세계에 단 두 대밖에 없는 보라색 람보르기니로 가격만도 1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종된 모델은 ‘부르는게 값’



람보르기니는 생산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단종된 모델은 ‘부르는 게 값’이다.



 미우라의 경우 1966년부터 69년까지 275대만 생산됐는데 당시 2만 달러였던 것이 지금은 희소가치로 10만 달러를 훌쩍 넘어선다.



 현재 생산되는 람보르기니는 ‘가야르도’ 라인 8개 모델과 ‘아벤타도르 LP700-4’다. 기본옵션 기준으로 가야르도 트리콜로레는 3억2500만원, 가야르도 스파이더 퍼포만테는 4억8000만원이다. 아벤타도르 기본 가격은 5억75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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